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전결권자라도 사전 승낙 지시 어기면 사문서위조 · 행사 유죄"
[형사] "전결권자라도 사전 승낙 지시 어기면 사문서위조 · 행사 유죄"
  • 기사출고 2020.11.1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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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위임인은 권한 위임 철회 가능"

전결권자라고 하더라도 위임인인 협회장의 사전 승낙 지시를 어기고 협회장 직인을 문서에 찍어 교부했다면 사문서 위조 · 행사죄가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위임인은 권한 위임을 포괄적 또는 개별적으로 철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지법 문기선 판사는 10월 29일 협회장으로부터 사전 승낙 없이 협회장의 직인을 사용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고도 사전 승낙을 받지 않고 상위 조직에 대한 보고서, 항만노조와의 협약서 등에 협회장 직인을 날인해 행사한 울산 남구에 있는 울산A협회의 상근이사 정 모(63)씨에게 사문서위조 · 동행사 유죄를 인정,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2020고정112).

정씨는 협회장으로부터 사전 승낙 없이 협회장의 직인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연락을 받았음에도, 상위 조직인 한국A협회로부터 지방협의회 선거 의결결과 통보서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2019년 2월 7일 '울산협회 협회장 선임 제청 및 총회 대의원 선출 보고서'라는 제목의 문서에 울산A협회장 직인을 날인하고, 한국A협회 담당 직원에게 이를 발송하여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또 B사가 2019년 2월 12일자로 울산A협회에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자, 울산항만노조와 체결한 항만하역임금협약서와 후생협약서에 B사를 추가 기재하기 위해 협회장의 사전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이전에 작성된 항만하역임금협약서와 후생협약서 내용 말미에 '본 협약에 동의함. 2019년 2월 12일(협회 가입시부터) 주식회사 B 대표이사'를 추가 기재하여 인쇄한 다음 울산A협회장 명의의 도장을 각각 날인한 뒤 B사 직원에게 준 혐의로도 기소됐다. 

정씨는 재판에서 "평소 업무 지침에 따라 대내수발문서와 같은 전결처리가 가능한 문서는 직접 협회장의 직인을 사용해왔다"며 "보고서, 협약서를 작성하고 협회장의 직인을 날인한 행위는 통상적인 업무범위 내에 속하는 정상적 업무라 할 것이어서 사문서위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사회상규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했다. 

문 판사는 그러나 "①한국A협회의 위임전결규정에 따르면 '대내수발문서' 중 정기보고 및 수시 현황보고는 본부장이 최종결재권자로 규정되어 있고, 제4조 제1항은 '문서결재는 전결권자가 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특히 이례적인 사항이나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상위자의 결재를 받아 시행한다'고 규정된 사실, ②피고인은 울산협회 협회장 선임 제청 및 총회 대의원 선출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인 2019. 2. 1. 울산A협회장에게 '오늘은 한국A협회에 결과보고서를 송부하려고 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었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울산A협회장은 '본인이 협회의 문서작성 및 발송, 의사표시 등을 직접 수행할 것이므로 협회장 직인을 인계하고, 본인이 직접 서명날인하지 않은 문서나 의사표시가 외부에 전달되는 경우 사문서위조 등의 형사 처분 및 손해배상 등 법적조치를 취할 것을 분명하게 통고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하고, "단체의 내부규정에 의해 '위임'된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임인은 그 권한 위임을 포괄적 또는 개별적으로 철회할 수 있는바, 비록 이 사건 보고서와 같은 문서가 평소 전결로 피고인이 독자적으로 처리해온 문서의 일종이라고 하더라도 협회장이 피고인에 대한 문서작성 및 직인 날인권한 위임을 명시적으로 철회하였고, 특히 보고서에 관하여 상위자가 직접 결재하겠다고 통보하였는바 위임전결규정에서 정한 '이례적인 사항'에 해당할 여지가 있음에도, 피고인은 협회장 명의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협회장의 직인도 날인하였으므로 그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사문서위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협회장의 문서작성 및 직인 날인권한 위임 철회가 어떤 동기에 연유한 것인지를 불문하고, 명의자의 명시한 반대의사는 물론 직인 반환요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직인을 이용하여 문서를 만들어낸 행위를 두고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비록 B사가 협회의 회원사로서 항만하역임금협약과 후생협약의 적용을 당연히 받게 될 지위였고, (피고인이 위조한) 각 협약서가 이미 존재하는 각 협약서의 내용과 동일한 문서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회사의 날인과 일자가 추가되어 본래 존재하지 않는 모습을 띄는 각 협약서의 작성은, 기존 협약서와는 달리 당시에 기재되지 않은 B사에게도 각 협약의 효력이 미침을 증명하는 새로운 문서를 만들어내는 것으로서 단순 '노사 협의사항'이 아닌 '노사 단체협약 체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따라서 판시 각 협약서는 문서명의자인 협회장이 직접 작성 · 날인하거나 적어도 피고인이 협회장의 사전동의를 얻어 만들어낼 수 있는 문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피고인의 각 협약서 작성 및 직인 날인 행위는 피고인의 권한을 넘은 사무처리이고, 더구나 그 작성 이전에 대외문서에 대한 협회장의 명시적인 직인 사용 반대의사표시, 문서작성권한 위임의 철회에도 불구하고 직인을 사용한 것이므로 사문서위조죄에 해당한다"며 "새로운 회원사 가입시 같은 내용의 협약서를 피고인이 전결하여 처리해온 관행이 있었던 것도 아닌 점, 피고인이 이에 대해 협회장에게 일절 상의를 시도한 적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역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