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80세까지 종원 자격 박탈' 무효
[민사] '80세까지 종원 자격 박탈' 무효
  • 기사출고 2020.10.2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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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할종과 다름없어…종중 본질에 반해"

종중이 65세의 종원에게 80세까지 종원으로서의 모든 권한과 자격을 박탈하는 징계를 내린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사실상 종원으로서의 지위를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할종과 다름없어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자연적으로 구성되는 종중의 본질에 반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한성수 부장판사)는 7월 16일 A씨가 B종중을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등 소송(2019가합571564)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가 A씨에게 80세까지 종원으로서의 모든 권한과 자격을 박탈하는 징계를 내린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허중혁 변호사가 A씨를 대리했다.

B종중의 종원인 A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B종중의 선산이 있는 부천시 소사구 일대에서 시행하는 보금자리 주택사건설업과 관련해 선조들의 분묘이장비로 2012년 6월 B종중으로부터 1,000만원을,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1,700여만원을 지급받고, 받은 돈 중 분묘이장에 사용하고 남은 910여만원을 종친회 총무인 C씨에게 보관시켰다. 이후 A씨는 C씨에게 보관금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C씨가 거부하자, C씨에 대하여 보관금의 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내고, C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나 C씨는 2015년 2월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B종중은 A씨가 종원간에 불화를 야기하고 종중에 손해를 끼치거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기총회에서 A씨에게 5년간 종원으로서의 모든 권한과 자격을 박탈하기로 의결했다. 

A씨는 이후 C씨에 대한 불기소처분에 대해 항고와 재정신청을 냈으나 모두 기각되었고, C씨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도 패소가 확정됐다. A씨는 또 자신에 대한 징계를 의결한 B종중 회장과 종친회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불기소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에 B종중이 2016년 3월 다시 이사회를 열어 A씨가 80세가 되는 2030. 12. 31.까지 종원으로서의 모든 권한과 자격을 박탈하기로 의결하고, 정기총회에서 이 징계를 승인하는 결의를 하자 A씨가 징계는 무효라며 B종중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종중을 상대로 2,000만원의 손해배상도 요구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고의 명예를 훼손하고 종원간의 불화를 야기한 것으로, 정관 제23조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정관 제23조는 종원에 대한 징계로 제명을 규정하고 있을 뿐 모든 권한과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의 징계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고, 피고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피고에게 이와 같이 종원의 권한과 자격의 박탈을 어용하는 관습이나 관행이 있음을 인정하기도 부족하다"며 "피고 이사회의 2차 징계의결 및 피고 정기총회의 징계처분결의는 정관상 아무런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종중의 성격과 법적 성질에 비추어 종중이 구성원인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처분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종중이 구성원인 종원에 대하여 자격을 박탈하는 소위 할종이라는 징계처분은 비록 그와 같은 관행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공동선조의 후손으로서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자연적으로 구성되는 종족 단체인 종중의 본질에 반하는 것으로 그러한 관행이나 징계처분은 무효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30. 12. 31.까지 원고의 피고 종원으로서의 모든 권한과 자격을 박탈하기로 한 2차 징계의결은 원고가 종원으로서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 공동선조의 후손으로서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자연적으로 구성되는 종족 단체인 종중의 본질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당시 65세이던 원고의 종원으로서의 모든 권한과 자격을 80세가 될 때까지 박탈하는 것은 사실상 종원으로서의 지위를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할종과 다름이 없다"며 "피고 이사회의 2차 징계의결은 이 점에서도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이를 승인한 피고 정기총회의 징계처분결의도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1차 및 2차 징계의결과 징계처분결의가 무효라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이와 같은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피고의 고의 ·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A씨의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