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형벌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경우 위헌결정과 마찬가지로 그 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므로, 해당 조항이 적용되어 기소된 사건에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헌재가 국회에서 관련 법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고 했어도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다.
A씨는 2015년 5월 6일 국회 정문 앞 도로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해 집시법상 금지장소 집회참가 혐의와 해산명령불응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 제1호는 "국회의사당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3조는 "제11조를 위반한 자는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1심 판결 이후인 2018년 5월 31일 집시법 제11조 제1호 중 '국회의사당'에 관한 부분 및 제23조 중 제11조 제1호 가운데 '국회의사당'에 관한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보아 "집시법 제11조 제1호 중 '국회의사당'에 관한 부분 및 제23조 중 제11조 제1호 가운데 '국회의사당'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19. 12.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자, 항소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2019년 5월 헌재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해당 법률조항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고, 이에 따라 경찰의 해산명령도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금지장소 집회참가 혐의와 해산명령불응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국회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해당 법률조항을 개정하지 않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8도7562)을 인용, "헌법 제111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45조 본문에 의하면 헌법재판소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심판 · 결정할 수 있으므로,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된 이상 그 조항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에서 정해진 대로 효력이 상실된다"며 "그러므로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그 주문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되도록 하고, 그 이유에서 개정시한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그 다음날부터 법률조항이 효력을 상실하도록 하였더라도, 헌법불합치결정을 위헌결정으로 보는 이상 이와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7월 23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9도7837).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변형된 형태이지만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집시법 제23조 제1호는 집시법 제11조를 위반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집시법 제24조 제5호는 집시법 제20조 제2항, 제1항과 결합하여 집시법 제11조를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어 결국 집시법 제11조 제1호는 집시법 제23조 제1호 또는 집시법 제24조 제5호와 결합하여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을 이루게 되므로, 헌법재판소가 2018. 5. 31. 집시법 제11조 제1호에 내린 헌법불합치결정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본문에 따라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 그 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므로, 법원은 당해 조항이 적용되어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