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법무법인이 '정리해고 대상자' 통보하고 해고사유 등 서면 통지 없이 해고…무효"
[노동] "법무법인이 '정리해고 대상자' 통보하고 해고사유 등 서면 통지 없이 해고…무효"
  • 기사출고 2020.07.2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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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퇴사처리 응했지만 자발적 사직의사 아니야"

법무법인이 직원에게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었다'고 통보하고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채 해고했다. 법원은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01년 6월 B법무법인에 일반직원으로 입사하여 근무해 오다가 부장 직책으로 추심, 소송전산처리 등 소송지원업무를 담당하던 중 2018년 12월경 인사 · 총무 총괄자인 C국장으로부터 '경영진은 법인 재정이 좋지 않아 직원 중 일부를 정리하라는 입장이고, 급여 수준이 높은 A씨가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었다'는 취지의 통보를 받고 2019년 2월 12일 퇴사처리 되었다.

그런데 A씨는 2개월 후인 2019년 4월경 B법무법인이 신규 남자직원 1명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C국장에게 자신의 정리해고 경위에 관하여 문의한 결과 B법무법인의 실장이 자신의 해고를 요구하여 C국장이 정리해고를 핑계 삼아 퇴사를 권유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B법무법인을 상대로 해고 내지 퇴사의 무효 확인과 함께 퇴사 다음날부터 복직할 때까지의 임금지급을 요구하는 소송(2019가합544791)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도영 부장판사)는 6월 11일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청구하는 2019. 3. 13.부터 6. 12.까지 3개월 동안의 임금 합계 18,208,290원 및 2019. 6. 13.부터 복직 시까지 매월 6,069,430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는 2017년경 원고의 횡령 등 여러 비위행위가 발각되어 징계해고에 처해질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징계사유로 볼 만한 비위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내부감사나 징계절차 등을 진행한 바도 없다"고 지적하고, "2017년 12월경 B법무법인의 실장이 원고의 주차료 지원금 용도 유용을 문제 삼으면서 원고와 실장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상의하기 위해 C 국장과 모인 자리에서 원고의 자진퇴사가 거론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원고가 자진퇴사의 의사를 표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 "그 무렵 원고가 C국장에게 개별적으로 2018. 6. 말까지 퇴사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원고는 그 후 사직원을 제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계속하여 근무하였는 바, 위 사실만으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사직의 의사를 진지하게 그리고 종국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또한 피고의 취업규칙은 퇴직사유 중 원에 의한 퇴직에 관하여 '직원이 사직원을 제출하여 법인이 수리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에 의하더라도 구두로 사직 의사를 밝힌 사실만으로는 퇴직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2018. 12.경 C로부터 피고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져 정리해고 대상자로 원고가 선정되었다는 취지의 통지를 받았는바(C는 원고를 퇴사시키기 위해 위와 같이 말하였을 뿐 실제로 정리해고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원고는 이를 담당하는 C를 곤란하게 하지 않기 위해 피고의 정리해고를 수용한다는 의미에서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채 퇴사처리에 응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를 자발적인 사직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 · 피고의 권리관계는 권고사직 내지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고,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피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므로, 2019. 2. 12.자 근로관계 종료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해고의 적법 여부.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를 해고하면서 근로기준법 27조에 따라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해고무효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도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피고는 원고가 계속 근무하였다면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