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실수로 '졸업 대학' 잘못 기재했다고 2년 뒤 근로계약 취소 무효"
[노동] "실수로 '졸업 대학' 잘못 기재했다고 2년 뒤 근로계약 취소 무효"
  • 기사출고 2020.09.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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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오기재 알았다고 근로계약 미체결 단정 어려워"

실수로 지원서에 졸업 대학을 서울에 있는 실제 졸업한 대학이 아니라 지방에 있는 대학원을 나온 대학으로 잘못 기재했다고 금감원이 뒤늦게 근로계약 취소를 통보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2016년도 신입직원 채용전형을 거쳐 금융감독원의 직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금감원이 2년이 지난 2018년 10월 A씨에게 '지원서상 졸업 대학 오기재는 채용전형 공고조항에서 정한 합격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근로계약 취소를 통보하자 금감원을 상대로 취소통보는 무효라며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하자 금감원이 항소했다. A씨는 서울에 있는 B대학을 졸업하였으나, 채용전형 당시 금감원에 제출한 지원서에 대학원을 나온 지방에 있는 C학교를 졸업하였다고 기재했다. 금감원은 채용전형 당시 '서류전형 및 필기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지원서 기재내용 또는 제출서류가 다르거나 허위로 판명될 경우 합격 취소 처리'된다고 공고했다(이 사건 공고조항). 

서울고법 민사38부(재판장 박영재 부장판사)는 7월 7일 "원고에 대한 근로계약 취소통보는 위법 · 무효"라며 금감원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2019나2057658).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A씨를, 금감원은 법무법인 지평이 대리했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공고조항을 지원자가 고의로 허위사항을 기재하였는지, 허위사항이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원서에 허위사항의 기재가 있기만 하면 근로계약을 해제 ·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그와 같은 해석은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의 해제 · 취소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피고 스스로 수립한 채용계획에 의하더라도 '지원서상 허위 · 오기재 등으로 서류전형 합격선에 미달하는 경우 불합격 처리'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실제로 그에 따라 피고가 학점 오기재자들에 대하여 '서류전형 합격선에 미달하는 경우'에 비로소 합격 취소결정을 해 온 것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사건 공고조항은 적어도 지원자가 허위사항을 기재한 경위, 허위사항이 근로자의 근로능력 및 진정성 · 정직성 평가에 미친 영향 등 고용 당시의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피고가 사전에 지원자의 허위사항 기재사실을 알았다면 해당 지원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또는 동일 조건으로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해제 ·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봄이 타당하며,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이러한 판단 아래,  "피고 제출의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졸업 대학 오기재 사실을 알았다면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동일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C학교 대학원(석사)를 졸업한 관계로, 지원서에 대학명과 대학원(석사)명을 기재하는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고 보이고, ㉯원고에게 C학교(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피고를 오인하게 할 의도가 있었다면, 지방인재 여부에 관하여 '해당'란에 표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움에도, 원고는 '해당사항 없음' 란에 표기하였으며, ㉰피고는 애초부터 지원자들에게 졸업증명서 등을 증빙서류로 내야 한다는 것을 공지했으므로, 졸업증명서를 위조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지원자들이 대학을 허위로 기재하였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으며, 원고도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이고, 이에 비추어 원고가 지방인재로서의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졸업 대학을 허위로 기재할 유인이 컸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지적하고, "위 각 사정을 고려할 때, 원고가 고의로 졸업 대학을 허위로 기재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채용전형 당시 '지방인재를 10% 내외 채용'할 예정이라고 공고하였는데, 원고는 서울에 소재한 B대학을 졸업하여 지방인재에 해당하지 않으나. C학교(학부) 졸업자는 이에 해당한다. 

이어 "㉮피고는 서류전형 및 필기시험 합격자에 대하여 증빙서류를 제출받아 이를 대조 · 검증한 후 오기재가 있다 하더라도, 올바른 기재에 따라 서류전형 점수를 다시 산정하여 합격 취소 여부를 결정해 왔는데, ㉯피고는 '서류전형' 단계에서 학교 성적, 영어 성적, 자격증, 자기소개서 항목만을 평가하고, '필기시험' 단계에서도 필기시험 점수만을 기준으로 합격자를 선정할 뿐, 위 각 단계에서 어떠한 대학을 졸업하였는지는 평가항목이 아니며 '지방인재'라는 이유로 가점을 부여하지도 않았고, 이 사건 채용전형 당시 서류전형 합격자 중 B대학교 졸업자는 전체 합격자의 3.5%로 적지 않은 점에 비추어, 원고의 졸업 대학 오기재가 근무능력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기 어려우며, ㉰원고가 고의로 졸업 대학을 오기재하였다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를 근거로 원고의 진정성 · 정직성에 부정적 평가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위 각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가 원고의 대학 오기재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 하더라도, 원고에 대하여 서류전형 및 필기시험 합격자 결정을 취소하였을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실제로 피고의 인사팀 직원은 원고의 대학명 오기재 사실을 발견하고도 원고에 대하여 합격 취소결정을 하자는 취지로 결재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