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한국어능력시험 대리응시시킨 중국인 유학생,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유죄
[형사] 한국어능력시험 대리응시시킨 중국인 유학생,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유죄
  • 기사출고 2020.08.2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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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응시자 확인 과정에서 적발

학사유학비자(D-2)로 한국에 입국한 중국 국적의 대학생 A는 국내 대학 학사 과정 수료를 위하여 외국인 유학생에게 요구되는 '한국어능력시험 4급'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2019년 1월 초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같은 중국인 B에게 대리시험 응시를 요청하였고, B가 이를 승낙한 다음 친구인 한국인 C(26 · 회사원)에게 대리응시를 요청하여 C도 이를 순차적으로 승낙했다.

C는 2019년 1월 13일 경산시에 있는 한 대학에서 시험감독 공무원으로부터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고, 마치 자신이 A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A의 외국인등록증을 제시한 다음 '제62회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하였다. C는 그러나 시험을 치는 도중 시험감독관이 신분증과 응시자의 실물을 대조하면서 신분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신분증의 사진과 C의 얼굴이 다르고, 본인 여부 확인을 위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여 대리응시가 적발되었다. 

대구지법 이성욱 판사는 8월 25일 공문서부정행사와 위계공무집행방해, 건조물침입 혐의를 인정, A, B, C 3명에게 각각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2020고단2756).

C와 변호인은 "피고인 C는 시험장에 입실하여 시험을 치르는 도중 시험감독관의 응시자 확인 과정에서 대리시험 응시가 적발되었고, 이후 시험감독관에게 사실대로 대리응시 사실을 알려 한국어능력시험을 마치지 못하였다"며 "피고인 C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그러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며,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 2009도8506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피고인 C가 피고인 A의 신분증을 제시하여 시험장에 입실한 후 한국어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한 행위는 시험감독관으로 하여금 응시자의 정당한 자격 유무에 관하여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는 위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피고인 C는 위와 같이 피고인 A의 신분증을 제시하여 시험장에 출입하여 실제 시험에 응시하기까지 하였으므로, 피고인 C가 시험을 마치지 못하여 성적을 취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C의 위와 같은 행위로 시험감독관의 시험감독업무를 방해하는 상태를 초래하였음이 분명하므로 한국어능력검정시험 감독업무 등에 관한 적정성 내지 공정성은 이미 방해되었다고 볼 수 있고, 실제 피고인 C가 시험을 마치지 못하였다거나 시험성적을 취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C는 위계로 한국어능력검정시험에 관한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할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양형과 관련,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한국어능력검정시험에 대리응시를 한 사안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않고, 이 사건 범행과 같은 대리시험은 일반수험자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명정대하게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시험평가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