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경쟁 사이트 채용정보 '무단 크롤링'해 게재…2,000만원 배상하라"
[지재] "경쟁 사이트 채용정보 '무단 크롤링'해 게재…2,000만원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0.09.0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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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저작권법상 DB 제작자의 권리 침해"

경쟁 채용정보 웹사이트에 게재된 채용정보를 허락 없이 크롤링(crawling)해 자사 웹사이트에 게재한 회사가 2,000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크롤링이란 다른 웹사이트를 방문하여 각종 정보를 기계적으로 복제한 후 별도의 서버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2013년 1월 설립되어 간호사 등 의료, 간호 직종을 전문으로 구인 · 구직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A사는, 2003년 9월 설립되어 채용정보 웹사이트를 운영하던 B사가 2015년 9월경부터 크롤링 방식으로 A사 웹사이트의 채용정보 등을 수집하고 그중 일부 정보를 가공하여 B사 웹사이트에 게재하자 B사를 상대로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2018가합528464)을 냈다. A사는 이에 앞서 2018년 3월 23일 B사에 A사 웹사이트에서 수집한 채용정보 제공행위에 대하여 항의하였고, B사는 그 즈음 이 웹사이트에서 A사 웹사이트 채용정보가 검색, 제공되지 않도록 하였으며, 2020년 5월 이 웹사이트의 서비스 제공과 운영을 종료했다. B사는 이 웹사이트 외에도 채용정보를 제공하는 여러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1부(재판장 이태웅 부장판사)는 7월 9일 "피고의 게재행위에 의하여 저작권법 제93조 제2항,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원고의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민후가 A사를, B사는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는 2015년 9월 14일부터 2018년 3월 23일까지 반복적으로 크롤링 방식에 의하여 원고 웹사이트의 취업정보가 있는 웹페이지의 HTML 소스를 복제하고 이를 색인 등 별도의 데이터로 가공한 후 피고 웹사이트에서 사용자가 검색어와 지역조건 등을 입력하면 검색어에 해당하는 검색결과를 제공했다. 사용자가 그 검색결과를 선택하면 일정한 내용의 채용정보를 제공하고, 화면의 하단에 출처를 표시하였으며, 해당 채용정보의 출처 웹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는 '상세정보 더보기' 링크를 제공했다. 2018년 3월 23일 피고 웹사이트에서 원고 웹사이트가 출처인 채용정보는 '간호사'로 검색한 검색결과가 3,671건, '간호조무사'로 검색한 검색결과가 16,079건이 각 조회되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는 각 구인업체 또는 구직자로부터 채용정보를 수집하고, 원고 웹사이트에 이를 직종, 근무 형태, 경력, 지역 등에 따라 분류하여 체계적으로 배열하고 구성함으로써 이용자가 개별적으로 그 채용정보에 접근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기준에 따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사실, 원고 웹사이트에서 그 개별 소재인 채용정보를 수집하고, 지속적인 갱신 · 검증 또는 보충 작업을 꾸준히 수행하면서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 웹사이트는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고, 원고는 그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①원고는 원고 웹사이트의 각 채용공고 하단에 동의 없이 재배포, 무단전재 및 크롤링을 할 수 없다고 안내한 점, ②피고는 피고의 해당 웹사이트 외에도 원고 웹사이트와 동종의 채용정보 웹사이트 두 곳 등 다른 웹사이트를 함께 운영하고 있고, 채용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피고 웹사이트와 보완적인 영업 관계에 있는 점, ③피고는 원고의 허락 없이 원고 웹사이트의 취업정보 등 데이터베이스를 피고의 영업에 이용할 목적으로 크롤링의 방법으로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가공하였고, 피고 웹사이트에서 간호직종 관련 채용정보 중 원고 데이터베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점, ④피고가 원고 웹사이트의 채용정보를 수집하여 피고 웹사이트에서 직접 제공하는 일정한 내용의 채용정보를 살펴보면, 직종, 모집인원, 급여조건, 고용형태, 근무지역, 위치, 근무시간, 복리후생, 경력사항, 모집기간 등 원고 웹사이트의 채용정보에 게재된 주요한 채용관련 상세 모집내용이 대부분 제공되어 이용자들로서는 출처 웹사이트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채용조건을 검토하여 그 지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보이는 점, ⑤원고 웹사이트는 메인 웹페이지에서 배너광고의 크기, 배치된 순서 및 위치 등에 따라 일정한 광고를 게재하여 수익을 얻는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 웹사이트에서 피고가 제공하는 '상세정보 더 보기' 링크를 통하여 원고 웹사이트의 해당 채용정보 페이지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원고 웹사이트의 배너광고가 있는 메인 웹페이지를 거치지 않는 점, ⑥취업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는 해당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취업정보의 양과 질, 방문자의 수나 이용시간이 영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는 별도의 마케팅비용 등의 지출 없이 피고의 영업에 이용할 목적으로 반복적, 체계적으로 원고 데이터베이스의 채용정보를 복제하여 대부분의 채용정보를 제공하는 게재행위를 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원고 데이터베이스의 통상적인 이용과 충돌하며, 그로 인하여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인 원고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쳤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 "이 사건은 원고의 주장과 제출한 증거를 종합해 보아도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피고의 게재행위로 인하여 침해된 데이터베이스의 대상, 수량 및 침해기간, 원고와 피고의 각 침해기간 동안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각 정도 및 추이, 간호직종 채용정보 및 전체 채용정보에 각 대비하여 각 침해정보가 게재된 비율, 원고가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무단으로 복제함으로써 등록시간, 구인업체의 개발 및 마케팅 등의 비용절감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 원고가 입은 손해액을 2,000만원으로 정했다. 

저작권법 126조는 "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125조의 규정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