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시험성적서 변조해 신고리 3 · 4호기에 불량 케이블 납품…한수원에 135억 배상하라"
[손배] "시험성적서 변조해 신고리 3 · 4호기에 불량 케이블 납품…한수원에 135억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0.09.1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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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위 · 변조 도와준 성능 검증업체엔 7% 배상책임 인정

시험성적서를 위 · 변조해 신고리 3 · 4호기에 불량 케이블을 납품한 업체가 한수원에 약 135억원의 손해배상을 하게 되었다. 시험성적서를 위 · 변조해준 내환경검증 업체에게도 일부 책임이 인정되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7월 23일 한수원이 불량 케이블을 납품한 전선 · 통신 케이블 제조 · 판매업체인 제이에스전선과 원자력기기 성능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 이들 업체의 임직원 등을 상대로 낸 손배해상청구소송의 상고심(2018다253031)에서 "제이에스전선은 원고에게 134억 9,900여만원을 지급하고, 이중 70억 700여만원은 새한티이피, 제이에스전선의 임직원, 새한티이피 직원 등이 연대하여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충정이 1심부터 한수원을 대리했다. 제이에스전선은 법무법인 광장이,  새한티이피 직원은 법무법인 다산이 1심부터 대리했다. 

신고리 3, 4호기 원자력발전소에 '안전등급 전력, 제어 및 계장 케이블' 등을 134억 9,900여만원에 납품하기로 한 제이에스전선은 납품기한 안에 성능시험에 합격할 자신이 없다고 판단되자, 케이블의 성능을 검증하는 업체인 새한티이피 직원과 함께 시험성적서를 위 · 변조해 성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케이블을 마치 정상적인 성능을 갖추고 시험계획서와 시험성적서대로 제작된 케이블인 것처럼 속여 한수원에 납품했다. 이 과정에서 제이에스전선은 열적노화 및 사고방사선처리조차 하지 않은 이른바 '생케이블'을 시험용 시편으로 보내 한 개를 제외한 나머지 시편이 모두 합격하였다는 시험성적서를 받았으나, 이 '생케이블'에 대한 합격판정은 LOCA 시험의 기본조건도 충족하지 못한 것이었고, 시험계획서와 다른 자켓 컴파운드를 적용한 것이므로 그 시험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2008년 12월 한수원과 제이에스전선이 맺은 납품계약 제4장 기술규격서에 의하면, 안전성등급 케이블은 LOCA 시험을 거쳐야 하며, 이러한 LOCA 시험은 사고방사선처리 및 섭씨 155에서 18일간 열적노화를 거친 노화(aged) 케이블 시편과 사고방사선처리를 거친 비노화(unaged) 케이블 시편을 동시에 시험하여야 한다.

이러한 허위 납품행위와 관련, 제이에스전선의 임직원과 새한티이피 직원은 특경법상 사기, 사문서위 · 변조 등의 혐의로 각각 기소되어 유죄가 확정되었다. 또 케이블 교체 공사가 이루어졌고, 한수원은 제이에스전선 등을 상대로 케이블 재시험 비용과 대체케이블 구입비용, 케이블 교체 공사비용과 조업중단으로 인한 손해 등 1,270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피고 제이에스전선은 시편 바꿔치기와 허위납품 등 사기행위를 한 임직원들의 사용자로서 이들이 각 케이블의 납품과 관련한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원고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새한티이피에 대해서도, "시험성적서 변조 등 불법행위를 한 직원의 사용자로서 직원이 각 케이블의 내환경검증 업무와 관련한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원고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사용자책임을 인정했다.

다음은 손해배상의 범위. 1심 재판부는 원고가 입은 손해를 1,001억여원으로 인정했으나, '불법행위에 기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청구에 대한 제이에스전선의 계약상 총 책임은 협력업체의 책임을 포함하여 총 계약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한다'는 납품계약 내용에 따라 제이에스전선의 배상책임을 134억 9,900여만원으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또 손해액 산정에서,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부품이나 지질 환경 등에서 조금이라도 안전성에 위해가 되는 사유가 발생하면 공사가 지연되거나 가동을 중단하게 되므로, 이 사건 각 케이블의 교체로 지연된 공사기간만큼 당연히 신고리 3, 4호기를 가동하여 전기를 생산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불량 케이블 교체를 위한 공사지연에 따른 조업중단 피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제이에스전선의 임직원들과 새한티이피 등에 대해서는, "원고가 지출한 대체케이블 구매 및 케이블 교체공사비용에는 허위납품행위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비용도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배상책임을 7%로 제한해 70억여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한수원이 "납품계약의 계약일반조건은 계약상 책임을 제한하는 규정일 뿐이고 불법행위 책임까지 제한하는 규정은 아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공급자의 책임이 제한되는 청구의 범위에 '불법행위에 기인한 손해배상청구'가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불법행위 책임도 책임이 제한된다고 판시,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