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공무원이 어촌계장에게 '본인 이름'으로 새우젓 보내게 해…뇌물수수 유죄
[형사] 공무원이 어촌계장에게 '본인 이름'으로 새우젓 보내게 해…뇌물수수 유죄
  • 기사출고 2020.10.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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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금품 직접 수수되지 않았어도 뇌물죄 성립"

도청의 수산과 공무원이 어촌계장에게 공무원인 자신의 이름으로 도의회 의원과 지인 등에게 새우젓을 보내게 했다. 뇌물죄가 될까.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9월 24일 김포어촌계장에게 공무원인 자신의 이름으로 해양수산부 공무원과 경기도청의 퇴직 공무원, 경기도의회 의원 및 지인들에게 새우젓을 보내게 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청 수산과장 A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12389)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과장 이름으로 새우젓을 보낸 김포어촌계장 B씨에 대해서도 뇌물공여 유죄 취지로 판단했다. 직접 금품을 주고받지 않았어도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경기도청에서 어민들의 어업지도, 보조금 관련 사업과 어로행위 관련 단속 업무 등을 총괄하고 있던 A과장은 2013년 11월경 B씨로부터 "선물을 할 사람이 있으면 새우젓을 보내 주겠다"는 말을 듣고 새우젓을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B씨에게 보내 주고 B씨로 하여금 이 사람들에게 자신(A)의 이름을 적어 마치 자신이 선물을 하는 것처럼 새우젓을 보내도록 했다. A씨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2014년 11월까지 329명에게 모두 11,186,000원 상당의 새우젓을 B씨로 하여금 보내게 하고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새우젓 1세트의 가격을 3만원으로 보아 여기에 개당 택배비 4,000원을 더해 뇌물액을 11,186,000원으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새우젓 1세트의 가격을 7,700원으로 보고 전체 뇌물액을 3,849,300원으로 줄여 인정했다.  

B씨는 재판에서 "김포어촌계에서 새우젓 조업사실 등을 홍보하기 위해서 선물을 보내는 과정에서 경기도청 수산과에서 알려준 명단의 사람들에게 보낼 때는 김포어촌계 명의로 보내는 것보다 A과장의 이름으로 보내는 것이 홍보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A과장의 이름으로 보낸 것으로, 이는 홍보 목적이지 A과장에 대한 뇌물공여의 목적이 아니다"고 주장했고, 1심은 뇌물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A과장의 수뢰와 B씨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뇌물죄는 공여자의 출연에 의한 수뢰자의 영득의사의 실현으로서, 공여자의 특정은 직무행위와 관련이 있는 이익의 부담 주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할 것이므로,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 등이 반드시 공여자와 수뢰자 사이에 직접 수수될 필요는 없다"고 전제하고, "피고인 B는 피고인 A가 지정한 사람들에게 A의 이름을 발송인으로 기재하여 배송업체를 통하여 배송업무를 대신하여 주었을 뿐이고, 위 새우젓을 받은 사람들은 새우젓을 보낸 사람을 B가 아닌 A로 인식하였으며, 한편 B와 A 사이에 새우젓 제공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존재하고 위와 같은 제공방법에 관하여 A가 양해하였다고 보이므로, B의 새우젓 출연에 의한 A의 영득의사가 실현되어 형법 제129조 제1항의 뇌물공여죄 및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고, 공여자와 수뢰자 사이에 직접 금품이 수수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B는 공소사실 기재 기간 이전인 2012년 11월경 A에게 전화로 "선물을 할 사람이 있으면 새우젓을 보내 주겠다"고 말하였고, 이후 A가 재직 중이던 경기도청 수산과에 새우젓을 보낼 사람들의 명단을 요청하여 수산과 직원으로부터 명단을 받아 A의 이름으로 새우젓을 택배로 발송했다. 당시 A는 위 새우젓을 받은 해양수산부 과장으로부터 감사전화를 받고 자신의 이름으로 새우젓이 발송된 사실을 알고서도 B나 김포어촌계에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B는 이후 공소사실 기재 기간에 같은 방식으로 경기도청 수산과에 명단을 요청하였고, 수산과에서 작성하여 준 명단에 기재된 사람들에게 A의 이름으로 새우젓을 발송했다. A는 2013년 11월경 수산과 직원에게 새우젓 발송 명단의 선정기준(퇴직한 경기도청 수산과 공무원, 경기도의회 의원, 해양수산부 공무원 등)을 지정하였고 위 직원으로부터 위 기준에 따라 작성된 명단을 보고받았다. 위 명단은 A의 승인을 받은 후 B에게 전달되었다. A는 2014년에는 B에게 보내는 명단에 직접 자신의 지인들을 따로 추가하기도 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