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스포티지 보닛 위에 올라탄 동료에 장난치려고 갑자기 제동했다가 영구장해…보험금 지급하라"
[보험] "스포티지 보닛 위에 올라탄 동료에 장난치려고 갑자기 제동했다가 영구장해…보험금 지급하라"
  • 기사출고 2020.08.2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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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영구장해 등 중대한 결과 인식 · 용인 못해"

자동차 보닛 위에 올라탄 직장 동료에게 장난을 치려고 차를 움직이다가 갑자기 급제동하는 바람에 이 동료가 보닛에서 떨어져 영구장해를 입었다. 대법원은 보험의 면책약관에서 정한 '고의로 인한 손해'로 볼 수 없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운전자가 영구장해까지 인식 · 용인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강 모씨는 직장 동료들과 전날 저녁부터 이어져 온 모임을 마치고 직장 동료들을 귀가시켜 주기 위해 다른 동료의 스포티지 승용차를 운전하게 되었다. 강씨는 2013년 12월 29일 오전 7시 57분쯤 화성시 능동에 있는 아파트 앞 도로에서 박 모씨를 먼저 내려주고 귀가하라고 한 후, 다른 동료들을 데려다 주기 위해 차량을 운전하여 가려던 중, 박씨가 차량을 가로막고 "술 한 잔 더하자"는 취지로 말하면서 차량 보닛 위에 올라타자, 박씨를 떼어 놓기 위해 차량을 서서히 움직이다가 박씨가 여전히 가해 차량에 매달려 있음을 알면서도 갑자기 제동하여 박씨는 보닛에서 굴러 떨어져 도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의 상해를 입었다. 박씨는 이 사고로 하지부전마비와 인지기능저하 등으로 도시일용노동자 기준 노동능력상실률 44%의 영구장해를 입게 되었고, 대소변, 식사 등 일상생활과 사회적 활동에 매일 성인 1인의 8시간 개호가 필요한 중증 의존 상태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박씨와 박씨의 부인과 자녀들이 강씨의 부인과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AXA손해보험을 상대로 10억 5,1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강씨의 부인이 AXA손해보험에 든 보험은 대인배상 Ⅰ 책임보험에 의하여 지급될 수 있는 금액을 초과한 부분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는 '다른 자동차 운전담보 특별약관'부 자동차보험이고, AXA손보는 가해차량의 대인배상 Ⅰ 책임보험자인 케이비 손해보험사로부터 장해등급 7급에 해당하는 보험금 4,000만원 등 보험금 6,000만원을 지급받았다. 강씨는 또 상해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박씨도 강씨가 귀가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가해차량에 스스로 매달린 잘못이 있다며 피고의 책임을 60%로 보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5억 9,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이 사고로 인한 손해는 (피고가 강씨의 부인과 맺은) 자동차보험의 면책약관에서 정한 '고의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여 피고는 면책되었다 할 것"이라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자 원고들이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그러나 7월 23일 원고 측의 상고를 받아들여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8다276799). 김동화 변호사가 원고 측을 대리했다. AXA손해보험은 법무법인 바로법률이 대리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자동차보험의 특별약관 제3조, 보통약관 제8조 제1항에 의하면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를 보험자가 보상하지 아니하는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고의 경위와 전후 사정 등에 비추어 피보험자가 피해자의 상해에 대하여는 이를 인식 · 용인하였으나, 피해자의 사망 등 중대한 결과에 대하여는 이를 인식 · 용인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망 등으로 인한 손해는 위 면책약관에서 정한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위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이때 사망 등과 같은 중대한 결과는 단순히 그 결과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가 의도한 결과와 피해자에게 실제 발생한 결과 간의 차이, 가해 차량 운전자와 피해자의 관계, 사고의 경위와 전후 사정 등을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씨와 원고 박씨는 직장 동료로 평소 장난을 자주 치는 친한 사이였고, 사고 당시에도 강씨는 원고 박씨와 장난을 치기 위한 의도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위와 같은 사정에 드러난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가 의도한 결과와 피해자에게 실제 발생한 결과 간의 차이, 가해 차량 운전자와 피해자의 관계, 사고의 경위와 전후 사정 등에 비추어, 가해 차량을 운전한 강씨로서는 원고 박씨가 차량에서 떨어지면서 어느 정도의 상해를 입으리라는 것을 인식 · 용인하였다고 볼 수는 있으나, 나아가 원고 박씨가 위와 같은 정도의 영구장해와 중증 의존 상태에 이르는 중상해를 입게 되리라는 것까지 인식하고 용인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고 박씨의 손해는 강씨의 고의에 의한 손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안에는 자동차보험의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