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2016년 태풍 '자바' 피해는 "기록적 강우 탓"
[손배] 2016년 태풍 '자바' 피해는 "기록적 강우 탓"
  • 기사출고 2020.08.0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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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침수 피해 아파트 주민 손배소 기각

2016년 울산에 내습한 태풍 '차바'로 사람이 사망하는 등 심각한 침수 피해를 본 울주군 반천강변의 아파트 주민 426명이 울산시와 울주군,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모두 17억 7,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2018가합25652)을 냈으나 모두 패소했다.

울산지법 민사12부(재판장 김용두 부장판사)는 7월 15일 "원고들이 입은 침수 피해는 시설물 관리에 하자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기록적인 강우로 인한 것"이라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고들은 대부분 위자료 300만원을 청구했으며, 일부 원고들은 차량손해 몇백만원을 함께 구하고 숨진 주민의 상속인들은 2억 1,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울산은 2016년 10월 5일경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권에 들기 시작하여 10월 5일 오전 1시쯤부터 오후 2시쯤 사이에 총 강우량 266㎜의 비가 내렸으며, 그중 10시 10분쯤부터 11시 10분쯤까지 1시간 동안 최대 강우량 104.2㎜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에 따라 원고들이 사는 반천 아파트는10월 5일 오전 9시쯤부터 아파트 동쪽에 있는 반천천이 월류하기 시작하여 오전 10시 30분쯤 아파트 정문이 침수되었고, 11시쯤부터 아파트 남단에 있는 태화강 제방이 미완성된 곳에서 월류가 시작되어 아파트 남쪽으로도 물이 흘러들어왔으며, 12시 30분쯤 최대침수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먼저 울산시와 울주군에 대한 청구와 관련,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아파트 남단에 위치한 태화강 제방의 미완성과 침수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들은 "아파트 남단에 위치한 태화강에 제방 일부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반천천의 수로 암거에 유송잡물이 쌓여있는 등 위 제방과 수로에는 설치· 관리상 하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침수 피해의 주된 원인은 계획빈도를 상회하는 강우량으로 볼 수 있고, 피고들은 하천기본계획(2009)에 따라 2012년부터 순차적으로 태화강에 제방 공사를 시행하였고, 당시 원고들의 아파트 인근 태화강에서 제방 공사를 진행하던 중이었다"며 "아파트의 동쪽에 있던 반천천이 범람하기 시작하여 아파트의 입구가 침수되었고, 그 이후 태화강이 범람하여 제방이 완성되지 않은 부분을 통하여 아파트 입구 쪽으로 물이 흘러들어 왔던 것으로 보이는바, 아파트 남단에 위치한 태화강 제방의 미완성이 침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대암댐의 비상여수로 설계시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대암댐 관리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민법 758조 또는 750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청구에 대해서도, 피고 공사가 설치 · 관리한 대암댐의 비상여수로에 하자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대암댐의 안정성 미흡 등에 대하여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대암댐 관리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 공사는 이상홍수가 유입될 경우 대암댐의 저수지 수위가 댐 마루 표고를 초과하는 것으로 검토되어, 대암댐의 방류능력을 높이기 위하여 비상여수로를 설치하였다"며 "대암댐의 방류능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수문설치, 기존 여수로 확장, 파라페트설치안 등이 다양하게 검토되었으나, 최종적으로 현재와 같은 비상여수로를 설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비상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하지 않고, 자연조절방식의 월류형으로 설계한 것은 대암댐의 유역면적, 홍수도달시간, 수문조작에 소요되는 통제시간과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인용한 한국방재안전학회 보고서에 의하면, 비상여수로의 위치를 기존 여수로가 있는 둔기천에 설치하는 것을 가정할 경우 오히려 침수량이 증가하고 피해상황이 일부 증가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 한국방재안전학회 보고서, 한국수자원학회 보고서에 의하면, 사건 당시 대암댐에 비상여수로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를 가정한 결과, 대암댐의 기존의 여유고 1.64m를 훨씬 초과하여 여유고가 0.96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대암댐 유역에 내린 비는 1시간 강우량으로 볼 때 200년 빈도를 훨씬 넘어서는 강우량이지만, 추가 건설된 비상여수로로 인하여 댐의 안전에 문제가 없이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국방재안전학회 보고서에 의하면, 계획빈도 조건에서 평균 침수심을 분석한 결과 비상여수로 설치 및 태화강 제방 미완성의 경우 0.3m, 비상여수로 미설치 및 태화강 제방 미완성의 경우 0.2m의 값으로 분석되어, 계획빈도 조건에서 비상여수로 설치가 이 사건 아파트 피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평가하였다"며 "침수의 주된 원인은 계획빈도를 상회하는 기록적인 강우로 볼 수 있는데, 비상여수로를 통한 방류수와 태화강 상류부의 유량이 제대로 소통되지 못하고 수위상승을 유발하여 침수에 일부 영향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손해를 피고 공사가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결국 피고 공사가 설치 · 관리한 대암댐의 비상여수로에 하자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위 비상여수로 설치 · 관리에 하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가 원고들의 침수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