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수급인이 안전모 안 쓴 채 컨테이너 문 열다가 물건에 부딪혀 사망…도급인 무죄
[형사] 수급인이 안전모 안 쓴 채 컨테이너 문 열다가 물건에 부딪혀 사망…도급인 무죄
  • 기사출고 2020.08.1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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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수급인 업무 관련, 안전조치 의무 없어"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6월 25일 수급인이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컨테이너 문을 열다가 물건에 머리를 부딪쳐 뇌출혈로 숨진 사고와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도급인인 C사의 여수사업소장 A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1233)에서 이같이 판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J사로부터 위탁받은, 무게 약 1톤의 반도체 폐세정액 용기 16개가 적재된 컨테이너를 여수흥국사역에서 전남 여수시 낙포단지길에 있는 J사 물품 하치장까지 운송하는 업무를 2015년 3월 4일 B씨에게 재위탁해 주었다. 그런데 B씨가 J사의 물품 하치장에서 J사의 하치장 관리책임자에게 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혼자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컨테이너 출입문을 열다가 운송 도중 흔들리면서 2열 2단으로 쌓은 자리에서 이탈하여 컨테이너 출입문에 기대어 있던 반도체 폐세정액 용기가 떨어지면서 B씨의 머리와 다리에 부딪쳤다. B씨는 이 사고로 외상성 뇌출혈 등의 상해를 입었고, 검찰은 A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에게 작업장 안에서는 습관적으로 안전장구를 착용하도록 하는 교육을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피해자에게 매달 안전교육을 시키지 아니하였다"며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가 "피해자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피해자의 업무를 지휘 · 감독하는 관계가 아니어서 업무상 주의의무가 없었다"며 항소했다.

검사는 B씨가 1심 판결 후인 2016년 6월 사망함에 따라 업무상 과실치상죄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그 죄명과 적용법조, 공소사실을 변경하고, 나아가 A씨의 안전장구착용 교육 미이행이라는 의무위반 외에 운송물품의 하차의 경우 하차장 책임자의 관리 및 지시 아래 작업하도록 교육할 의무의 위반을 추가하는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을 뿐이어서 피해자의 업무를 지휘 · 감독하고 그 안전을 책임지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08도7030)을 인용,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으나,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 · 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 · 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C사의 근로자가 아니라 자기의 책임과 위험 아래 운송업을 영위하면서 C사와 운송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C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인인 피해자의 업무에 관하여 안전교육 등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공소사실에서 운송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면서도 피고인이 운송업체의 안전교육을 담당한다거나 피해자에게 운송을 지시하였다는 부분은 도급관계에 대한 법적 성격을 오해한 것이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C사가 법령에 의하여 구체적인 관리 · 감독의무를 부담한다거나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 · 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피고인과 맺은) 운송계약 제6조 제1항에 따라 지정한 장소에서 화물을 인도받아 훼손, 멸실 등의 하자 없이 목적지까지 이를 안전하게 운송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므로, 도착 후 현장에 있는 J사 직원에게 도착 사실을 알려 컨테이너를 인계하는 것으로 C사로부터 위탁받은 운송업무가 종료되고, 컨테이너의 개함 및 화물의 하차에 관하여는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인데, J사의 직원에게 알리지도 아니한 채 화물의 내용과 성질, 그 위험성에 관하여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혼자서 컨테이너를 개함하다가 사고를 당하였는바, 이는 피해자가 C사로부터 위탁받은 업무의 범위도 일탈한 것이어서 그와 같은 영역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까지 피고인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