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표절 운운하며 경쟁관계 직원이 운영하는 네이버밴드 비방글 게시…명예훼손 · 모욕"
[형사] "표절 운운하며 경쟁관계 직원이 운영하는 네이버밴드 비방글 게시…명예훼손 · 모욕"
  • 기사출고 2020.09.0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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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공의 이익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부동산컨설팅회사의 계열 경매회사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8년 7월 29일 다른 계열경매사 직원인 B씨가 운영하는 네이버밴드와 부동산을 다루는 또 다른 네이버밴드에 B씨가 운영하는 네이버밴드를 가리키며 '물건 권리분석도 자신 직접 쓰지 않고 타인이 쓴 책에서 완전히 베꼈네요. 고객에 대한 기만이고 사기네요', '베낀 것 빼면 본인이 작성한 것은 하나도 없네요', '토지전문가도 아닌 남의 글이나 훔치는 이중인격자입니다' 등의 글을 올려 형법 307조 1항의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7년도 계열사 통합시상식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었고, B씨는 2017년 8월경 입사한 사람으로서 A씨보다는 인지도가 떨어졌으나, B씨가 네이버밴드를 운영하면서 가입자가 2,000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게 되자, A씨가 지인의 휴대전화로 이 지인의 네이버밴드 명의 계정을 도용하여 글을 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변호인은 "명예훼손 관련 부분에 관하여는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되고, 모욕에 관하여도, 피해자의 저작권 침해사실을 적시하면서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정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다소 거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것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지인의 휴대전화로 타인 명의 계정을 도용하여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이 사건 각 게시물을 게재하였던바, 경쟁관계에 있던 피해자에 대한 객관적인 사회적 평판을 저해함으로써 반사적, 상대적으로 피고인 자신의 평가를 제고할 수 있는 이익을 기대한 것으로 볼 여지가 다분하고 그와 같은 동기 내지 목적이 부수적인 것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워 피고인이 각 게시물을 게재한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각 게시물을 게재하게 된 동기나 경위, 구체적인 표현방법, 모욕적 표현이 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전체적인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인이 각 게시물을 게재한 행위가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를 만족한다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고소인(B)은 부동산경매회사 직원으로서 네이버밴드를 운영하면서 부동산 관련 서적이나 신문 칼럼을 무단으로 인용하고 이를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게시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그와 관련한 문제제기가 있은 후에는 삭제하거나 인용한 저작물의 출처를 표기하는 등 수정한 것으로 보이고, 사건 당시까지 피해자의 밴드 게시된 피해자의 글 94개 중 3개의 글만 인용 여부와 원저자 표시 없이 무단 인용한 것으로서 저작권 침해 여부가 문제되는 상황이었고 나머지 91개의 글은 피해자의 저작물이었으므로, 피고인이 적시한 '피해자가 본인 저작물 없이 전부 타인 저작물을 베껴서 부동산 전문가인 척을 한다'는 취지로 기재한 사실은 진실이라고 보기 어렵거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그 주장과 같이 피해자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부동산경매 관련 피해자가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이 사건 각 게시물을 게재하였다면, 그 내용 중에 피해자에 대한 평가의 이유가 되는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게시자의 신원을 분명히 드러내어 피해자로 하여금 그러한 비판에 대해서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극복할 기회도 충분히 부여하였어야 하는데, 각 게시물 중에는 피해자에 대한 평가의 이유가 되는 객관적 근거 등이 적시되어 있지도 아니한바, 따라서 각 게시물의 공익적 성격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를 사기꾼, 이중인격자 등으로 표현하면서 그 저작물 전부가 타인 저작물을 무단으로 인용하였다는 취지로 각 게시물을 작성하였는바, 그 표현방법이 과장되고 다소 악의적인 점, 피해자가 부동산 경매관련 컨설팅 업무를 생업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모욕의 정도 등은 매우 크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형법 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위법성 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의 형량은 벌금 70만원. 이에 A씨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비록 부동산컨설팅업계에 진입한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 피해자가 부동산전문가인 것처럼 행세했다고 하여도 그것은 치열한 경쟁업계에서 자기 홍보의 한 수단일 뿐이고, 그것이 피고인이 표현한 것과 같이 '기만', '사기'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어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도 8월 13일 A씨의 상고를 기각, 벌금 70만원을 유지한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6262).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