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신설된 산지 평균경사도 기준 적용해 태양광시설 불허 적법"
[행정] "신설된 산지 평균경사도 기준 적용해 태양광시설 불허 적법"
  • 기사출고 2020.08.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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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법] '평균경사도 기준 강화' 공익상 필요 커

태양광발전사업 허가절차를 진행 중 산지관리법 시행령에 태양광발전사업을 위한 산지 평균경사도 기준이 신설되자 이를 적용해 태양광발전시설 개발행위허가를 불허했더라도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허가 신청자들의 신뢰가 공익상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충북 영동군에 있는 임야의 각 일부 지분을 소유한 공유자들인 A씨 등 7명은, 이 임야 등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 · 운영하고자 2017년 7월 31일과 8월 8일 영동군에 태양광발전사업허가를 신청했으나, 영동군은 '인접 농지소유자 등의 반대와 개발에 따른 우천 시 농경지 피해 우려로 원활한 사업 수행이 어렵고 지역수용성이 낮아 전기사업법령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며, 주거밀집지역에서 500m 이내에 위치하여 영동군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불허처분을 내렸다. 여기에는 산지관리법과 관련하여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위해 편입되는 산지는 준보전산지로 산지관리법에 따른 제한사항은 없으나, 산지관리법 시행령에 따른 허가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는 검토의견이 부기되어 있었다.

A씨 등은 이 처분(선행 불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고, 법원이 2019년 5월 '선행 불허처분은 전기사업허가의 심사기준과 무관한 사항 또는 전기사업허가가 아닌 개발행위허가의 요건과 관련된 사항을 이유로 한 것이어서 재량권 일탈 · 남용으로 위법하다'는 이유로 선행 불허처분을 모두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영동군은 A씨 등에게 태양광발전사업허가처분을 내렸는데, 이 처분에도 산지관리법과 관련하여서는 선행 불허처분과 동일한 내용의 검토의견이 부기되어 있었다. 이에 A씨 등이 태양광발전시설 부지조성을 목적으로 한 개발행위허가를 영동군에 다시 신청했으나, '산지관리법 시행령 별표3의2에 의거 태양광발전시설을 일시 사용하려는 산지의 경우 평균경사도가 15° 이하여야 하는데, A씨 등의 임야 중 A씨 등이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한 부분은 평균경사도가 21.85° 또는 22.42°로서 부적합함'이라는 이유로 불허되자 영동군수를 상대로 개발행위허가불허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2019구합7527)을 냈다.

A씨 등은 "피고의 선행 불허처분 당시에는 산지관리법 시행령 별표 3의2에 따른 태양에너지발전시설 설치대상 산지의 평균경사도 기준이 없었는데, 선행 불허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8년 12월 4일에 이르러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위 기준이 신설되어 이 임야가 그에 저촉되게 되었다"며 "피고의 위법한 선행 불허처분이 없었다면 위 시행령 개정 전에 원고들에 대한 개발행위허가절차가 완료되거나 적어도 개발행위허가신청 또는 그에 따른 협의요청이 이루어져 개정 전 시행령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을 것임이 명백한 점 등을 고려하면, 개발행위허가불허처분에 있어서는 개정 전 시행령에 대한 원고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개정 시행령이 아닌 개정 전 시행령을 적용하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송경근 부장판사)는 그러나 8월 20일 "개정 전 시행령의 존속에 대한 원고들의 신뢰가 개정 시행령의 적용에 관한 공익상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에 대한) 개발행위허가불허처분에 있어서는 원칙에 따라 처분 당시 시행되고 있던 개정 시행령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개발행위허가불허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선행 불허처분이 법령상 근거가 없거나 위법한 기준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한 것이기는 하지만, 전기사업허가는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해당하는 점, 피고는 원고들의 선행 신청에 대하여 2개월여만에 선행 불허처분을 내렸고 그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자 6일 만에 선행 허가처분을 내리는 등 가능한 한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한 점, 개정 시행령은 피고가 선행 불허처분을 내린 후인 2018. 8. 6. 입법예고되어 2018. 12. 4. 개정 · 시행된 것으로서 피고에게 개정 시행령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동기나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선행 신청에 따른 처분을 지연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 시행령은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로 인한 산지 환경훼손, 토사유출, 주민 피해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산지일시사용허가 대상으로 전환하고 산지 평균경사도 기준을 강화한 것으로서, 이를 적용할 공익상 필요가 크다고 할 수 있고, 원고들은 선행 허가처분에 따른 전기사업허가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개발행위허가불허처분에도 불구하고 설치장소 변경허가를 받아 태양광발전사업을 할 수 있고, 설령 태양광발전사업이 무산되더라도 이미 취득한 임야의 지분을 매각하여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달리 원고들이 개발행위허가불허처분으로 인하여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며 "그렇다면 개정 시행령을 적용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이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원고들의 이익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인용한 대법원 판결(2012두23501 등)에 따르면, 행정처분은 그 근거 법령이 개정된 경우에도 경과규정에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처분 당시 시행되는 개정 법령과 거기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개정 전 법령의 존속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개정 법령의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적용이 제한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특히, 행정청이 신청을 수리하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처리를 지연하여 그 사이에 법령 및 기준이 변경된 경우에는 그 변경된 법령 및 기준에 따라서 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인데, 여기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처리를 지연하였는지' 여부는 법정 처리기간이나 통상적인 처리기간을 기초로 당해 처분이 지연되게 된 구체적인 경위나 사정을 중심으로, 개정 전 법령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행정청의 동기나 의도가 있었는지, 처분지연을 쉽게 피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