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대학 시간강사의 강의 준비시간도 근로시간"
[노동] "대학 시간강사의 강의 준비시간도 근로시간"
  • 기사출고 2020.09.3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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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주당 15시간 미만 근로자 아니야 …퇴직금 주라"

대학 시간강사의 강의 준비나 성적평가 등에 소요된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보아 퇴직금 지급 대상 여부를 가리는 주당 근로시간을 계산해야 한다는 판결이 또 나왔다. 담당 강의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보아선 안 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박연주 판사는 7월 14일 한 국립대에서 시간강사로 근무했던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퇴직금청구소송(2019가단5230151)에서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가 아니라며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2,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조현진 변호사가 A씨를 대리했다.

A씨는 2013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6년 동안 국립대인 B대학 기초교육원 또는 교양교육원 소속 시간강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는 시간강사이므로 강의시간이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하는데, 원고가 퇴직금 지급대상으로 주장하는 기간 중 주당 강의시간이 15시간이었던 2014년도 1학기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원고가 강의를 담당한 시간이 모두 주당 15시간 미만이었으므로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2013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A씨의 주당 강의시간은 6시간∼15시간이었으며,  A씨는 강의를 한 마지막 학기인 2019년 1학기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주 12시간의 강의를 하고 그 대가로 시간당 89,000원의 강사료를 지급받았다. 강의가 없는 방학기간에는 강사료를 지급받은 바 없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4조 1항은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 다만,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판사는 먼저 "단시간 근로자 해당 여부는 실질적인 노무제공 실태를 감안하여 근로자가 실제로 제공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기간제 교원인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학기 중 강의배정 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강의를 준비하기 위한 연구, 자료수집, 수강생의 평가 및 그와 관련한 학생행정업무의 처리에 소요되는 기간 등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이 체결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근로계약이 실질적인 노무제공 실태와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고, 실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단시간 근로자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①원고가 피고에게 제공한 강의라는 근로는 그 업무의 성격상 필연적으로 강의를 준비하기 위한 연구와 자료 수집, 수강생의 평가 및 그와 관련한 학사행정업무의 처리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서 그 근로시간을 강의시간만으로 한정할 수 없는 점, ②피고는 B대학교에 근무하는 시간강사에 대한 운영지침을 마련하여 시간강사에게 담당 과목의 강의 이외에도 수업계획서 작성 및 입력, 시험 및 성적평가, 성적고지와 전산입력, 교육이수 등 학생 교육을 위해 B대학교에서 요청하는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의무 등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러한 강의 외의 의무 이행에 필요한 시간 역시 근로시간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이는 점, ③강의시간과 강의 준비나 학생 지도 등 앞서 본 강의 이외 업무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 모두를 근로시간으로 포함시키는 데에 있어 전임교원의 경우와 시간강사의 경우를 달리 볼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전임교원이 매학기 새로 개설되는 과목을 강의하거나 동일 과목이라도 내용을 달리 하여 강의를 한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시간강사에 대하여만 그러한 사정에 따라 근로시간을 달리 산정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오랫동안 유사한 과목을 강의하여 강의내용에 변경이 없다거나 다른 대학교에서도 강의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담당 강의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보아 원고가 그 산정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 소정근로시간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금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퇴직금의 액수와 관련, "퇴직금 제도를 설정하려는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하고(퇴직급여법 제8조 제1항), 여기서 평균임금이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에 따른 평균임금으로, 이를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하며, 위와 같이 산출된 금액이 그 근로자의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그 통상임금액을 평균임금으로 한다(퇴직급여법 제2조 제4호,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 제2항)"고 지적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여야 하는데, 원고가 2019. 8. 31. 퇴직하였고 2019. 6. 말경부터는 여름방학이어서 강의를 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퇴직일로부터 이전 3개월 동안 받은 임금 총액의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작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에서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통상임금액을 평균임금으로 하여 퇴직금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시간당 89,000원에 1주에 12시간 강의한 A씨의 30일간 통상임금 4,577,142원을 평균임금으로 하여 산정한 퇴직금 2,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