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일본 수준 진출 예상해야"
"최소한 일본 수준 진출 예상해야"
  • 기사출고 2007.04.1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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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리 진출 채비…'스캐든, 압스' 등도 관심한국계 미국변호사들 삼투현상처럼 밀고 들지도
한미FTA타결의 파고가 몰아치고 있다. 곧바로 미국 로펌, 미국 변호사의 직접적인 경쟁에 노출되게 된 국내 변호사업계는 빅뱅을 앞두고 크게 요동치는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마다 개방이 몰고 올 변화의 향방을 예측해 보지만, 도상훈련으로 해답이 찾아질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개방의 실감은 커져가고 있다. 국내외 변호사들을 만나 국내 법률시장 개방을 둘러싼 여러 측면을 짚어 보았다.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서울에 있는 한 미국변호사에 따르면, 한국 관련 일을 많이 처리하는 미국 로펌인 '클리어리, 고틀립(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은 협정이 발효되면 곧바로 서울에 들어올 생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콩사무소에 나와 있는 클리어리의 한국계 변호사들이 일종의 마케팅을 위해 하루, 이틀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미 국내 출장가듯 홍콩과 서울을 오가며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론스타를 대리해 우리에게 더욱 유명해 진 '스캐든, 압스(Skadden, Arps, Slate, Meagher & Flom)'의 한 한국계 변호사는 뉴욕에서 서울로 날아온다. 그것도 짧은 일정으로 태평양을 건너 수시로 서울을 찾고 있다고 한다. 물론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 활동이 주된 목적이다. 스캐든은 홍콩과 동경에도 해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나, 뉴욕 본사에 있는 변호사도 서울을 오갈 만큼 한국 법률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로펌들이 얼마나 우리 법률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한 단면이다. 이들 미국 로펌들은 대개 한국 관련 사건을 처리하는 한국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팀엔 으레 유능한 한국인 미국변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 중에는 미국인들도 되기 어렵다는 파트너 변호사의 반열에 올라 있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다.

한미FTA협상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미국 로펌들에게 한국 법률시장은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 매력을 느낄만큼 상당한 규모의(sizable) 시장이 한국 법률시장이다.

한국 법률시장 작은 규모 아니야



전에 미국 로펌들이 영국 로펌들보다 한국 진출에 덜 적극적이라는 전언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개방의 불똥이 떨어진 지금 들리는 소리는 결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아마 클리어리를 위시해 상당수의 미국 로펌들이 서울에 둥지를 틀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미국의 개인변호사들이 한국 시장에 보이고 있는 관심도 상당하다. 특히 엄청난 수로 추산되는 한국계 미국변호사들이 그렇다고 봐야 한다.

유학과 이민을 통해 또는 사업이나 외교 활동 등을 위해 해외에 주재하는 부모를 따라 외국에서 공부한 수많은 한국계 미국변호사들에게 국내 법률시장 개방은 국내에서의 취업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측면이 없지 않다. 오래 전의 일이지만,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 한국계 외국변호사는 "어서 한국 법률시장이 열려 서울에 가서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해야 한다"고 반 농담삼아 얘기하기도 했다.

"시장이 열리면 무조건 (서울에) 들어올 겁니다."

서울에 있는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미국변호사는 서울 시내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변호사 후배가 한 말이라며, 국내 법률시장 개방을 기다리는 한국계 미국변호사들의 분위기를 기자에게 전한 적이 있다. 기자에게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비장한 의미로 들렸다.

삼투현상을 들어가며 국내 변호사업계의 분발을 촉구했던 한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의 지적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해마다 미국에서 엄청난 수의 한국계 미국변호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매년 1000명의 예비 법조인을 선발하는 우리와는 숫적으로 비교가 안됩니다. 국내 법률시장이 열리면 어떻게 될까요. 그들이 일종의 삼투현상처럼 국내로 밀고 들어오지 않을까요."

그는 그러면서 "나도 사법시험에 붙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법조 전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로스쿨을 도입하고, 변호사를 더 많이 뽑아야 한다"고 변호사들의 주류적인 입장과는 상반된 주장을 폈었다.

법무부가 준비중인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르면, 시장이 열린다고 개인변호사들이 무조건 국내에 들어와 간판을 내걸고 영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미FTA가 타결돼 법률시장 개방일정이 마련됨에 따라 지난해 11월29일 공청회가 열렸던 외국법자문사법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는 조만간 이 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29일 열린 공청회에서 법무부가 공개한 시안에 따르면 원자격국 즉, 미국에서의 3년 이상 업무경력이 요구되며, 미국변호사의 국내에서의 활동 유형도 제한된다. 기존의 미국 로펌의 분사무소 형태로 개설될 외국법자문사무소에서 일하거나 지금처럼 국내 변호사 사무실 또는 국내 로펌에 취업할 수 있을 뿐, 혼자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낼 수 없다. 또 외국 로펌의 분사무소가 아니면, 미국변호사 몇 명이 모여 외국법자문사무소를 내는 것도 안된다.

자격취득국에서 인정받지 못한 역량 미달의 외국변호사들의 유입을 방지하고, 신뢰성을 갖춘 외국로펌의 국내 진출을 유도하겠다는 게 법무부의 생각인 것이다. 최종 입법과정에서 이런 내용들이 바뀔 지 모르지만, 시안대로라면 미국변호사들은 국내외 로펌이나 한국변호사 사무실에 취업하는 형태로만 국내 진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제한에도 불구하고 미국 로펌, 미국변호사들은 한국 법률시장 진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미FTA협정이 발효되면 상당수가 한국에 사무소를 내거나 어떤 형태로든 진출하려 들 것이란 게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한 기자의 판단이다.

금융 전문으로 유명한 법무법인 평산의 김수창 대표변호사는 미국 로펌, 미국변호사들의 국내 진출과 관련, "상당한 관심들을 갖고 있다"며, "최소한 일본 시장 수준의 진출은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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