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펌중 누가 먼저 들어올까
미국 로펌중 누가 먼저 들어올까
  • 기사출고 2007.04.1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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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Hastings, Akin Gump, DLA Piper 매우 적극적Orrick, O'Melveny & Myers 등 신중…중국과 비교도
한미간 FTA가 타결됨에 따라 미국 로펌의 국내 진출이 초읽기에 드러갔다.

법조 주변에선 국회 비준절차 등을 감안할 때 이르면 2008년 미국 로펌의 서울사무소가 문을 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미FTA 협상결과에 따르면, 협정은 두 나라의 국내절차 완료후 60일 이후에 발효된다. 법무부가 완전개방때까지 약 6년 이상의 적응기간이 남아있다고 설명하는 것도 다 이런 점을 감안한 계산이다.

국내 법률시장의 개방은 ▲1단계 미국 로펌의 한국내 사무소 설립 ▲2단계 국내 로펌과의 업무제휴 ▲3단계 국내 로펌과의 동업 및 동업 로펌의 국내변호사 고용 허용 등 3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따라서 즉각적으로 한국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미국 로펌이라면 일단 1단계 개방시기에 서울에 사무소를 열어 국내에 상륙한 후 단계별로 한국내 프랙티스를 진전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타결은 한국 시장 진출을 갈망해 온 미국로펌들에게도 큰 뉴스다. 협정 타결 소식에 고무되고 있는 미국 로펌들 분위기를 전하고 있는 로닷컴(www.law.com)인터넷 홈페이지.
과연 미국 로펌중 어떤 로펌들이 국내에 진출할까. 또 누가 먼저 사무소를 낼까.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유명 법률전문매체인 로닷컴(www.law.com) 4월6일자 인터넷판이 한미FTA타결후 고무되고 있는 미국 로펌들의 분위기를 상세히 타전했다.

이에 따르면 'Paul, Hastings, Janofsky & Walker', 'Akin Gump Strauss Hauer & Feld', 'DLA Piper'는 서울사무소 개설에 매우 적극적이다. 반면 'Orrick, Herrington & Sutcliffe', 'O'Melveny & Myers' 등은 당장 뛰어들 것 같지 않다는 게 로닷컴의 분석이다. 한국 관련 일을 많이 처리하고 있는 '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 'Simpson Thacher & Bartlett' 같은 뉴욕 로펌들은 코멘트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고 로닷컴은 전했다.

주로 홍콩사무소에서 한국 관련 일을 처리하고 있는 Paul, Hastings의 경우 협정이 발효되면 곧바로 서울에 사무소를 낸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로닷컴은 이 로펌 홍콩사무소의 김종한 미국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김 변호사는 캘리포니아의 주요 로펌에서 다년간 근무하다가 2002년 Paul, Hastings의 홍콩사무소로 옮겼으며, 한달에 두, 세번씩 서울과 홍콩을 오가며 한국 관련 일에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한국통 변호사다.

로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서울사무소가 생기면 비행기 등을 이용하는 데 따른 시간 절약은 물론 항공료와 호텔 비용 등을 절약할 수 있어 그만큼 고객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여행 관련 비용은 전액 고객에게 청구되고 있다"며, "서울사무소가 열리면 15~20%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사무소를 운영하는 데 따른 비용 소요 등을 따져볼 때 서울사무소의 개설이 반드시 수임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 할 대목이다. 국내에선 미국 로펌의 국내 진출이 수임료 인하로 이어진다는 의견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변호사들이 많다.

Paul, Hastings는 메릴 린치, 모건 스탠리, 월 마트 등 한국에 나와 있는 미국 회사들에게 자문하고 있으며, SK텔레콤, 삼성 등을 위해서도 일하고 있다.

"서울사무소 내면 15~20% 수임료 인하 가능"…국내선 회의적

Akin Gump에서 한국팀을 이끌고 있는 김석한 변호사도 서울사무소 개설이 고객들에게 유익할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의 시스템에선 변호사들이 고객을 돕기 위해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로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고객기업들은 상업적인 이슈에 부닥칠 때 변호사가 바로 옆에서 도와주길 바란다"며, "그것이 고객들에게 건설적이고 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kin Gump는 삼성과 현대를 대리한다.

그러나 즉각적인 서울사무소 개설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미국 로펌들도 적지 않다. 특히 미국 로펌중엔 거대한 중국시장과 이미 문을 열어 적지않은 성과를 내고 있는 일본시장과 비교해 한국사무소 개설의 손익을 따지는 측면이 없지 않아 더욱 주목된다.

Orrick의 아시아 담당 매니징 파트너는 "Orrick이 한국에 사무소를 열 즉각적인 계획은 없다"며, "Orrick이 삼성과 한국산업은행을 위해 일해 왔고, 앞으로도 한국 고객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것이지만, 현재의 위치에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또 한국에서의 기회를 환영하면서도, "Orrick이 3개의 사무소를 두고 있는 중국은 전혀 다른 규모"라고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내 사무소 개설이 한국을 포함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 전반에 대한 전략적 검토와 연계돼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더욱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곳에서 모든 것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Orrick은 중국 외에 일본, 대만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커다란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O'Melveny & Myers도 한국에 고객들이 있지만, 즉각적으로 한국사무소를 열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로펌의 아시아 및 국제 관련 업무를 경영하는 관계자는 "아마 우리가 선발대로 한국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현재로서는 중국과 일본에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있고, 그곳 시장들이 잘 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닷컴이 보도했다. 지금 당장은 중국과 일본에서의 성공이 더 큰 관심사라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미국 로펌들의 한국 진출은 신중하면서도 어느정도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Paul, Hastings의 김 변호사의 예측이 관심을 끈다. 그는 "한국은 약 100개의 로펌이 진출하고 있는 중국과는 다르다"며, "한국 관련 일을 하는 미국 로펌이라고 해 보았자 한 묶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