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구두 · 핸드백 업체와 위탁판매계약 맺은 백화점 매장관리자, 근로자 아니야"
[노동] "구두 · 핸드백 업체와 위탁판매계약 맺은 백화점 매장관리자, 근로자 아니야"
  • 기사출고 2020.09.2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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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회사에 대한 종속성 · 전속성 약해"

가죽제품 업체와 위탁판매계약을 맺고 백화점 매장에서 구두, 핸드백 등을 판매한 매장관리자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결이 또 나왔다. 이들은 매출실적에 따라 계약을 맺은 회사로부터 매달 수수료를 받았으며, 이 수수료에서 판매원의 급여, 일부 매장 운영비용을 지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박성인 부장판사)는 7월 17일 구두, 핸드백 등 가죽제품을 제조 · 판매하는 B사와 위탁판매계약을 맺고 2007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백화점 매장에서 B사의 상품을 판매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받는 매장관리자로 근무했던 A씨 등 5명이 B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소송(2018가합539167)에서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윤병관 변호사가 원고들을, B사는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대리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매출 목표와 경쟁사 대비 점유율 목표를 제시하고 매출 현황을 파악하거나 매출이 부진한 매장의 분발을 촉구하는 방법으로 목표 달성을 독려한 것으로는 보이나, (원고들이 피고와 맺은) 위탁판매계약은 '백화점의 퇴점조치 통보가 있거나 매장이 철수되는 경우', '매장 내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하여 백화점이 피고 회사에 원고들의 교체를 요구한 때' 내지 '본 계약 후 2개월 영업 월 평균 매출이 30,000,000원 이하일 경우'를 계약의 해지 사유로 정하고 있으므로, 피고 회사가 매출 목표를 제시하거나 목표 달성을 독려한 것은 원고들의 매장이 백화점에서 퇴출되는 것을 막거나 원고들과의 위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원고들의 매출 실적을 이유로 피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매장을 변경하거나 수수료를 삭감하는 등의 불이익을 준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따라서 목표 달성을 독려하기 위한 피고 회사의 조치를 곧바로 피고 회사의 지휘 · 감독권의 행사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회사는 원고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판매 가격, 할인 판매 대상, 할인 가격을 최종적으로 정하고, 원고들에게 상품의 진열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하였으나, 원고들은 제품의 판매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지급받지만, 피고는 제품의 소유자로 재고 발생이나 마진율에 따른 손해를 최종적으로 부담한다"며 "피고 회사로서는 원고들이 마진을 고려하지 않고 판매 금액만을 증가시키기 위해 저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방지할 수단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이므로, 그에 따른 피고 회사의 조치가 반드시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의 종속적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들이 피고 회사로부터 받은 수수료는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원고별 매장의 판매 금액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원으로 산정되었다. 수수료율은 피고 회사가 예상 매출액을 고려하여 원고들과 개별적으로 협의하는 방식으로 정해져, 원고별로 수수료율이 달랐다. 원고별로 수수료율을 정할 때 판매원의 급여가 고려되었으나, 수수료 자체는 원고들의 판매 금액에 연동하므로 수수료는 오로지 매출 실적에 따라 상한과 하한 없이 지급되었다. 원고들이 지급받은 수수료 액수는 원고들 상호 간은 물론 매출실적에 따라 매월 차이가 있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 회사로부터 받은 수수료에서 판매원의 급여, 일부 매장 운영비용을 지출하여야 하므로, 일정 정도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위 수수료를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일부 매장관리자에게 고정급이 지급된 적도 있으나, 이는 신규 매장에 대해 일시적으로 지급된 것이고 고정급은 3개월이 경과하면 수수료제로 전환된 것으로 보이고, 제한된 수의 매장관리자에게 한시적으로 지원금 또는 고정급을 지급한 예외적인 사정을 들어 수수료에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의 피고 회사에 대한 종속성 및 전속성의 정도가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상, 원고들의 기본급이 정해져 있지 않고, 피고 회사 소속 정규직 직원들과 달리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정들은 피고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위탁판매계약에 따른 백화점 매장관리자 업무의 본질과 무관하게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라 원고들의 노무제공 실질을 제대로 반영한 것일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