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필로폰 양성반응 나왔다면 투약일시 · 방법 특정 안 했어도 유죄"
[형사] "필로폰 양성반응 나왔다면 투약일시 · 방법 특정 안 했어도 유죄"
  • 기사출고 2020.08.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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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투약 사실 충분히 인정 가능"

필로폰을 제조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고인에게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면 투약량이나 투약 일시 ·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더라도 필로폰 투약 혐의를 인정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중국 국적의 A씨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외국인으로부터 필로폰 제조 기술을 습득한 후 2019년 3월 중순경부터 4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필로폰 약 3,285.8g을 만들어 소지하고 2019년 4월 14일경부터 4월 28일까지 사이에 이중 일부를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가 "필로폰을 제조한 사실은 있으나 이를 투약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 재판에서는 A씨의 필로폰 투약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A씨가 현행범인으로 체포된 2019년 4월 28일경 A씨로부터 채취한 소변에 대한 간이시약 검사 결과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다. 그 후 이루어진 소변에 대한 예비실험 및 정밀실험 결과에서도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고, 모발에서도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으나, 검찰은 투약 일시, 투약 양과 투약방법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A씨를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필로폰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환경에 놓여 있었던 점과 적법한 절차에 의해 증거 채취가 이루어진 후 오류의 가능성이 매우 낮은 과학적 증거방법에 의해 피고인의 소변 및 모발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온 이상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투약 양 및 투약방법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투약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온 소변 및 모발의 채취일시, 피고인의 출입국 내역, 입국일인 2019. 4. 14.경부터 체포일인 2019. 4. 28.경까지 피고인이 계속하여 필로폰을 제조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위 14일의 기간 내를 범죄일시로 하여 기소한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정도로 특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필로폰 제조 · 소지 혐의와 함께 필로폰 투약 혐의도 유죄로 인정, 징역 12년과 추징금 1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필로폰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했기 때문에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온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필로폰을 제조하기 위해 원료를 넣고 물을 끓이는 과정에서 수증기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완전히 개방된 공간은 아니더라도 환기가 이루어지는 모텔 객실에서 투약의 의도가 전혀 없이 단순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를 간접 흡입하였다고 하여 완성된 필로폰을 의도적으로 투약하는 경우와 같은 성분이 체내에 흡수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도 필로폰 투약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으나, A씨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0년, 추징금 10만원으로 감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모발 감정 결과에 의하면 모근부위에서 약 12㎝까지의 절단모발 전부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는바, 평균적으로 한 달에 약 1㎝ 정도의 모발이 자란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피고인은 모발을 채취한 체포일 이전 약 12개월 동안 자라난 모발에서 모두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만약 피고인의 주장처럼 필로폰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연기를 우연히 흡입했을 뿐이고, 필로폰을 처음 제조해보는 것이며, 평소에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도 없었다면, 위와 같이 절단모발 전부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을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도 8월 13일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필로폰 투약으로 인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 향정신성의약품의 '투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7223).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