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슈팅게임 '오버워치' 자동조준 프로그램은 '악성프로그램' 아니야"
[형사] "슈팅게임 '오버워치' 자동조준 프로그램은 '악성프로그램' 아니야"
  • 기사출고 2020.10.1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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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정보통신시스템 기능 장애 증거 없어"

온라인 슈팅게임인 '오버워치'에서 목표물을 자동으로 조준해주는 프로그램은 정보통신망법이 금지한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0월 15일 오버워치에서 목표물을 자동으로 조준해주는 프로그램을 판매했다가 정보통신망법과 게임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모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2862)에서 이같이 판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민후가 1심부터 박씨를 변호했다.

박씨는 2016년 7월 18일경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오버워치 게임에서 상대방을 자동으로 조준하는 기능 등을 가진 프로그램인 'AIM 도우미'를 판매한다고 광고를 한 뒤, 이를 보고 연락한 사람으로로부터 4만원을 송금받은 후 'AIM 도우미'를 이 사이트 등에서 다운로드하게 했다. 박씨는 2017년 7월까지 이와 같은 방법으로 3,612회에 걸쳐 모두 1억 9,923만원을 받고 'AIM 도우미'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의 쟁점은 오버워치 게임에서 상대방을 자동으로 조준하는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48조 2항의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 1심은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고 판시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악성프로그램이라며 유죄로 인정,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하자 박씨가 상고했다. 정보통신망법 48조 2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 · 멸실 · 변경 · 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70조의2는 "48조 2항을 위반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임산업법 위반죄는 1심과 원심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되었고, 상고심에서 쟁점이 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먼저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2와 제48조 제2항은 악성프로그램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만으로 범죄 성립을 인정하고, 그로 말미암아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훼손 · 멸실 · 변경 · 위조 또는 그 운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용도와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의 설치나 작동 등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판매한) 프로그램은 '오버워치' 게임의 이용자가 상대방을 더욱 쉽게 조준하여 사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으로, 처음 사격이 성공한 다음부터 상대방 캐릭터를 자동으로 조준해 주는 기능을 하고, 게임의 이용자가 상대방 캐릭터를 처음 사격하는 데 성공하면 상대방 캐릭터 근처에 붉은 색 체력 바(bar)가 나타나는데, 이 사건 프로그램은 체력 바의 이미지를 분석한 다음 게임 화면에서 그와 동일한 이미지를 인식하여 해당 좌표로 마우스 커서를 이동시키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프로그램은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해당 이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되어 그 컴퓨터 내에서만 실행되고, 정보통신시스템이나 게임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자체를 변경시키지 않고, 정보통신시스템 등이 예정한 대로 작동하는 범위에서 상대방 캐릭터에 대한 조준과 사격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줄 뿐이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일반 이용자가 직접 상대방 캐릭터를 조준하여 사격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작업이 수행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프로그램이 서버를 점거함으로써 다른 이용자들의 서버 접속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서버 접속을 어렵게 만들고 서버에 대량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등으로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기능 수행에 장애를 일으킨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게임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여 무조건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2, 제48조 제2항의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악성프로그램 해당 여부는 판시와 같은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는 취지를 분명히 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지적하고, "다만 본 판결은, 이 사건에서 문제된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한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일 뿐, 온라인 게임과 관련하여 일명 '핵(hack)' 프로그램(게임 프로그램을 해킹하여 해독 · 수정할 수 있도록 불법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등의 행위가 형사상 처벌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과 별개로 게임산업법 위반죄 등에 해당될 수 있고, 이 사건에서도 게임산업법 46조, 32조 1항 8호 위반죄는 유죄로 인정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