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모텔 가자'며 후배 여직원 손목 잡아끈 직장 상사…강제추행 유죄
[형사] '모텔 가자'며 후배 여직원 손목 잡아끈 직장 상사…강제추행 유죄
  • 기사출고 2020.08.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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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적인 동기 내포…추행 고의 인정돼"

직장 상사가 회식이 끝난 뒤 모텔에 가자며 후배 여자 직원의 손목을 잡아끈 행위는 강제추행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7년 7월 6일 0시 1분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지하철 5호선 발산역 부근 골목길에서 직원 회식을 마친 후 같은 회사 경리 직원인 B(여)씨와 단둘이 남게 되자 B씨에게 모텔에 같이 가자고 하였고, 이에 B씨가 거절하였음에도 계속하여 "모텔에 함께 가고 싶다, 모텔에 같이 안 갈 이유가 뭐가 있냐"는 등의 말을 하며 강제로 B씨의 손목을 잡아끌어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7년 7월 12일 오후 2시쯤 서울 강서구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책상에 앉아 일하고 있던 B씨의 뒤로 다가가 자신의 몸을 B씨의 몸에 밀착시킨 후 "어때 떨려? 두근거려?, 왜 입술을 자꾸 핥고 깨무느냐"는 등의 말을 속삭이며 갑자기 컴퓨터 마우스를 쥐고 있던 B씨의 오른쪽 손등에 자신의 오른손을 올리는 방법으로 손을 만져 강제로 추행하고, 같은 해 10월 24일 오후 8시 40분쯤 화로구이집에서 직원 회식이 끝날 무렵 B씨가 앉아 있던 의자 뒤로 다가와 B씨에게 몸을 밀착시키며 "2차 가요"라고 말하며 B씨의 어깨, 허리 부위를 계속 손으로 만진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40시간, 아동 · 청소년 관련기관 등 취업제한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회사 사무실에서의 추행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2건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해 형량을 벌금 300만원 등으로 낮췄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모텔에 가자며 손목을 잡아끈 행위에 대해, "피고인이 접촉한 피해자의 신체부위는 손목으로서 그 자체만으로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부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모텔에 가자면서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끌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성희롱으로 볼 수 있는 언동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강제추행죄에서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회식 자리에서 B씨의 어깨 등을 만진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 판결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그러나 7월 23일 모텔에 가자며 손목을 잡아끈 행위는 강제추행 유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9도15421). 

대법원은 "피고인은 피해자와 단둘이 남게 되자 모텔에 같이 가자고 하였고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였음에도 모텔에 가고 싶다면서 강제로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끌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위와 같이 피고인이 모텔에 가자고 하면서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끈 행위에는 이미 성적인 동기가 내포되어 있어 추행의 고의가 인정되고, 더 나아가 피해자를 쓰다듬거나 피해자를 안으려고 하는 등의 행위가 있어야만 성적으로 의미가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접촉한 피해자의 특정 신체부위만을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지 여부가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회사에 입사한 지 약 3개월 된 신입사원이고, 피고인은 피해자와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장 상사인 점, 피고인은 피해자를 포함한 동료 직원들과 함께 밤늦게 회식을 마친 후 피해자와 단둘이 남게 되자 모텔에 가고 싶다면서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끄는 행위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일반인에게도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추행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추행행위와 동시에 저질러지는 폭행행위는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으므로, 비록 피해자가 이후에 피고인을 설득하여 택시에 태워서 보냈다고 하더라도 강제추행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2017년 10월 24일 회식 자리에서의 추행에 대해서는 검사의 상고를 기각,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