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상가건물 철거할 정도 아니면 리모델링 이유 권리금 회수 방해 안 돼"
[임대차] "상가건물 철거할 정도 아니면 리모델링 이유 권리금 회수 방해 안 돼"
  • 기사출고 2020.10.21 10: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법] "새 임차인과 계약 거절한 건물주, 손해배상하라"

상가건물이 사용승인이 난 지 30여년이 지나 노후되었더라도 건물의 대부분을 철거해야 할 정도가 아니라면 임대인은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을 이유로 새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맺지 않는 방법으로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리모델링을 이유로 임대차 갱신 거절은 물론 새 임차인과도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에 제동을 건 의미 있는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정재오 부장판사)는 9월 8일 상가건물의 소유주인 A사가 "상가를 인도하라"며 임차인 B씨를 상대로 낸 소송과 B씨가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해 입은 손해액을 배상하라"며 A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9나2025323, 2025330)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해 입은 손해액 1억 9,822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피고는 원고에게 상가를 인도하고, 차임 상당액의 부당이득 8.263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씨는 2010년 7월경부터 서울 광진구에 있는, 1981년에 사용승인이 난 4층짜리 상가건물의 2층을 임차해 미용실을 운영해 왔으나, 2015년 8월 종전 임대인으로부터 이 건물을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새 임대인 A사는 2017년 5월 15일 B씨에게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며 임대차기간 만료일인 2017년 7월 8일까지 상가 2층을 인도하라고 통지했다. 상가건물이 노후 · 훼손되어 개보수 공사(리모델링 공사) 또는 재건축을 할 계획이라는 것이 A사가 통보한 임대차 갱신 거절의 이유였다.

B씨는 A사로부터 임대차를 갱신하지 않겠다는 통지를 받은 후 1주일쯤 지난 5월 23일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C와 "C가 B에게 상가건물 2층의 영업시설 일체에 관한 권리금으로 2억 8,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 권리금계약을 맺고, 이 임대차 권리금계약서를 첨부해 A사에게 C를 새로운 임차인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A사가 다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개보수 공사(리모델링 공사) 또는 재건축해야 하며, 전체 임대기간이 5년이 초과되어 계약갱신요구권이 없으므로, B에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에 관한 요구권이 없다"며 거절하고, 상가의 인도와 차임 상당액의 부당이득 8,200여만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자 B씨도 권리금 상당액인 1억 9,800여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상가건물 외벽에 있는 균열이 상가건물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거나 이로 인하여 심한 누수가 발생한다든가 일반적인 방수공사만으로는 이를 차단할 수 없다고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고, 상가건물 뒤편의 전선이나 지붕은 상가건물의 임차인들이 아니라 원고가 상가건물의 소유자이자 임대인으로서 유지 · 보수 ·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보이고, 그로 인한 어떠한 안전사고의 예방을 위해 대단위 공사가 필요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임대인으로서 상가건물의 대부분을 철거하기 위해 상거건물 2층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상가건물이 노후 · 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상가건물 뒤편에 전선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여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적이 있다는 것이나 기와지붕이 깨지거나 떨어져 나가 있다는 것은 원고가 상가건물에 대한 유지 · 보수 ·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낼 뿐, 이와 달리 위와 같은 유지 · 보수 · 관리를 제대로 하더라도 상가건물의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을 해야 비로소 예방할 수 있는 정도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는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시하고, "건축법상 개념에 비추어 보아도, 건물을 대수선 또는 리모델링한다는 사정이 곧바로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사가 상가건물이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음을 이유로 피고에 대하여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의 면제를 주장함과 아울러 상가건물 2층의 인도를 요구하면서도, 2017. 7. 18.경 D에게 지하 스포츠 마사지 점포를 임대하고, 상가건물 1층에서는 약국을 운영할 수 있도록 원고의 실질적 경영자의 친누나에게 입주를 허용했다"며 "상가건물이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그것도 원고의 실질적 경영자의 친누나에게 임대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이는 설령 D와의 임대차기간을 상가건물 1층 안경점의 임대차기간으로 정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A사는 B가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 B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했다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A사는 B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 B씨가 신규임차인과 약정한 권리금은 2억 8,000만원이었으나, 재판부는 감정인의 감정을 통해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2017년 7월 무렵 이 상가 2층의 권리금을 1억 9,822만 9,000원으로 인정했다.

증명책임은 주장하는 자에게

재판부는 이에 앞서 대법원 2018다284226 판결 등을 인용,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 나목의 규정에 의하여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가 면제되기 위해서는, 임대인이 목적 건물에 대한 통상적인 유지 · 보수행위를 제대로 했음에도, 이러한 행위만으로는 목적 건물의 노후 · 훼손 또는 일부 멸실 등으로 말미암은 안전사고의 우려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고,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을 해야 비로소 이러한 안전사고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으며, 목적 건물이 이러한 정도로 노후 등이 되었음을 통상적인 임차인이 목적 건물의 외관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거나, 이와 같이 외관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목적 건물의 기둥, 보, 내력벽이나 전기시설, 소방시설 등의 노후 · 훼손 또는 일부 멸실 등으로 말미암아 임대인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할 공사를 계획하고 그 공사의 내용과 시기 등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하여 임차인이 목적 건물에 위와 같은 정도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 각목의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