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1개월분 급여 주면 퇴사하겠다'…사직 의사표시로 보기 어려워
[노동] '1개월분 급여 주면 퇴사하겠다'…사직 의사표시로 보기 어려워
  • 기사출고 2020.08.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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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해고사유 · 시기 서면 통지 없었으면 부당해고"

병원 직원이 사직을 종용하는 병원 이사장에게 "1개월분 급여를 주면 퇴사하겠다"고 했더라도 이를 확정적인 사직의 의사표시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1개월분 급여를 수령했더라도 근로관계가 합의에 의하여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고,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면 해고는 무효라는 취지다.

상시근로자가 65명인 A병원의 이사장은 2018년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심사부장 B씨, 원무과장, 행정원장과 면담을 하면서 B씨에게 "같이 가기 어려울 듯하며 정리가 필요하다", 원무과장에게는 "병원 사정으로 인하여 운영이 힘든 상황이며, 나가 주는 게 좋을 듯하다", 행정원장에게는 "한 달 시간을 줄테니 다른 직장을 알아보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이에 B씨는 4월 20일 병원의 내과원장과 상담하는 자리에서 "4월 말까지 근무하고 1개월분 급여를 주면 퇴사하겠다"고 말하며 행정원장, 원무과장도 같은 의견이라고 말하였고, 내과원장은 이를 총무과장에게 전달했다. A병원은 4월 21일과 22일 원무과 사무실과 병원 전산 시스템 이전을 위한 공사를 하면서, B씨 등의 컴퓨터 및 개인 집기류를 병원 4층의 회의실로, B씨 등이 사용하던 책상은 옥상으로 각각 옮겨놓았다. B씨 등 외에 다른 원무과 직원들은 이 공사 이후에도 원무과에서 그대로 근무하였고, B씨 등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하여 2명의 직원이 임시로 원무과에 배치되었다. 병원은 4월 23일 출근한 B씨 등에게 4층 회의실에 있도록 하면서 아무런 업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A병원은 4월 25일 B씨 등에게 4월 급여와 추가 1개월분 급여를 더한 금액, 즉 B는 800만원, 행정원장은 900만원, 원무과장에게는 500만원을 지급하였고, B씨 등은 4월 26일부터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다. A병원은 B씨 등에게 합의서 또는 확인서의 작성을 요구했으나 B씨 등 참가인들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B씨 등이 2018년 7월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하자, A병원은 B씨 등에게 '병원은 B씨 등을 해고시킨 일이 없으므로 2018년 8월 6일부터 병원으로 정상 출근을 명한다. 과거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는 병원은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으며, 위 일자에 출근하지 않을 경우 징계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출근명령서를 발송했으나, 충북지노위는 'A병원의 출근명령은 B씨 등의 구제신청에 대응하려는 방편에 불과하여 구제신청 이익이 존재하고, A병원이 B씨 등과의 근로계약을 종료한 것은 해고에 해당하는데,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부당하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인용하고, A병원으로 하여금 원직복직에 갈음하여 원무과장에게 13,959,213원, 행정원장에게 23,191,749원, 심사부장 B씨에게 26,685,477원을 각각 지급하라는 금전보상명령을 했다. A병원이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B씨 등이 피고보조참가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서태환 부장판사)는 6월 11일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원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해고에 해당하며,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A병원의 청구를 기각했다(2019누65582).

재판부는 먼저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의 근로계약은 사용자인 원고의 일방적인 의사인 근로기준법상 해고조치에 의하여 2018. 4. 23. 종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병원의) 이사장은 2018. 4. 16.부터 같은 달 20.까지 참가인들과 면담을 하면서 '병원 사정으로 같이 가기 어렵다', '한 달 시간을 줄테니 다른 직장을 알아보았으면 좋겠다'는 등의 말을 하였고, 이에 행정원장 등이 스스로 사직서를 쓸 생각이 없으니 해고통보를 하라고 하자, 이사장은 총무과장을 불러 해고통보 대신 부서변경을 하라고 지시하였고, 이사장이 위와 같이 명시적으로 참가인들에게 해고통보를 하지는 않았으나 그 이후 인사발령이나 참가인들에 대한 통보도 없이 참가인들의 책상을 사무실에서 빼버리는 등의 조치를 취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사장이 참가인들에게 단순히 사직을 권고한 것이 아니라 참가인들의 사직을 종용하고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그 이후 참가인 B가 2018. 4. 20. 내과원장에게 '4월 말까지 근무하고 1개월분 급여를 주면 퇴사하겠다. 행정원장, 원무과장도 같은 의견이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인정되나, 참가인 B의 발언은 이사장의 사직의 종용, 압박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이고, 달리 참가인들이 자발적으로 사직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참가인들은 2018. 4. 23. 및 4. 24. 이사장에게 참가인 B가 위와 같이 말한 것은 해고통보에 따른 예고수당을 달라는 의미였고, 협의를 한 것이 아니라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이사장 등이 요구하는 합의서를 작성할 수 없다고 명확하게 말한 점, 참가인 B가 요구한 1개월분 급여는 근로기준법 제26조에서 정한 해고예고수당에 해당하는 금액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 B의 위 발언을 확정적인 사직의 의사표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참가인 B의 위 발언에 대한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참가인들에 대한 아무런 통보 없이, 병원의 공사를 이유로 참가인들의 책상과 개인물품을 원무과 사무실에서 빼내어 인터넷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병원의 4층 회의실에 옮겨 놓았고, 2018. 4. 23. 출근한 참가인들에게 4층 회의실에 있도록 하면서 아무런 업무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반면에 참가인들을 제외한 원무과의 다른 직원들은 공사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계속하였을 뿐 아니라 참가인들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한 직원들이 원무과에 배치되었고, 여기에 이사장의 위 발언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는 참가인들과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참가인들은 2018. 4. 25. 원고 측으로부터 4월 급여에 1개월분 급여를 더한 금액을 지급받고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았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금액의 수령은 해고예고수당을 받는 것임을 명확히 하면서, 원고 측이 거듭 요구하는 합의서의 작성을 끝까지 거부하였다"며 "여기에 앞서 든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들이 위 금원을 수령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원고와 참가인들의 근로관계가 합의에 의하여 종료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해고의 적법 여부.

재판부는 "원고가 실질적으로 참가인들을 해고하면서 그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참가인들에 대하여 한 해고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서면통지 절차를 위반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