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판매대행계약 맺은 백화점 판매원, 근로자 아니야"
[노동]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판매대행계약 맺은 백화점 판매원, 근로자 아니야"
  • 기사출고 2020.08.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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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매출 목표 달성 독려, 지휘 · 감독권 행사로 단정 불가"

삼성물산과 위탁계약을 맺고 백화점 매장에서 의류를 판매한 매장관리자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에 이어 이번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판매대행계약을 맺고 백화점 매장에서 구두 등을 판매한 판매원들도 근로자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7월 9일 김 모씨 등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입점한 백화점 매장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특정 브랜드 구두 등을 판매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받는 내용의 판매대행계약을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체결하고 백화점 판매원으로 근무했던 12명이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의 상고심(2020다207833)에서 이같이 판시, 김씨 등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세종이 항소심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를 대리했다.

1심 재판부가 "원고들은 피고와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매출 목표와 경쟁사 대비 점유율 목표를 제시하고 매출 현황을 파악하거나 매출이 부진한 매장의 분발을 촉구하는 방법으로 목표 달성을 독려한 것으로는 보이나, 원고들이 피고와 맺은 판매대행계약은 '원고들이 근무하는 백화점 자체 평가 기준에 미달되어 원고들의 근무가 불가능한 경우'나 '피고와 백화점의 계약이 해제, 해지 또는 종료한 때'를 계약의 해지 사유로 정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매출 목표를 제시하거나 목표 달성을 독려한 것은 원고들의 매장이 백화점에서 퇴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지적하고, "일정한 매출액과 점유율에 관한 부분은 이 계약이 지속되는 전제이자 피고뿐만 아니라 원고들과도 밀접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목표 달성을 독려하기 위한 피고의 조치를 곧바로 피고의 지휘 · 감독권의 행사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판매 가격, 할인 판매 대상, 할인 가격은 피고가 최종적으로 정하였으나, 원고들은 제품의 판매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지급받지만, 피고는 제품의 소유자로 재고 발생이나 마진율에 따른 손해를 최종적으로 부담한다"며 "피고로서는 원고들이 마진을 고려하지 않고 판매 금액만을 증가하기 위해 저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방지할 수단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른 피고의 조치가 반드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종속적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받은 수수료는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원고별 매장의 판매 금액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원으로 산정되었다. 수수료율은 피고가 예상 매출액을 고려하여 매장별 등급을 정한 후 판매 조력 인원의 급여, 매장 유지비 등을 감안하여 책정한 '기준 수수료율'을 토대로 원고들과 피고가 개별적으로 협의하여 정하는 방식으로 정해져, 원고별로 수수료율이 달랐고, 수수료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지 않았다. 원고별로 수수료율을 정할 때 판매 조력 인원의 급여, 매장 유지비 등이 고려되었으나, 수수료 자체는 원고들의 판매 금액에 연동하므로 수수료는 오로지 매출 실적에 따라 상한과 하한 없이 지급되었다. 실제로 원고별로 지급된 수수료뿐만 아니라 특정 원고가 지급받은 월별 수수료 사이에도 상당한 편차가 있었다. 원고들과 유사한 피고의 다른 브랜드 백화점 판매원에게는 2011년에 최소 약 월 2,700만원, 최대 약 월 1억원의 수수료가 지급되기도 하였다.

재판부는 "일부 백화점 판매원에게 판매 지원금 또는 고정급이 지급된 적도 있으나, 이는 신규 매장이나 매출이 저조한 매장에 대해 일시적으로 지급된 것이고 특히 고정급은 일정 기간이 경과하거나 지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수수료제로 전환된 것으로 보이고, 제한된 수의 백화점 판매원에게 한시적으로 지원금 또는 고정급을 지급한 예외적인 사정을 들어 수수료에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수수료율의 산정에는 판매 조력 인원의 급여 외에 매장 유지비도 반영되었지만,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판매 조력 인원의 급여와 마찬가지로 매장 유지비도 원고들이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처럼 원고들이 판매 금액에 연동한 수수료를 지급받고 지출 내역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었던 점 등의 사정은 결국 원고들 스스로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