"한국은 성장잠재력 큰 이머징 마켓"
"한국은 성장잠재력 큰 이머징 마켓"
  • 기사출고 2007.05.0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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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진 미국변호사가 본 한국법률시장 개방(상)"한국 로펌 서비스 수준 외국 로펌과 맞먹어""외국로펌들 송무업무 할 수도, 관심도 없어"
한국의 대형 로펌들은 1990년대 말 IMF 금융위기가 닥쳤던 시절에 각종 기업자문 및 대형 소송 등 넘쳐나던 일감 덕분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외국인투자는 비교적 줄었다. 국내의 경기 악화도 겹쳐서 시장의 상황이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법률시장이 조만간 국내 로펌만으로도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허다하다.

많은 변화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의 법률시장(특히, 고객사와 로펌간의 관계)이 아직 분명한 체계가 잡혀 있지 않기에 무한한 기회가 숨어있고, 전문성을 갖추고 성실하게 고객을 위한 자세로 임하면 성장잠재력이 무한한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이라는 점이다. 다만 역동적으로 예측불가능하게 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모든 변호사들이 카멜레온처럼 변해가야 하는 전제가 있다.

최근에 방송과 신문에는 유난히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논설 및 의견에 대한 기사가 많았다. 그 중 국내의 법률서비스에 대한 비평이 상당했던 것으로 이해한다. 외국변호사로서 국내에 들어와 활동한지 어느덧 여러 해가 된 필자는 한국의 법률서비스에 대하여 그토록 일방적으로 비평을 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변호사 한 사람 한 사람을 고려했을 때 한국변호사들은 뛰어난 인재들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한국로펌들이 꾸준히 성장 · 발전을 해 온 사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시장 열리면, 외국 로펌행' "동의할 수 없어"

시장개방이 된다고 하여 한국의 대기업들의 대다수가 외국로펌으로 갈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측은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매우 일방적인 측면만 다루었다는 소감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서방국가들의 로펌에 비하여 매우 역사가 짧은 한국 로펌들은 1970년대 및 1980년대 초반에 설립을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르렀지만, 이 짧은 기간에 비교하자만 매우 큰 성장을 해 왔다.

무엇보다도 IMF시절을 거치면서 한국의 로펌들은 법률서비스의 수준에 있어서 외국 로펌과 거의 맞먹는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한국의 로펌들이 더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선진 로펌들이 과거부터 확립해 놓은 몇 가지를 더 갖추면서 시스템을 보완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 분위기가 많이 바뀌리라 예상되지만, 한국에서는 어느 로펌과 일하느냐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보다는, 실무적으로는 어느 변호사가 직접 일을 도와 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종종 언급되고 있다. 경험이 풍부하고 자료 및 노하우(Know-How)를 많이 갖춘 노련미가 넘치는 전문변호사를 만나면 일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경험부족과 시행착오 등으로 인하여 일이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거나 시간이 지나치게 소요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은 단지 법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분야에서의 실질적인 경험과 고유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고객에 최적의 자문을 제공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가지는 시절이다.

서비스 품질 컨트롤하는 외국 대형로펌들

외국의 많은 대형로펌들은 개개인의 실력에 따라 서비스의 수준이 많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몇 십년 동안 유지해 온 법률자료 관련 시스템을 바탕으로 일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의 품질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어떠한 변호사가 관련 자문 건을 맡든지에 관계없이 해당 절차 및 관련 자료 등의 자문 내용이 일관되게 고객들에게 제공된다. 각 로펌마다 글을 쓰는 폰트(Font)나 스타일도 똑같이 통일하여 쓰게 하기 때문에, 각 로펌마다의 특색이 더욱 더 돋보인다. 일부 변호사들은 Know-How 전문가의 역할을 맡아서 하기 때문에 고객을 직접 상대하기 보다는 로펌 내부적으로 축적되는 지식정보 및 Know-How를 정리하는 역할로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법이 바뀌거나 업계의 관행 등에 중요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관련 정보자료와 자문내용이 적시에 업데이트된다.

변호사들은 매일 매일 업데이트되는 Know-How를 바탕으로 효율적이면서 신속하게 고객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다. 어느 변호사가 일을 하든 간에 같은 레벨의 법률서비스가 불량품없이 제공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외국로펌들은 한국시장에 들어와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한국은 이미 오래 전에 OECD에 가입한 나라이며, 세계에서 10대 경제국가의 하나로 도약했다. 그런 만큼 한국과 관련된 일들이 많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외국로펌들은 기존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하려고 하나, 한국법률시장은 개방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과 관련된 자문은 직접적으로 할 수 없었다.

키위 직접 팔려고 한국시장 진출

비유해서 설명하면 한 과일가게에서 어느 주부를 위해서 사과, 배, 딸기 등을 팔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주부가 혹시 키위를 파냐고 물어본 것이다. 그러면 그 과일가게는 우선 키위를 파는 이웃 가게를 안내해 주면서 그쪽으로 가보시라고 하겠지만 키위를 찾는 수요가 점점 늘면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과일가게에서 키위를 직접 팔고자 할 것이다.

이렇듯이 외국로펌들은 한국에 진출을 했거나 앞으로 진출을 추진하는 기존 고객들에게 한국의 법과 규정 및 실무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서비스하고 싶은 것이다. 미국 로펌인 밀뱅크(Milbank)는 체이스 맨해턴(Chase Manhattan)은행이 뉴욕의 작은 은행이었을 때부터 자문을 해 주다가, 체이스의 규모가 전체적으로 급성장을 하고 점차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과정에 밀뱅크가 같이 해외진출을 해 나가면서 국제적인 로펌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 체이스 은행이 진출한 것은 이미 오래되었지만, 밀뱅크는 시장 진출을 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이유가 외국로펌들이 한국의 법률시장에 진출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손꼽히고 있다. 일부에서는 외국로펌이 한국의 송무시장에도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 하고 문의하기도 하는데, 외국변호사 · 로펌은 국내에서 송무 업무를 할 수 있지도 않고, 그다지 관심도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에 진출할 대부분의 해외로펌은 기업 · 파이낸스 분야에서 각광을 받는 로펌들일 것이며, 이러한 분야의 변호사들이 파견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한국의 경제규모가 점점 더 커질수록 외국로펌들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국내 진출을 서두르고 고객들을 서비스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 또는 팀을 모색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세계 최대의 로펌인 클리포드 챤스(Clifford Chance)와 법무법인 세종에서 다년간 활동한데 이어 지금은 SL Partners (법무법인 한승)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slp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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