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산재로 숨진 근로자 자녀 특별채용' 현대 · 기아차 단협 유효
[노동] '산재로 숨진 근로자 자녀 특별채용' 현대 · 기아차 단협 유효
  • 기사출고 2020.08.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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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합]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아니야"

업무상 재해로 조합원이 사망한 경우 직계가족 등 1인을  특별채용하도록 한 현대 · 기아자동차의 단체협약 조항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8월 27일 업무상 재해로 숨진 이 모씨의 부인과 자녀 2명이, 자녀 1명을 채용하라며 현대 · 기아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다248998)에서 이같이 판시, 특별채용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자녀 1명을 특별채용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차곤, 김상은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기아차는 법무법인 태평양, 현대차는 법무법인 화우가 각각 대리했다.

이씨는 1985년 2월 기아차에 입사해 23년간 금형세척 업무를 하다가 2008년 2월 현대차 남양연구소로 옮긴 지 6개월 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2010년 7월 사망했다. 이에 원고들이 근로복지공단 안양지사에 유족급여 등을 신청, 근로복지공단은 이씨의 질병이 기아자동차에서 근무할 당시 벤젠에 노출된 영향에 의한 것이라고 보아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정하였고, 원고들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유족급여와 장의비 등 11억 85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원고들은 또 회사의 단체협약을 근거로 주위적으로 기아자동차가, 예비적으로 현대자동차가 자녀 1명을 채용해줄 것과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기아차가 2억 3,6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현대 · 기아차 노사는 각각 '업무상 재해로 인해 조합원이 사망한 경우에 직계가족 등 1인을 특별채용한다'는 단협 조항을 두고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손해배상책임은 일부 인정했으나, 특별채용 청구는,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할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단체협약이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자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한 노사의 협약자치의 결과물이라는 점 및 노동조합법에 의해 그 이행이 특별히 강제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법원의 후견적 개입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조합원의 직계가족 등을 채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이러한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가 되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유나 경위, 그와 같은 단체협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과 수단의 적합성, 채용대상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의 유무와 내용, 사업장 내 동종 취업규칙 유무, 단체협약의 유지 기간과 그 준수 여부, 단체협약이 규정한 채용의 형태와 단체협약에 따라 채용되는 근로자의 수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용자의 일반 채용에 미치는 영향과 구직희망자들에 미치는 불이익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업무상 재해에 대해 추가적인 보상을 정한 것으로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하고, 노사는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단체협약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소중한 목숨을 잃어버린 근로자의 특별한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가족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보호 또는 배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규정으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여 실질적 공정을 달성하는 데 기여한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거나 우선채용하는 합의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들은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합의하였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유족을 채용해 왔으며,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결격사유가 없는 근로자로 채용 대상을 한정하고 있기도 하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들의 채용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들 노사는 1990년대부터 자율적으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단체협약에 포함시켜 왔는데, 헌법 제33조에 의해 인정되는 협약자치의 관점에서도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단체협약에 이 조항이 포함된 후 기아자동차는 유족 9명을, 현대자동차는 유족 52명을 특별채용하였으며, 기아자동차는 이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6년에도 2명의 유족을 특별채용했다.

이기택, 민유숙 대법관은 이에 대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는 상고기각 반대의견을 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