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2012년 T-50B 추락 사고', KAI에 책임 없어
[손배] '2012년 T-50B 추락 사고', KAI에 책임 없어
  • 기사출고 2020.11.0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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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공군 정비사들 과실로 사고 발생"

2012년 일어난 공군 특수비행용 고등훈련기 T-50B 추락 사고에 대해 사고기를 제작해 납품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책임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사고가 공군 정비사들의 과실로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10월 16일 국가가 "376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사고기를 제작 · 납품한 KAI를 상대로 낸 소송(2018가합544022)에서 "이유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정부법무공단이 국가를, KAI는 법무법인 세종이 대리했다.

2012년 11월 15일 오전 10시 25분쯤 시험비행에 나선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특수비행용 고등훈련기 T-50B가 부양 후 이륙자세(10°∼15° 상승) 유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조종간 압력이 증가되는 비정상 현상이 발생하였고, 이후에도 기수가 계속 강하되어 조종사가 상승자세를 유지하고자 조종간을 최대한 당겼으나 고도 3,180ft에서부터 기수가 급격히 강하하여 결국 이륙 직후 강원 횡성군 인근 야산에 추락해 조종사가 숨졌다. 이에 국가가 사고기를 제작해 납품한 KAI를 상대로 채무불이행(불완전이행) 또는 제조물책임법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376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사고기는 국방규격의 안정성 항목에 의하여 항공기 계통은 어느 한 가지 작동부품의 고장에 의하여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하지 않도록 고장안전설계를 적용해야 하고, 안전장치, 경고장치 및 절차는 시스템의 고장, 이상작동, 조작실수로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개발하여야 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안전성 항목은 T-50B 고등훈련기에 적용되는 안전성에 관한 일반조항으로서 항공기 운행 중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국방규격상 안전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고,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였는지는 사건별로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사고는 작동부품의 고장이나 시스템의 고장, 이상작동, 조작실수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원고 소속 정비사들이 사고기에 대한 정기점검을 위하여 설치한 점프와이어를 점검 종료 후에 다시 제거하여야 함에도 여러 명의 정비사들이 정비작업 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하는 등 본연의 임무를 해태한 일련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와 맺은) 체계개발계약에 따라 완성된 국방규격에 맞추어 사고기를 제조하여 원고에게 납품하였고,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와 맺은) 물품구매계약 및 수정계약에 따라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검사를 거쳐 사고기가 국방규격을 비롯한 규격서에 적합하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피고가 국방규격상 여러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항공기를 제작하여 납품한 사실은 일응 위와 같은 품질검사 절차를 통하여 확인되었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소속 정비사들이 점프 와이어 미제거 시의 위험성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항공기 정비 후 점프와이어를 미제거하여 피치적분기가 작동불능인 상태에서는 항공기의 비행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은 해당 전문가로서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사항일 뿐 아니라 정비미완료 상태에서 항공기를 비행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내용이라 할 것이고, 원고의 이와 같은 주장은 정비사들에게 대한 형사판결에서 모두 배척된 바 있다"며 "항공기 정비사들의 정비업무 수행목적은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하도록 하는 데 있고, 정비사가 자신에게 주어진 정비업무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경우는 위와 같은 안전성 항목의 직접적인 적용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피고는 정비사들의 중대한 과실행위까지 방지하고 이를 예견하여 항공기를 제작해야 할 계약상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의 계약책임에 기한 손해배상 주장은 이유 없다는 것이다.

재팬부는 제조물책임법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도, "사고기의 설계상 · 제조상 · 표시상 결함에 관한 원고의 주장사실은 계약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관한 주장사실과 동일한데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제조물책임법 제7조에 의하면 이 법에 따른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를 모두 알게 된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고, 원고는 사고 발생 직후 주도적으로 사고조사단을 구성하여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였고, 2013년 5월경 공군 사고조사단으로부터 보고받은 사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다툼이 없다"고 지적하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2013년 5월경 사고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때 손해의 발생 및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를 모두 알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인 2018. 1. 23. 제기되었으므로 제조물책임법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소제기 전에 이미 소멸하였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