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중고차 사기단에 범죄집단죄 첫 적용
[형사] 중고차 사기단에 범죄집단죄 첫 적용
  • 기사출고 2020.08.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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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조직적 구조 갖추고 역할분담 따라 반복 범행"

중고차 사기단에 범죄집단죄를 적용한 첫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환송 후 판결에서 형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8월 20일 중고차 사기단 대표 전 모씨 등 22명에 대한 상고심(2019도16263)에서 범죄집단에 해당한다며 범죄집단조직 · 가입 · 활동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전씨 등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인천 송림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인터넷 중고차 광고사이트에 허위 또는 미끼매물 광고를 게재한 후 이 광고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사실과 달리 해당 차량에 하자가 있거나 추가로 납부할 대금이 있는 것처럼 거짓말하여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사게 하는 방법으로 수십차례에 걸쳐 중고차 구매를 희망하는 피해자들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이 피해자들에게 동원한 수법은 이른바 '뜯플', '쌩플' 수법으로,  '뜯플'은 '뜯고 플레이', '쌩플'은 '쌩 플레이'의 준말로 허위 또는 미끼 매물 중고차량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금 등 명목으로 돈을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구별된다.

검찰은 이들을 범죄단체로 보고 사기와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와 함께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 조직 · 가입 · 활동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으나, 1심 재판부가 사기와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범죄단체조직 · 가입 · 활동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하자 항소하면서 범죄집단 조직 · 가입 · 활동 혐의를 추가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사기와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결하자 검사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들이 범죄단체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범죄집단에는 해당한다고 보아 형법 114조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범죄집단 조직 · 가입 · 활동 혐의는 유죄라고 판단했다. 형법 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다만,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 범죄단체 조직 등의 범행과 범죄집단 조직 등의 범행을 함께 처벌하고 있다.

대법원은 "형법 제114조에서 정한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란 특정 다수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춘 계속적인 결합체를 의미하는데, '범죄단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전씨 등의) 외부사무실은 특정 다수인이 사기범행을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대표, 팀장, 출동조, 전화상담원 등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 즉 형법 제114조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전씨 등의 외부사무실에는 직원이 20명에서 40명 정도 있었고, 그 중 팀장은 3명에서 6명까지 있었으며, 외부사무실은 회사 조직과 유사하게 대표, 팀장, 팀원(출동조, 전화상담원)으로 직책이나 역할이 분담되어 있었다. 상담원은 인터넷 허위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건 손님들에게 거짓말로 외부사무실에 방문할 것을 유인하는 역할을, 출동조는 외부사무실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허위 중고차량을 보여주면서 소위 '뜯플' 또는 '쌩플'의 수법으로 중고차량 매매계약을 유도하는 역할을, 팀장은 소속 직원을 채용하고, 손님 방문시 출동조를 배정하며, 출동조로부터 계약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출동조가 매매계약 유도를 성공하면 손님들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는 역할을, 대표인 전씨는 사무실과 집기, 중고자동차 매매계약에 필요한 자료와 할부금융, 광고 등을 준비해 외부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팀장을 채용한 뒤 팀장으로 하여금 팀을 꾸려 사기범행을 실행하도록 하고, 할부금융사로부터 할부중개수수료를 받으면 이를 팀별로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대표 또는 팀장은 또 팀장, 출동조, 전화상담원에게 고객을 유인하고 대응하는 법이나 기망하는 방법 등에 대해 교육했다. 전씨 등은 외부사무실 업무와 관련하여 '텔레그램'을 이용한 대화방을 개설하여 정보를 공유하거나 각종 보고 등을 했으며, 외부사무실에서 이루어진 중고자동차매매계약은 모두 소위 '뜯플', '쌩플' 등의 사기 수법이 동원된 것이고, 정상적인 판매행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법이 2013년 4월 5일 법률 제11731호로 개정되면서 제114조에 '범죄집단'이 추가된 이후 '범죄집단'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며 "사기죄 등 외에 별도로 범죄집단조직죄 등이 성립되어 경합범 가중으로 형량의 상한이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환송 전 원심인 인천지법 재판부는 사기와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 대표인 전씨에게 징역 1년 4월을 선고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이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