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마약 사려고 돈 보냈으면 물건 못 받았어도 매매 미수죄"
[형사] "마약 사려고 돈 보냈으면 물건 못 받았어도 매매 미수죄"
  • 기사출고 2020.07.3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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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실행의 착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마약을 사기 위해 돈을 보냈으나 물건을 받지 못했더라도 마약류관리법상 예비죄가 아니라 마약류 매매 미수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돈을 보냈다면 실행의 착수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2018년 12월 16일 오전 0시 34분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판매책으로부터 대마 약 1.5그램을 27만원에 구매한 혐의(마약거래방지법 위반)로 기소됐다. 또 같은 달 7일과 17일 20일 대마 3.5그램과 엑스터시 1정, 대마 3그램을 구매하기 위해 이 판매책에게 3차례에 걸쳐 70만원과 8만원, 57만 5,000원을 각각 송금했으나 판매책이 물건을 보내주지 않아 미수에 그친 혐의(마약류관리법상 마약류 매매 미수)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1년과 추징금 1,625,000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3차례의 마약류 매매 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이 사건 각 대마 매매 미수의 공소사실의 경우 피고인이 인터넷을 통하여 알게 된 판매책에게 텔레그램 채팅창을 통하여 대마를 팔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 대금의 액수에 관하여 합의한 후 그 판매책이 알려주는 계좌로 대금을 송금하였으나 판매책이 곧바로 채팅창을 닫아버려 연락이 끊어진 사실, 엑스터시 매매 미수의 공소사실의 경우에도 피고인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엑스터시를 매수하기로 하고 판매책에게 대금을 송금하였으나 판매책이 곧바로 채팅창을 닫아버려 연락이 끊어진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하고, "각 대마 매매 미수와 엑스터시 매매 미수의 공소사실의 경우 매수인인 피고인이 대마 매수와 엑스터시 매수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대마를 매수하려한 행위에 대해서는, "이러한 행위는 대마를 매수하기 위한 준비행위에 해당하고, 마약류관리법은 59조 4항에 대마 매매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대마 매매의 예비죄가 성립한다"며 징역 10개월과 추징금 1,545,000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그러나 7월 9일 3차례의 마약류 매매 미수 혐의도 모두 유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0도2893).

대법원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59조 1항 7호 및 60조 1항 2호에서 규정하는 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매매 행위는 매도 · 매수에 근접 · 밀착하는 행위가 행하여진 때에 그 실행의 착수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마약류에 대한 소지의 이전이 완료되면 기수에 이른다고 할 것"이라며 "판매책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제1, 3, 4차 미수 범행에 대한 공소사실 기재 각 일시에 그 매매목적물인 마약류를 소지 또는 입수하였거나 그것이 가능한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이 그러한 상태에 있는 판매책에게 그 매매대금을 각 송금하였다면, 피고인이 각 마약류 매수행위에 근접 · 밀착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원심이 1, 3, 4차 각 미수 범행이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