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 과징금 등 취소訴 항소심도 승소
[IT]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 과징금 등 취소訴 항소심도 승소
  • 기사출고 2020.09.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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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이용 제한 해당하나, 이용자 이익 '현저히' 해치지 않아"

페이스북이 2016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의 일부 접속경로를 국내에서 홍콩 · 미국 등으로 변경, 페이스북 트래픽 중 일부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물리자 이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1심과 달리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지 않아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김앤장 vs 광장 대리전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이원형 부장판사)는 9월 11일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소송의 항소심(2019누57017)에서 이같이 판시, 방통위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시정명령과 3억 9,600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앤장이 페이스북을, 방통위는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페이스북의 초기 홈 화면
◇페이스북의 초기 홈 화면

재판부는 먼저 "전기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는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용을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할 것인데, 원고가 국내 통신사와의 인터넷망 접속 관련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IP 트랜짓 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하여 페이스북 이용자의 네트워크 평균 응답속도를 지체시켜 많은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야기한 이상, 원고의 이러한 행위는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터넷 응답속도의 저하, 인터넷망의 불안정성 증가, 병목현상 등이 발생하여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지체하였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였음이 인정되기는 하나,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지체하였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에서 더 나아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42조 제1항 [별표 4] 제5호 (나)목 5)(이 사건 쟁점조항)에서 정한 '이용 제한'과 모법인 위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 제5호 후단 및 이 사건 쟁점조항에서 정한 '현저성'은 별개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현저성'도 충족되어야만 이 사건 쟁점조항에 의한 제재대상이 될 수 있다. 재판부는 "그런데 피고는 '현저성' 요건을 판단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되는 '정상기준'조차 제시하지 않았고,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근거에 의하여 '현저성' 요건을 증명하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원고가 제시한 객관적 · 실증적 근거에 의하면,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한 품질수준은 정상 범위 내에 있음이 증명될 뿐"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인터넷망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트래픽이 사전 예고 없이 다양한 경로로 전송되기 때문에 그 품질에 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고, 특히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접속서비스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ISP(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가 관리 ·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지, 원고와 같은 CP(콘텐츠 제공사업자)가 관리 ·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CP가 ISP로 직접 전송되는 트래픽 양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의 ISP와 다른 ISP 사이, 최종 ISP와 이용자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망의 트래픽 양이나 응답속도 등을 관리 · 통제할 수는 없으므로, CP인 원고로서는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하여 서비스 품질이 '어느 정도까지' 저하될 것인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ISP가 이용자들에 대하여 최저속도 보장 약관을 두는 경우는 흔하지만 CP가 이용자들에 대하여 최저속도 보장 약관을 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오히려 원고는 약관에 '페이스북이 언제나 방해, 지연, 결함 없이 기능할 것이라고 보장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지적하고, "현행 법령상 CP는 네트워크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야 할 의무 또는 접속경로를 변경하지 않거나 변경 시 미리 특정 ISP와 협의를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원고는 기존의 접속경로를 완전히 차단하고 새로운 접속경로로 전부 변경한 것이 아니라 그중 일부의 접속경로만을 변경하였을 뿐이고, 그 결과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 이후에 피고가 문제 삼고 있는 홍콩, 미국 등의 트랜짓을 통한 트래픽 일평균 전송량은 증가하였으나, 여전히 홍콩에서 직접 피어링 방식을 통하거나 IDC(Internet Data Center)를 통해서 트래픽이 계속 전송되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아가 "인터넷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 · 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고, 인터넷의 이러한 기능은 정보를 제공하는 CP가 있음으로써 더욱 고양될 수 있는데, 만일 CP에 대하여 서비스 품질과 관련하여 법적 규제의 폭을 넓혀간다면 CP의 정보제공행위 역시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CP의 법적 책임에 관하여 명확한 규정이 없는 이상, 이에 대하여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접속경로 변경행위 중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42조 1항이 시행된 2017년 1월 31일 전에 이루어진 부분에 대하여는, "처분의 근거법령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고 지적하고, "나머지 접속경로 변경행위(2016. 12. 8.자 SK브로드밴드에 대한 접속경로 변경행위 중 2017. 1. 31. 이후에 이루어진 부분 및 2017. 2. 14.자 LG유플러스 무선망에 대한 접속경로 변경행위)는 이 사건 쟁점조항에서 정한 '이용의 제한'에는 해당하나,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는 이상, 그에 대한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위법이 있고, 나아가 그 처분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도 있으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