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양형부당 구체적 이유 기재 없으면 무거운 형 선고 불가"
[형사] "양형부당 구체적 이유 기재 없으면 무거운 형 선고 불가"
  • 기사출고 2020.09.2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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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뺑소니 운전자에 벌금형 대신 징역 6월 · 집유 2년 선고 잘못

검사가 항소장에 '양형부당'이라고만 적고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8월 27일 특가법상 도주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모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8615)에서 이같이 판시, 1심의 벌금 500만원보다 무거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전씨는 2019년 5월 8일 오후 6시 20분쯤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편도 2차로의 도로에서 벤츠 C220d 승용차로 아우디 A6 승용차를 들이받아 아우디 승용차 운전자와 동승자 등 3명에게 각각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수리비 약 8,782,763원이 들도록 아우디 승용차를 손괴하고도 그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는 또 이날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템타르타르산염과 클로나제팜 성분이 포함된 약물을 복용하고 벤츠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제44조에 따른 술에 취한 상태 외에 과로, 질병 또는 약물(마약, 대마 및 향정신성의약품과 그 밖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뺑소니 혐의를 유죄로 보고 전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으나,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약물을 복용하고 운전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1심의 무죄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과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의 양형부당 주장만을 받아들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이번엔 전씨가 항소심에서 형량이 높아진 점을 지적하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검사는 제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양형부당'이라고 기재하였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제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하여 적법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기재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원심은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으로든 직권으로든 제1심판결 유죄 부분의 양형이 부당한지 여부를 심리 · 판단할 수 없으므로, 제1심판결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 제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은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검사가 적법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제시하였음을 전제로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제1심판결의 양형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제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였고,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검사의 적법한 항소이유 기재 방식, 항소심의 심판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