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현금 입금 없이 3천만원짜리 예탁금계좌 3개 개설한 새마을금고 전무…업무상 배임 등 유죄"
[형사] "현금 입금 없이 3천만원짜리 예탁금계좌 3개 개설한 새마을금고 전무…업무상 배임 등 유죄"
  • 기사출고 2020.10.09 09: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지법] "계좌개설 완료시 배임죄 기수"

울산지법 문기선 판사는 9월 10일 새마을금고 전무 재직 시 사실과 달리 돈이 입금된 것처럼 이사장 아들 등의 명의로 3,000만원짜리 정기예탁금계좌 3개를 허위로 개설하도록 지시한 울산 동구에 있는 새마을금고 이사장 전 모(여 · 58)씨에게 업무상 배임과 컴퓨터등 사용사기죄 등을 적용,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2020고정449).

전씨는 전무로 근무하던 2013년 4월 16일 당시 금고 이사장이었던 정 모씨의 지시를 받아 현금 입금 없이 정씨의 아들과 며느리, 조카 명의로 각각 3,000만원짜리 정기예탁금 계좌 3개를 개설하도록 부하직원에게 지시하여 직원들이 실제 현금 입금 없이 새마을금고 전산정보시스템에 마치 정 이사장의 아들 등 세 명이 각 3,000만원을 입금한 것처럼 허위의 정보를 입력하여 이들 명의로 각 3,000만원의 정기예탁금 계좌를 개설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른바 '무자원 거래'가 이루어지게 한 것이다.

전씨와 변호인은 "정씨의 아들, 며느리 명의의 정기예탁금계좌는 계좌를 개설함과 동시에 그 예금채권에 질권을 설정하면서 같은 액수의 대출을 실행함으로써 이 계좌에서 예금이 인출될 수 없도록 조치하였고, 나머지 조카 명의의 정기예탁금계좌는 개설 즉시 곧바로 취소하였다"고 주장했다.

문 판사는 그러나 "업무상배임죄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고 그러한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바, 여기서 재산상의 손해에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않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소위 '무자원 입금'을 통한 정기예탁금 계좌개설 행위가 완료된 이상 곧바로 피해자 금고가 계좌명의자에 대하여 예금채무를 부담하고, 계좌명의자들은 같은 액수의 예금채권을 취득하여 피해자 금고로부터 같은 액수의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이로써 이미 배임죄는 기수에 이르렀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그로부터 십여분 후 무자원입금 액수와 동일한 액수의 대출을 일으키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그 예금채권에 질권을 설정하였다거나(정씨의 아들, 며느리), 계좌개설로부터 약 3분 후 그 계좌 개설을 취소(조카)한 사실이 있으므로 손해가 없었다고 주장하나, 이는 이미 기수에 이른 범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씨의 아들, 며느리의 경우 위 질권설정시로부터 약 3달이 지난 2013. 7. 12.경에야 대출금회수채권과의 상계처리가 있었는바, 피해자 금고의 예금채무는 이와 같이 상당기간 존속한 점, 피고인은 정씨의 아들, 며느리, 조카 등이 현금 3,000만원을 입금한 사실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고, 피해자 금고에 약 20년간 근무해 온 사람으로서 거짓으로 3,000만원이 입금된 것처럼 정기예탁금계좌를 개설해줄 경우 곧바로 그 액수 상당의 예금채권이 발생하게 됨은 잘 알고 있었으므로 고의 또한 충분히 인정되는 점 등을 모두 종합해 보면, 업무상 배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문 판사는 양형과 관련,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 금고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전무로서의 지위를 저버린 채, 당시 이사장이었던 정씨와 공모하여 철저하게 금지된 소위 무자원입금을 지시한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않고, 따라서 비록 약 7년 전의 죄라고 하더라도 그 죄책을 가볍게 여길 순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득한 것은 없고, 사건 직후 피해자 금고가 예금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도록 나름의 조치를 취한 사정 등을 함께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