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직장 상사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도 산재"
[노동] "직장 상사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도 산재"
  • 기사출고 2020.08.1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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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직접 업무에 관련된 것은 아니나 인과관계 있어"

직장 상사가 주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불안과 마비증상,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이 발생한 근로자가 또 다른 상사와 전화로 언쟁을 하다가 공황장애가 발생했다. 업무상 재해일까.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이창형 부장판사)는 6월 24일 강원도 고성에서 경비와 청소, 시설관리 등을 수행하는 용역회사에서 기계나 소방 설비 등의 관리 업무를 수행하던 기계팀장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9누65629)에서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산재라고 판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직장 상사로부터의 스트레스로 2017. 10.경부터 단발성 불안증상, 호흡곤란과 가슴통증, 마비 증상 등이 발생한 A씨는 2017. 11. 28.경 부장인 다른 직장 상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좋지않은 말을 주고받았고 서로 감정이 격해져 언쟁을 하였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있었던 A씨는 그 직후 처음으로 공황장애로 인한 발작 증상을 나타냈다. 이어 2017. 12. 11. 다시 공황장애로 인한 발작 증상이 나타나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A씨는 2017. 12. 19. 강원대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에 2018. 2. 12.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을 했으나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에 대한 심리학적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원고는 자신에게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하는 직장 상사들에게 노출되는 상황에서 공황장애를 경험하고 이와 함께 나타난 신체 증상들을 파국적인 것으로 오해석함에 따라 신체증상의 강도가 가중되고 임상적으로 고도 수준의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공황장애 발작 증상을 처음 보인 경위, 원고의 심리 상태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직장 내 상사들과의 관계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알 수 있고, 그것이 원고의 공황장애를 악화시켜 공황장애 발작 증상을 나타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후에도 그 증상은 계속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이른바 촉탁직 직원이었으나, 매해 재계약을 거쳐 같은 업무를 수행하던 중 별다른 정당한 이유 없이 2017. 12. 29. 재계약을 거부당하였다"며 "그 후 원고는 회사의 재계약 거부가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에 두통과 수면 장애를 경험하였고, 약을 먹지 않으면 몸이 떨리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등의 증상을 겪게 되었고, 부당한 해고를 당하였다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원고의 공황장애 증상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씨는 재계약 거부 통보 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 2018. 5. 4. 다시 회사에 복직하게 되었다. 그러나 회사는 강원도에 거주하는 A씨에게 서울로 출근하라고 명령하였고,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A씨에게는 그 자체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수밖에 없는 이 명령에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비록 원고가 공황장애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생물학적 요인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직장 내 상사들과의 갈등, 회사의 부당한 해고와 구제신청, 복지간 이후의 상황 등 일련의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상병이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고, 그 원인이 직접 업무의 내용과 정도 등에 관련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원고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또는 회사와의 고용관계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이상 원고의 업무와 상병의 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요양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