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건강상 이유로 학교 인근 식당에서 점심식사 하러 나가다가 부상…업무상 재해"
[노동] "건강상 이유로 학교 인근 식당에서 점심식사 하러 나가다가 부상…업무상 재해"
  • 기사출고 2020.10.0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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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사업주 지배 · 관리 벗어나지 않아"

경북 상주시에 있는 한 사립중학교의 교직원 A(56)씨가 2019년 7월 22일 낮 12시쯤 구내식당이 아닌 학교 인근의 외부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고 자전거를 타고 나가다가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을까. 사립학교 교직원연금공단은 "구내식당이 있음에도 임의로 학교 밖으로 이동 중에 발생한 사고로, 학교장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없는 사적인 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며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구지법 민사11부(재판장 주경태 부장판사)는 9월 10일 "사회통념상 원고의 업무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 · 필요적 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사업주의 지배 · 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 "원고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상 직무상요양비의 수급권자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2020가합201402). 대한법률구조공단이 A씨를 대리했다.

간암을 앓고 있는 A씨는 2017년 6월 30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고주파 열치료를 시행 받았으며, 2019년 10월 1일까지 항바이러스제 약물 요법을 받고 있었다. A씨는 기저질환으로 인해 이 병원으로부터 기름진 음식, 짠 음식 등에 대해 음식 조절을 권고받아 2018년 7월경부터 음식 조절을 위해 구내식당이 아닌 학교 인근에 있는 S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학교에 보고하고 학교장으로부터 허락받았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04두6549)을 인용, "휴게시간 중에는 근로자에게 자유행동이 허용되고 있으므로 통상 근로자는 사업주의 지배 · 관리하에 있다고 할 수 없으나, 휴게시간 중의 근로자의 행위는 휴게시간 종료 후의 노무제공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 행위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는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 · 필요적 행위라는 등 그 행위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 · 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0조 제1항은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하여 직무관련성을 요구하고 있고,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제33조는 '교직원의 직무로 인한 부상 · 질병 · 장해 · 사망에 대해서는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8조에 따른 급여를 지급한다'고 규정하여 마찬가지로 직무관련성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관한 위 판례는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제33조의 직무관련성의 판단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외부식당인 S식당에서 식사를 하고자 자전거를 타고 중학교 교문을 나가다가 사고를 당하였고, 사고가 점심시간인 12:00경 발생하였는바, 점심시간 중의 식사는 일반적으로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이 중학교에 직원들의 식사가 가능한 구내식당이 있었음에도 원고가 외부식당을 이용한 점을 들어 사고의 직무관련성을 부정하고 있으나, 원고가 2018. 7.경부터 이 중학교의 학교장에게 건강상의 이유로 외부식당에서 식사할 것을 보고하였고, 이를 허락받은 점, 이 중학교와 원고가 가고자 한 S식당이 도보로 약 10분 정도 소요되는 위치에 있어 점심식사를 마치고 휴게시간 내에 복귀하는 것이 충분한 거리로 보이고, 식사를 마친 후 학교로 복귀하는 것이 예정된 점, 이 중학교에 구내식당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를 비롯한 교직원들의 점심식사를 반드시 구내식당에서 하도록 제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유만으로 이 사고가 사업주의 지배 · 관리 영역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게다가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중학교의 교문과 매우 인접한 위치에 있어 물리적으로도 원고가 사업주의 지배 · 관리 영역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이기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산업재해보상법'상 판례가 '사학연금법'상의 직무관련성 판단에도 적용된 것"이라며 "사립학교 교직원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와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