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PEF의 성장주기별 분쟁 양상과 시사점
[리걸타임즈 칼럼] PEF의 성장주기별 분쟁 양상과 시사점
  • 기사출고 2020.10.0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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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구조조정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던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인수 의향을 밝힌 투자자들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있어 최대 불안 요소 중 하나로 삼았던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지분 매각과 관련, 국내 대형 PE사들과의 소송에 관한 우발채무를 두산그룹이 부담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DICC 소송은 두산인프라코어 측이 투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 작업에 협조하지 않는 등 주주간 계약서상 약속한 부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DICC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들이 제기한 소송이다. 분쟁의 대상이 된 금액 자체가 원금 기준으로 7,000억원이 넘을 뿐만 아니라 PEF의 자금 회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쟁점에 관한 소송이어서 법조계뿐만 아니라 PE 업계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

끊이지 않는 PE 투자 관련 소송

DICC 소송 이외에도 '사원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퇴사한다'는 정관 조항이 문제 되었던 동부익스프레스(현 동원로엑스) 소송 건 등 PE사와 투자대상 회사 간의 대형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연한 귀결로 PEF와 관련한 판결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집적되고 있으며, 이에 관한 학계와 실무가들의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PE사의 실무진이나 PE사를 자문하고 있는 법조인들 입장에서는 PEF의 성장주기별 분쟁의 양상을 검토하고, 이에 맞춰 PEF를 운용하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배기완 변호사
◇배기완 변호사

PEF의 성장주기는 펀드조성(fundraising), 투자(investment), 투자관리 및 기업가치 증대(monitoring), 투자회수(exit), 펀드 해산 · 청산, 차기 펀드조성 준비 등으로 이루어진다. 단계별로 분쟁의 양상도 약간씩 다르다. ①펀드조성 단계에서는 부당권유나 자금조달에 관한 분쟁, ②투자 단계에서는 투자금 회수의 장치의 구체적인 효력에 관한 분쟁, ③투자관리 및 기업가치 증대 단계에서는 업무집행사원의 충실의무나 운용단계에서의 투자자 보호의무에 관한 분쟁, ④투자회수 단계에서는 이익보장약정이나 동반매도요구권 등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분쟁이 주로 제기되고 있다.

부정확한 정보 제공…배상책임 성립

우선 펀드조성 단계와 관련해서는 업무집행사원(General Partner)이 PEF에 유한책임사원(Limited Partner)으로 참여하려는 투자자들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사안에서 업무집행사원은 투자자들에게 저축은행 인수와 관련해서 인수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이 있기 때문에 해당 투자에 원금과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취지로 설명을 했는데, 해당 풋옵션 행사에 제약이 있었고, 그로 인해 투자자들은 손해를 입게 되었다. 대법원은 위 사안에서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설립 · 운용자는 사모투자전문회사의 투자대상과 투자방법 및 투자회수구조 등의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여 이를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한책임사원으로서 투자에 참여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고,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설립 · 운용자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주고 그로 말미암아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진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16796 판결), 부당한 투자권유에 대해 업무집행사원이 불법행위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뿐만 아니라 위 대법원 판결은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설립 · 운용자가 제공한 부정확한 정보로 인하여 투자자가 투자판단에 영향을 받아 손해를 입은 이상,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설립 당시에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한 경우는 물론이고 기존의 유한책임사원에게서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지분을 양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설립 · 운용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하여, 업무집행사원이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범위를 직접 투자권유를 받지 않은 투자자들에게까지 확대하였다. 업무집행사원들이 펀드조성 단계에서 투자대상 및 투자회수구조 등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그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투자권유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 판결이다.

선관주의의무 위반 인정

투자관리 및 기업가치 증대 부분과 관련해서는 운용단계에서의 투자자보호의무가 문제 된다. 위에서 살펴본 대법원 판결은 투자자보호의무와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판시를 했다. 해당 사안에서 업무집행사원은 풋옵션 이행 가능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고, 투자대상 저축은행의 경영 및 재무상황 등에 관해 관리 ·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 자체를 놓쳤다. 대법원은 이러한 주의의무 위반과 관련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업무집행사원인 피고가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재산을 운용하면서, 원고를 비롯하여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한책임사원으로서 투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가 있음에도, 투자대상회사인 A저축은행의 재무 및 경영에 대한 관리 · 감독을 소홀히 하고 적정한 시기를 지나 A저축은행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함으로써 위와 같은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업무집행사원에게 투자대상회사의 재무 및 경영에 대해 철저한 관리 · 감독을 해야 할 의무 및 투자회수 시점을 준수할 의무가 인정된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투자회수 단계와 관련해서는 투자회수의 구체적인 조건을 정한 주주간 계약이나 정관의 해석 등이 주로 문제된다. 앞서 예시한 DICC 소송에서는 주주간 계약에 정해진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와 관련한 협조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쟁점이 되었고(서울고등법원 2018. 2. 21. 선고 2017나2016899 판결), 동부익스프레스 소송에서는 사원 탈퇴와 관련한 정관 규정이 문제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9. 10. 18. 선고 2019나2002078 판결). 업무집행사원이 유한책임사원에게 풋옵션 형태로 실질적인 이익보장을 약속한 사안과 관련해서는 "업무집행사원이 직접적으로 이익보장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거래구조를 통해 이와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약정했다면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판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1. 11. 선고 2016가합518364 판결). 이와 같은 판결들은 안정적인 투자회수를 위해서는 펀드조성 단계에서부터 신중하게 주주간 계약 등 투자와 관련한 기본계약이나 정관을 적법하고도 정확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PEF 도입 16년

2004년 구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PEF가 국내에 도입된 지 벌써 16년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PE사들은 M&A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고, 기업가치의 제고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PEF 성장주기별 구체적인 사안에 관한 각급 법원의 판결 및 그 판결에 대한 연구과정에서 집적되고 있는 투자자보호의 법리를 통해 PEF 제도가 국내 자본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배기완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gwbae@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