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입찰담합을 둘러싼 수사환경 변화
[리걸타임즈 칼럼] 입찰담합을 둘러싼 수사환경 변화
  • 기사출고 2020.11.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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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거래법위반 사건의 형사 사건화 현상이 뚜렷하다. 과거에는 공정거래법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시정조치 등 행정제재만을 부과하는 경우가 많았고 형사고발을 하더라도 대부분 법인만 고발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고발 비율도 늘어났고 법인뿐만 아니라 법위반 행위를 실행한 행위자 및 그 의사결정을 한 임원이나 대표까지 고발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고발 건수 · 비율 모두 급증

공정거래위원회가 발간한 통계연보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조치를 부과한 카르텔 건수가 2011년에 총 72건이었고 그중 8건(11%)만 고발되었던 반면, 2018년에는 157건 중 44건(28%), 2019년에는 76건 중 19건(25%)이 고발되어 건수나 비율 면에서 모두 급증하고 있고, 개인에 대한 고발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홍용준(좌) · 차상우 변호사
◇홍용준(좌) · 차상우 변호사

특히 입찰담합은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과 함께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등 반경쟁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가담한 기업은 물론이고 실제 행위자 및 의사결정자 등 개인에 대하여도 원칙적으로 고발을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기업의 형사리스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국회에 제출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기업간 정보교환행위를 독자적인 카르텔 유형으로 규정하고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러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더욱 형사리스크가 커져 자칫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마저도 법위반행위로 평가되지 않을까라는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하에서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변화하는 수사환경을 카르텔, 특히 입찰담합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독자적인 수사 착수 가능

주지하다시피 검찰은 수사단서를 확보함으로써 수사에 착수한다. 수사단서는 고소, 고발, 첩보, 풍문 등 제한이 없다. 종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으로 인해 대부분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을 기다려 수사에 착수하여 왔다. 물론 검찰이 첩보 등의 수사단서를 활용하여 먼저 수사에 착수하고 이후 공정거래법위반 혐의가 인정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을 한 사례도 없지 않으나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만약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통과되어 전속고발권이 폐지된다면, 검찰은 입찰담합 등 법위반행위가 중대한 경성카르텔에 대해 독자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검찰은 입찰담합 등 경성카르텔의 경우 국민적 관심이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없이도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을 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하여 왔는데, 이러한 검찰의 입장을 고려하면 입찰담합 등 경성카르텔 분야는 최우선적인 수사대상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공공부문 입찰 분야의 구조적 비리 척결을 위해 조달청, 중기부 등 공공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그 수사단서를 꾸준히 축적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검은 2018. 1. 19. 조달청과 공공조달 비리근절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올해 초 수사 결과가 발표된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백신 입찰담합사건의 경우 검찰은 업무협약에 근거하여 조달청으로부터 입찰 관련 자료 일체를 제공받아 수사에 착수하여 국내외 제약회사들의 입찰담합 혐의를 적발해 낸 바 있다. 따라서 이제 기업으로서는 종래 공정거래위원회 대응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주목해야 할 수사단서, 리니언시

다른 형태의 카르텔과 마찬가지로 입찰담합의 경우 특히 주목해야 할 수사단서는 리니언시(Leniency)이다. 최근 검찰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자진신고제도(리니언시)와 유사한 형사 리니언시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형법상 자수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담합 사실을 검찰에 자수할 경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최대한 제한하고 형벌을 감면해주는 제도이다. 위에서 언급한 NIP 백신 입찰담합 사건에 있어서도 형사 리니언시가 일부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형사 리니언시 제도는 시행 초기라서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자진신고와의 관계, 형벌 감면의 정도 등에 대해 실무 관행이 축적되어 있지 않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법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효율적인 변론을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되었다.

한편 검찰이 수사단서를 확보하게 되면 내부 검토를 거쳐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하고, 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을 기다려 수사를 진행하던 시기에는, 검찰은 고발장과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한 영치자료를 넘겨받아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였고, 검찰에서 새롭게 압수수색을 하는 경우는 사실상 예외적인 경우였다.

과거보다 더 빈번해질 압수수색

그러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어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게 되면, 기업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과거보다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담합행위는 통상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담합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의 입장에서는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할 여지가 크다.

기업에서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공정거래법위반 관련 자료 이외의 증거를 확보하여 횡령, 배임 등과 같은 다른 범죄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 압수수색 영장에 있는 범죄사실과 압수 대상 자료의 관련성 여부를 꼼꼼히 따져 보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실물 자료뿐만 아니라 컴퓨터 파일이나 휴대전화 등 디지털 자료에 대하여 범죄사실과의 관련성을 검토하는 선별 절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자칫 수사가 다른 쪽으로 확대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도 압수수색 대상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검찰이 간혹 공정거래위원회를 압수수색하는 경우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법 위반행위를 고발하면서 기업으로부터 영치한 자료 중 고발사실과 관련된 자료를 검찰에 넘겨주는데, 그럼에도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압수수색하는 이유는 넘겨받은 자료 이외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으로부터 영치한 모든 자료를 검토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 경우 검찰이 압수해가는 자료는 해당 기업의 자료이기 때문에 사실상 압수수색을 당하는 당사자는 해당 기업이므로, 해당 기업의 입장에서는 무슨 자료가 압수가 되는지, 압수된 자료가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있는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고, 만약 범죄사실과 무관하다면 압수물에서 제외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무상 검찰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료를 압수한다는 사실을 해당 기업에 통보하지 않고 있어 해당 기업으로서는 위와 같은 절차 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수사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검찰에서 해당 기업에 압수수색 사실을 통보하여 기업으로 하여금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절차를 보장해 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각종 자료를 확보하게 되면 관련자들을 소환하여 조사를 한다. 주지하다시피 입찰담합은 둘 이상의 사업자간에 입찰가격, 입찰자 등을 결정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는 것으로 그러한 합의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해야 성립한다.

정보교환담합도 카르텔 유형으로 신설

입찰담합에 있어서의 합의는 입찰가격, 입찰자 등을 사전에 결정하는 합의로서 담합에 참여한 기업들의 임직원들이 이러한 내용을 상호간에 주고받은 의사교신 내역, 이러한 교신 내역을 상부에 보고한 자료 등이 합의의 증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입찰담합은 매우 은밀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합의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는 가격, 생산량 등의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정보교환담합)를 카르텔의 한 유형으로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정보교환 행위에 대해 종래 대법원은 정보교환 행위는 사업자 사이의 의사 연결의 상호성에 관한 유력한 징표가 될 수 있지만, 정보교환 사실만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정보교환 행위만으로 담합에 대한 합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여 왔다.

따라서 이번 전면개정안은 지금까지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정보교환행위에 대한 입법을 통해 담합에 대한 입증의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글로벌 경쟁에 직면해 있는 우리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처절한 경쟁을 함에 있어 경쟁 사업자의 각종 정보를 취득하거나 필요한 경우 상호 교환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어 이러한 경우까지 담합으로 규제를 받게 된다면 자칫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홍용준 · 차상우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yongjun.hong@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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