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커버스토리] "내가 꿈꾸어 온 재판은 용광로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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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20.10.1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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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구 대법관의 사법관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법적 가치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사회통합에 기여하겠습니다."(취임사 중 일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11번째 대법관인 이흥구 신임 대법관이 9월 8일 취임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취임식은 열지 않고, 취임사만 배포했다.

이 대법관은 취임사에서 "우리 사회에서 실현되어야 할 정의와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다짐하고,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소외되지 않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관은 서울대 재학 때인 1985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력의 첫 대법관이다.

6.29 조치 후 사시 응시

이 대법관은 1987년 6 · 29 조치로 특별사면과 재입학이 허용된 후 사법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였고, 1993년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로 임관해 법관의 길을 걸었다. 이 대법관은 사법시험에 응시한 것에 대해, 9월 2일 진행된 국회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1987년 6월 항쟁 후 우리 사회의 각 부분에서 민주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였다.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 되어 사회제도의 불합리를 하나씩 개선해 나감으로써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법관의 길을 선택하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구속되어 강압적인 수사를 받기도 하면서 조사자와 피조사자 모두의 인격이 극단적으로 무너질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며 "수사기록을 형식적으로 확인할 뿐 피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재판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깨닫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이흥구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이 대법관은 또 "저의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 때문에 정치적 편향을 우려하시는 분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경험으로 오히려 근로자나 사회적 약자의 삶과 사회현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어 편견 없는 재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원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이기도 했던 그는 이에 대해서도,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었다는 이유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제가 아는 우리법연구회는 재판의 독립과 바람직한 재판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학술모임이었다"고 소개하고, "우리법연구회의 성격은 고 한기택 대전고법 부장판사님의 말 속에 잘 나타나있다. 그분은 '목숨을 걸고 재판한다. 다른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진정한 판사의 삶이 시작된다'는 말로 법관의 자세를 일깨워 주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27년간 법관 생활을 하면서 내가 꿈꾸어 온 재판의 모습은 분쟁 당사자의 주장이 법정이라는 용광로에 여과 없이 투입되어 때로는 토론하고 때로는 타협함으로써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만들어 내는 살아 있는 재판을 하는 것이었다며, 한센병 환자들의 집단 거주 지역이던 부산 용호농장과 일반인 사이의 건물철거소송 재판을 소개하기도 했다.

용호농장 소송 조정으로 마무리

매번 재판을 할 때마다 환자들이 버스를 타고 법원으로 와서 재판을 방청하고 또 상대방 변호사에게 위협을 주기도 했던 이 재판을 담당했던 이 대법관은 오랜 기간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합리적 해결책을 찾음으로써 조정으로 마무리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법원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정성을 다하면 아무리 극한적인 대립 상황이라도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이 대법관은 경남 통영에서 1녀 2남의 막내로 태어나 3살 때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평생 근로자로 일한 어머니 손에 자랐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과 주변의 도움으로 통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그는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원희룡 제주지사, 나경원 전 의원 등과 동기다.

이 대법관은 1993년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임관해 2년 후 서울지법 판사로 자리를 옮겼으나, 1997년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로 발령된 후 줄곧 부산과 울산, 대구, 경남지역에서 근무한 지역법관 출신이다. 이 대법관도 "지역 법관 출신으로서 지역 법조의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사법부에서도 지역 분권의 가치가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 청문회 기록을 토대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 대법관의 주요 사법관을 요약해 소개한다.

◊사법부에 대한 비판=(광복절에 있었던 광화문집회를 허용한 판사에 대한 비판에 대해) 원칙적으로 사법부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고 판결에 대한 논평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판이나 논평이 돼야 되지 않는가 그런 원론적인 생각은 하고 있다.

◊사법 불신 개선방안=법원에서 파악하기로도 상소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 그 대책은 주로 1 · 2심, 하급심 재판을 강화하는 또 하급심 재판을 충실히 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재판을 충실하게 하는 방법으로는 사실조사나 변론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그런 것이 전제가 돼야 되지 않을까 싶고 또 하급심에도 지금 많은 사건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적정한 인원으로 사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인적 · 물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판결 이유를 가능한 설명하는 편이고 그렇게 재판을 해 오려고 애썼다.

