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양도담보로 제공한 게임기 처분했어도 배임죄 아니야"
[형사] "양도담보로 제공한 게임기 처분했어도 배임죄 아니야"
  • 기사출고 2020.11.0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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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아니야

돈을 빌리면서 양도담보로 제공한 게임기를 제3자에 처분했어도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0월 15일 배임과 게임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 모 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21716)에서 이같이 판시, 배임 혐의도 유죄로 보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배임은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으로 되돌려보냈다.

심씨는 2014년 3월 중순경 동해시 구미동에서 게임장을 운영하면서 차차차 게임기 45대를 구매하기 위해 박 모씨로부터 약 3,300만원에 이르는 돈을 수차례에 걸쳐 빌리고, 2014년 5월 29일 차용금에 대한 담보목적으로 차차차 게임기 45대를 양도하고, 차차차 게임기 45대가 박씨 소유라는 내용의 공증을 했다. 그런데 이후 차차차 게임기가 불법게임기라는 이유로 경찰로부터 단속을 당하자 2014년 7월 말 게임기의 판매자로부터 정식 게임기인 루카스 게임기 45대를 차차차 게임기 대신 보상받으면서 박씨와 차차차 게임기 대신 루카스 게임기를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점유는 자신이 하기로 약정했다. 심씨는 그러나 2014년 9월 1일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린 채무 1,000만원에 대한 대물변제로 시가 합계 650만원 상당인 루카스 게임기 15대를 넘겨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에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 즉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 · 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 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고,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 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 · 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며 "이러한 경우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그 소유의 이 사건 게임기를 피해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이와 달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배임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심씨는 등급분류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손님들에게 제공한 혐의(게임산업법 위반)는 유죄가 확정됐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