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경마공원 경주로에 뿌린 소금으로 화훼 고사…마사회 책임 40%"
[환경] "경마공원 경주로에 뿌린 소금으로 화훼 고사…마사회 책임 40%"
  • 기사출고 2020.08.2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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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해소송은 무해 증명 못하면 가해자 책임"

한국마사회가 경마공원의 경주로에 결빙을 방지하기 위해 살포한 소금의 영향으로 피해를 입은 인근 화훼농원 운영자들에게 피해액의 40%를 물어주게 되었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과천시 주암동에 있는 '렛츠런파크 서울' 경마공원 주변에 있는 화훼단지에서 분재농원 또는 화훼농원을 오랜 기간 운영해온 장 모씨 등 5명이 2015년 12월경 한국마사회가 겨울철마다 경마공원에 결빙을 방지하기 위하여 살포한 소금으로 인하여 지하수가 오염되었고 오염된 지하수의 사용으로 분재, 화훼 등이 고사하였다고 주장하며 한국마사회를 피신청인으로 하여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환경분쟁 재정신청을 냈다. 그런데 한국마사회가 환경분쟁 재정신청 사건에 응하지 아니하고 장씨 등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내자 장씨 등도 마사회를 상대로 1인당 13억 6600여만원~37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맞소송을 냈다. 장씨가 운영하는 분재농원은 경마공원의 북측 경주로로부터 550m 정도 떨어져 있고, 나머지 4명이 운영하는 화훼농원은 200~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겨울철마다 경주로에 살포하는 다량의 소금이 경마공원 주변의 지하수에 도달하였고, 이에 따라 지하수의 염소이온농도가 과다하게 높아져서 이를 사용하는 분재 및 화훼농원의 농작물이 고사하는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원고는 소금 살포가 지하수의 염소이온농도 상승에 영향을 끼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거나, 피고들이 입은 피해가 원고가 살포한 소금이 아닌 다른 원인이 전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라며 "원고는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에 따라 피고들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분재 및 화훼를 재배 · 경작함에 있어서는 지하수의 수질뿐만 아니라 토양, 기온, 비료, 병충해 등 다양한 요소들이 그 생장과 고사에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고려, 원고의 책임을 40%로 제한하고, "원고는 피고 5명에게 각각 2억 7000여만원∼2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6월 25일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은 민법의 불법행위 규정에 대한 특별 규정으로서,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피해자가 그 원인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라며 "따라서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그 원인자는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에 따라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원고와 피고 장씨의 상고를 기각 또는 각하, 원심을 확정했다(2019다292026 등).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은 '환경오염의 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이라는 제목으로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자가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가해자의 가해행위, 피해자의 손해발생, 가해행위와 피해자의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한다. 다만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에 의한 공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반면에 기술적 · 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가해자에 의한 원인조사가 훨씬 용이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는 손해발생의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가해자가 어떤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 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가해행위와 피해자의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 적어도 가해자가 어떤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한 사실, 유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다는 사실,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한 사실, 그 후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가 여전히 부담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