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공부방법론 책 중 '이미 알려진 내용'은 저작권 보호 대상 아니야
[지재] 공부방법론 책 중 '이미 알려진 내용'은 저작권 보호 대상 아니야
  • 기사출고 2020.08.0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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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창작성 없어…책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

공부방법에 관한 책을 썼더라도 책 내용 중 기존에 알려진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은 독창성을 인정할 수 없어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그러나 '벼락치기 필살기'의 방법론에 대한 체계를 세우고 나름대로의 표현방법으로 설명한 책 자체는 창조적 개성이 발현된 것으로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창작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수험서 등 이른바 '실용적 저작물'에 관한 저작물성 및 저작재산권 침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재판장 권오석 부장판사)는 7월 10일 공부방법에 관한 책을 써 2012년 4월 초판을 발행한 입시학원 강사 A씨가 "내  책에 나오는 '벼락치기 필살기' 중 일부를 도용해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 유튜브에 게시했다"며 대학생 B씨를 상대로 낸 침해금지와 3,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합537427)에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가 문제 삼은 부분은, B씨가 인터넷과 유튜브에 무단 게재한, A씨가 책에서 내신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제시한 '벼락치기 필살기'의 7가지 비법 중 ▲필살기 1. 한 만큼 오른다 ▲필살기 2. 먼저 전체적으로 훑어보기 ▲필살기 3. 문제 읽고 바로 답 읽기의 3가지다. '벼락치기 필살기'의 7가지 비법 중 나머지 4가지는 ▲필살기 4. 내신은 적중의 싸움 ▲필살기 5. 채점하지 말기 ▲필살기 6. 등굣길에도 공부하기 ▲필살기 7. 놀지 말기로, A씨는 비법 7가지의 각 항목에서 구체적인 공부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B씨는 네이버 카페, 블로그에 '내신 단기 상승 비법 - 벼락치기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1. 벼락도 구름이 있어야 생긴다, 2. 전체적으로 훑어보아라, 3. 밤새지 마라, 4. 문제 읽고 바로 답 봐라, 5. 시험기간만은 개썅마이웨이를 해라, 6. 한 만큼 나온다」라는 소제목을 달아 세부적인 공부방법론을 제시한 글을 게시하였고, 유튜브에 게시한 영상도 위 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 서적이 출판(2012. 4. 16.)되기 이전에 공부방법에 관하여 '공부만큼 정직한 것도 없다. 한 만큼 성과가 나온다', '문제집을 늘 푸는 게 좋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벼락치기 공부를 해야 할 때는 교과서나 참고서를 보는 것보다 문제집의 문제와 답, 해설만 읽고 가는 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읽고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즉, 과목당 문제집을 두세권 사면 바로 답안지를 보고 문제집에 답을 달아놓는다' 등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공표되었다"고 지적하고, "원고 서적의 '벼락치기 필살기' 부분은 내신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짧은 시간에 보다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수험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이른바 '실용적 저작물'에 해당하나, 원고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공부방법론인 '필살기 1. 한 만큼 오른다, 필살기 2. 먼저 전체적으로 훑어보기, 필살기 3. 문제 읽고 바로 답 읽기'에서 제시하고 있는 구체적인 공부방법론 자체는 기존에 알려져 있는 것들에 해당하거나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로서, 원고만의 독창적인 창작물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벼락치기 필살기의 체계, 서술방식, 개별적 표현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원고는 벼락치기 공부방법론 필살기를 7가지로 분류하여 각각의 방법론에 대한 체계를 세우고, 나름대로의 표현방법에 따라 이를 설명하였다고 보이므로, 원고 서적은 전체적으로 저작자인 원고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된 것으로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창작물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의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해, "원고가 벼락치기 공부법으로 제시한 7가지 방법들 중 위 3가지 방법들 즉, '한 만큼 오른다', '먼저 전체적으로 훑어보기', '문제 읽고 바로 답 읽기'에 관한 내용은, 기존에 공부방법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나 표현형식을 이용하여 설명한 것이므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는 표현이거나 공부방법에 관한 개념, 아이디어 그 자체에 해당한다"며 "피고가 원고의 위 3가지 공부방법론을 차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서는 원고 저작권의 효력이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 피고의) 공부방법론에 관한 구체적인 표현 형식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있고, 일부 유사한 표현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피고의 영상 및 게시글이 원고 서적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결국, 원고 서적이 전체적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 개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 저작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며, 원고 서적과 피고 게시글의 서술방식, 체계의 차이, 양자 사이의 실질적인 표현의 유사 정도, 위 표현들이 원고 서적과 피고의 게시글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에 비추어 보면, 저작권의 침해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인용한 대법원 판결(2009도291, 2010다70520, 70537 판결 등)에 따르면, 국가고시나 전문자격시험의 수험서와 같은 실용적 저작물의 경우, 그 내용 자체는 기존의 서적, 논문 등과 공통되거나 공지의 사실을 기초로 한 것이어서 독창적이지는 않더라도, 저작자가 이용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당 분야 학계에서 논의되는 이론, 학설과 그와 관련된 문제들을 잘 정리하여 저작자 나름대로의 표현방법에 따라 이론, 학설, 관련 용어,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 및 풀이방법 등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서적을 저술하였다면, 이는 저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되어 있는 것이므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창작물에 해당한다. 다만, 복제 여부가 다투어지는 부분이 기존의 다른 저작물의 표현과 동일 · 유사한 경우는 물론 기존 이론이나 개념을 그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에 의하여 설명하거나 정리한 경우 또는 논리구성상 달리 표현하기 어렵거나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 등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저작물의 창작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복제권 등의 침해도 인정될 수 없다. 원 저작물이 전체적으로 볼 때는 저작권법 소정의 창작물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그 내용 중 창작성이 없는 표현 부분에 대해서는 원 저작물에 관한 복제권 등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따라서 "어문저작물에 관한 저작권침해소송에서 원 저작물 전체가 아니라 그 중 일부가 상대방 저작물에 복제되었다고 다투어지는 경우에는, 먼저 원 저작물 중 복제 여부가 다투어지는 부분이 창작성 있는 표현에 해당하는지 여부, 상대방 저작물의 해당 부분이 원 저작물의 해당 부분에 의거하여 작성된 것인지 여부 및 그와 실질적으로 유사한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살펴야 하고, 나아가 복제된 창작성 있는 표현 부분이 원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적 · 질적 비중 등도 고려하여 복제권 등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B씨의 영상, 게시글이 자신의 서적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며 B씨를 고소하였으나,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10월 B씨에 대해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했고, A씨가 이에 불복하여 항고와 재정신청을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