판사들이 성심을 다해서 재판하고 또 재판절차도 투명하게 공개되고, 판결서의 공개나 이런 것처럼 절차, 판결의 내용 이런 게 국민들한테 제대로 전달되는 그런 방식으로 재판이 이루어져야 된다. 또 사법행정권이 남용된 것이 아니냐 하는 이런 의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사법행정권이 재판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을 그게 사법개혁의 형태로든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든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사법개혁=첫 번째는 1심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을 어떻게 충실하게 할 것인지의 문제 그리고 두 번째는 상고심 재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또 대법원의 역할에 맞게 할 수 있는지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사법행정권의 남용으로 나타난 그 사태를 수습하는, 사법행정권 자체를 다시 정리 정돈하는 그런 작업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법원의 민주적 통제=지금 대법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법행정회의, 이런 사법행정의 의사결정기구로서 사법행정회의를 추진하는 것이 일종의 민주적 통제에 관련된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역법관제=지역법관의 장점은 일단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해서 지역의 사정도 잘 알면서 재판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점은 지역에 있는 분들과의 유착 관계가 아마 문제가 되고 있고 그 부분이 지난번에도 문제가 돼서 지역법관제도를 폐지한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나름대로 지역법관제도의 장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고 지역의 법조인이나, 지역에 법관 외에 다른 법원공무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법조문화를 새로 형성하는 데는 지역법관이 나름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인지 감수성=성차별적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여성이 처하고 있는 사회적 여건들을 제대로 인식하에 거기에 대한 감수성을 갖춰야 된다 이런 취지로 이해를 하고 있다. 성폭력 예방교육 등 성인지 교육을 매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들을 조금씩 지적을 받기도 하고 또 사례들을 많이 언급해 주시니까 성희롱의 개념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교육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나 아동 성학대, 성폭력 관련돼서 진지한 반성이나 이런 내용을 감경인자로 적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취지의 논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성폭력 사건에서는 여러 가지 사유가 있고 현재까지는 양형인자 중에는 이 내용을 참작할 수 있는 사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양형위원회에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서 그 부분을 검토하지 않을까 싶다. 디지털성범죄에 대해서는 이런 부분이 감경 사유로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국가보안법 폐지=과거 역사에서 악용될 우려가 있었다고 알고 있고 그래서 국가보안법의 적용에 대해서 신중해야 된다는 논의가 있고 헌법재판소에서도 그런 취지에서 한정합헌 결정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후에 국가보안법 자체가 개정되기도 했다. 91년도 정도로 개정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폐지 의견부터 형법으로 편입해야 된다든지 아니면 대체입법으로 하자든지 이런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법원의 역할=내가 생각하는 법원의 모습은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서 그 생각 중에 가장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결론을 만들어 내는 그런 과정을 잘할 수 있도록 법원이 운영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재판도 그렇게 해야 되고, 사법행정도 그렇게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법원의 경우도 다양한 구성원들이 또 다양한 가치관들이 모여서 활발한 토론을 통해서 대법원이 앞으로 할 역할들, 즉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든지 권리 구제의 최종심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재로서는 대법원에서 상고심 사건이 너무 폭주하는 바람에 전원합의체로서 기능하는 부분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장애가 있고 그래서 그 부분, 상고심 제도 전반을 다시 검토해서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그런 부분이 지금 현안으로 돼 있고, 현재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의 특별위원회에서 그 부분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고 곧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런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참여재판=국민참여재판의 활성화에 동의한다. 국민참여재판은 지금 피고인의 의사에 의해서 참여재판이 주로 결정되게 돼 있다. 아마 참여재판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도 피고인이 본인의 유불리를 따져서 참여재판을 많이 신청하지 않기 때문에 그럴 것이고, 성범죄에 참여재판이 많이 선호가 되고 있다면 그것 또한 성범죄와 관련된 재판이 참여재판이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피고인이 그렇게 선택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드는데 구체적으로 실질적인 검증을 해 본 것은 아니라서 어떤 의견을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다. 살인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그 범죄의 중대성이나 이런 것을 따져 볼 때 참여재판을 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판사들의 샐러리맨화=전체적으로 법관이 과거에 비해서 직업의식이 투철하다든지 판사로서의 소명감이 투철해야 된다는 부분에서 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느끼기는 그런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신에 지금 현재 세태는 조금 예전과 달리 밤을 새고 일한다든지 이런 문화를 바꾸자는 쪽으로 전체적인 법원의 문화가 변화를 하고 있다. 그래서 워라밸 이야기도 그렇게 해서 나오는 것 같고, 그래서 직업의식의 부족이나 판사들의 샐러리맨화는 실제로 검증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판사들의 사기가 저하되었기 때문에 사건 처리가 안 된다 이런 부분은 제 개인적으로는 동의가 되지 않는 이야기다.

◊대법관 증원=대법원에서 대법관을 일정 수로 늘리는 것에 대해서 반대 의견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발의된 것처럼 대법관을 많은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대법원의 법령해석의 통일이나 이런 것을 하기 위해서는 전원합의체의 심리가 보장돼야 되는데 전원합의체 심리가 보장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증원이 돼야 되지 않나 그런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한 20명 안쪽 이 정도를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고 나도 그런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법대 높이=법대 높이를 낮추는 것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동의한다.

◊검찰의 문서송부촉탁 거부=문서송부촉탁이나 이런데 검찰이 불응해서 증거조사가 제대로 안 되는 이런 문제는 현실의 실제 재판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이 특별히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에 여러 가지 소송법적인 절차에서 입법을 통해서 해결해야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

◊증거개시제도 도입=증거개시제도의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1심 충실화의 방안 중에 증거 절차를 좀 더 폭넓게 하자라는 그런 방안들이 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판부에서 아마 그런 취지를 살려서 증거 절차에서 당사자의 의견을 좀 더 폭넓게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노동법원=노동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사건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노동사건을 전담할 법원을 만드는 논의는 계속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다만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제대로 아마 논의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법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수임제한기간 확대=공직퇴임변호사의 수임제한기간의 확대에 대해서 지금도 계속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 기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공직윤리법상 공직자의 경우 3년까지 취업이 제한되어 있으나, 법관으로 있다가 퇴직한 변호사의 경우 1년까지만 수임제한을 두고 있다)

◊북한의 개성공단 폭파=국가에서 손해배상 부분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형제 폐지=사형제 폐지에 대해서는 찬반의견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사형제로 인해 가지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또 우리 역사에도 그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예가 있기 때문에 사형제 폐지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같은 찬성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사형제가 폐지될 경우에는 대책으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이런 제도를 도입해서 흉악범이나 중대한 범죄에 대해 충분한 처벌이 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퇴임 후 계획=고위직 법관들이 퇴직 후 변호사 활동을 함으로써 여러 가지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차단이 돼야 되지 않느냐라는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 개인적으로도 청문회를 통과해서 대법관의 역할을 마칠 수 있게 된다면 영리활동과 관련된 변호사 활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그렇게 계획을 하고 있다. 6년 후를 예측해서 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지금 나름의 결심은 변호사 활동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영리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그런 결심을 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