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조현병 환자 흉기에 찔려 숨진 故 임세원 교수, '의사자 인정' 판결
[행정] 조현병 환자 흉기에 찔려 숨진 故 임세원 교수, '의사자 인정' 판결
  • 기사출고 2020.09.1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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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간호사들 대피시키다가 참변"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9월 12일 2018년 12월 진료하던 조현병 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진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부인이 "의사자로 인정하라"며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소송(2019구합80176)에서 "의사자인정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원이 원고를 대리했다.

임 교수는 2018년 12월 31일경 진료시간이 끝날 무렵 찾아온 조현병 환자 A씨를 진료하다가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사망했다. 이에 임 교수의 부인이 보건복지부에 고인을 의사자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당시 임 교수는 피신 도중 다른 간호사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도망가"라고 말하고 간호사와 범인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뒤를 돌아보다가 표적이 되어 참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임 교수는 A의 범죄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이 가중되는 것을 무릎쓰고 급박한 위치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 · 적극적 행위인 구조행위를 한 사람으로서 그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당하여 사망하였으므로,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의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설령 임 교수의 행위를 직접적 · 적극적 구조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상적인 구조행위에 해당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고, 임 교수가 구조행위를 개시한 직후 범행을 당하여 직접적 · 적극적 구조행위로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직접적 · 적극적 구조행위와 밀접한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원고를 대리한 법무법인 원의 김민후 변호사는 "유족은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인 어린 두 아들이 아버지의 죽음을 명예롭게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실제 사건이 발생했던 강북삼성병원 3층 현장에 방문하여 보니, 고인은 가까운 곳에 쉽게 피신할 수 있는 다른 통로가 있었는데도, 간호사들과 다른 환자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긴 복도 쪽으로 피신하면서 대피 지시를 하는 과정에서 범인에게 추격 당해 피살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동선을 동영상으로 재연하여 증거로 제출했는데, 재판부가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며 "고인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죽음'으로 인정되고 유족들이 '정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어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