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경쟁 대만업체로 이직하며 영업비밀 유출…대만업체도 벌금 5,000만원"
[형사] "경쟁 대만업체로 이직하며 영업비밀 유출…대만업체도 벌금 5,000만원"
  • 기사출고 2020.10.0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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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지원] "행위의 결과가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발생한 경우에 해당"

수원지법 안산지원 조준호 판사는 8월 26일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자동차용 LED 제품을 생산하는 A사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경쟁회사인 대만 업체 B사로 이직하면서 영업비밀을 유출한 사건과 관련, 부정경쟁방지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B사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2019고단3178).

2013년 10월 A사에 입사해 사업부장, 그룹장 등으로 근무한 김 모씨는 2016년 6월 퇴직한 뒤 영문 가명으로 2016년 7월 B사에 입사했다. A사에서 김씨에 이어 그룹장 대행으로 근무하던 손 모씨와 차장으로 근무하던 안 모씨도 김씨의 권유를 받아 각각 2016년 10월 B사로 이직했다.

김씨와 손씨, 안씨는 A사 재직 중 '기술자료 반출, 누설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하고, 매년 보안교육을 받았으며, 퇴사할 때에도 '입사 또는 재직시 작성한 서약서 등 준수를 확인하며, 업무와 관련된 사항이 포함된 일체의 정보는 회사에 반납한다'는 내용의 퇴직서약서에 서명하였으나, 손씨는 김씨의 권유로 이직을 결정한 후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찾아서 보내달라'는 김씨의 부탁을 받자, 2016년 9월 18일 자신의 집에서 무단 반출한 업무용 노트북으로 A사 시스템에 접속하여 A사의 영업비밀인 자동차용 LED 제품의 작업조건이 기재된 제조공정 파일을 열람하며 휴대전화로 촬영한 다음 2016년 10월경 김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고, 김씨는 B사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노트북에 이 휴대전화를 연결하여 이 파일들을 복제, 저장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안씨도 김씨의 부탁을 받고 2016년 8월 10일 A사 사무실에서 제조공정 파일을 업무용 노트북에 저장한 다음 노트북을 외부 반출한 뒤 집에서 휴대전화로 파일을 촬영하고 김씨에게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 등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B사도 양벌규정을 적용해 함께 기소했다.

B사는 재판에서 "외국법인인 피고인의 외국에서의 과실 행위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재판권이 인정될 수 없고, 김씨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판사는 그러나 첫 번째 주장에 관하여, "형법은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도 적용되는데(형법 제2조), 이는 실행행위 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 발생한 경우를 포함하는 것인바, 이 사건의 피해회사가 대한민국에 소재한 대한민국 법인이어서 행위의 결과가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피고인 B사가 김씨 등을 채용함에 있어 기존 회사의 영업비밀, 지적재산권 등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징구한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으나, 피고인 B사가 경쟁관계에 있는 피해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을 단기간에 채용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내용의 서약서만을 징구하고(더구나 김씨 등이 영어로 기재되어 있는 서약서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를 제대로 이해하였는지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이동식 저장매체를 사용하는데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아 김씨로 하여금 손쉽게 피해회사의 영업비밀 자료가 저장된 휴대전화를 피고인 B사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노트북에 연결하여 사진 파일을 복제, 저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두고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 판사는 "피고인 B사가 경쟁회사의 직원을 채용함에 있어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주의와 감독을 소홀히 한 것이 이 사건 발생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김씨가 취득한 피해회사의 영업비밀 중에는 피해회사가 생산하는 LED 제품의 원가 및 판매가에 관한 정보 등 중요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고, 그와 같은 정보가 피고인 B사의 영업 활동에 활용되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조 판사는 같은 날 김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손씨는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 안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2018고단3274).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