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본인이 관여 안 한 부서 처리 1건 이유 취업제한 위법"
[행정] "본인이 관여 안 한 부서 처리 1건 이유 취업제한 위법"
  • 기사출고 2020.07.2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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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그것도 심의절차종료로 처리"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이 공정위에서 퇴직한 뒤 반도체 업체에 고문으로 재취업했다가 퇴직 전 소속 부서에서 심의절차종료로 이 회사에 대해 처리한 내역이 1건 발견되어 취업제한 및 취업불승인처분 등을 받았다. 법원은 그러나 해당 공무원이 이 사건의 처리에 관여한 바 없다며 취업제한처분 등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행정4-3부(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는 6월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서기관을 끝으로 퇴직한 뒤 반도체 업체 B사에 재취업한 A씨가 취업제한처분 등의 취소를 요구하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9누62712)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취소하고, "정부공직자윤리위의 취업제한처분 및 취업불승인처분과 공정거래위원장이 B사에 한 해임요구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또 취업제한처분 등 이들 각 처분의 효력을 상고심 판결 선고일까지 정지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A씨를 대리했다.

A씨는 2018년 5월 1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이 가능하다는 통지를 받고 B사에 고문으로 취업했으나, 정부공직자윤리위가 A씨의 취업제한 여부에 대한 재심사를 실시하여 5개월이 더 지난 10월 26일 윤리위가 종전의 취업가능 의견을 변경하여 취업제한 및 취업불승인처분을 하고, 공정거래위원장이 B사의 대표이사에게 A씨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자 소송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부공직윤리위의 종전 취업가능 통지와 취업제한처분 사이에 변경된 사정은 원고가 공정위의 한 부서에서 행정사무관으로 근무할 당시 원고 소속부서에서 B에 대한 사건을 처리한 내역이 1건 발견되었다는 것 뿐인데, 처리 내역 또한 2014. 1. 17. 접수되었으나 하도급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2014. 2. 13. 심사절차가 개시되지 아니한 채 심의절차종료로 처리되었고, 원고는 위와 같은 처리 절차에 관여한 바 없다"며 "원고의 퇴직 전 소속부서와 B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아 원고에 대한 취업제한처분은 처분의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정부공직자윤리위는 종전까지 퇴직 전 소속부서에서 취업예정업체에 대한 업무를 처리한 실적이 전혀 없는 취업심사대상자에 대해 소속 부서의 업무분장만을 근거로 취업제한처분을 한 사실이 없다.

재판부는 "피고 위원회의 원고에 대한 취업제한처분은 원고의 실체적인 직업선택의 자유 및 권리를 구체적이고 중대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그에 반해 위와 같이 원고의 퇴직 전 소속 부서 내지 기관과 B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은 그 업무 처리 건수, 빈도 및 비중 등에 비추어 볼 때 인정되기 어렵다고 평가되는데, 피고 위원회의 원고에 대한 취업제한처분으로 달성할 수 있는 퇴직공직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방지라는 공익은 매우 추상적이거나 미미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와 같이 원고의 퇴직 전 소속 부서 내지 기관과 B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아 취업제한처분이 위법하여 이를 취소하는 이상, 원고의 퇴직 전 부서 내지 기관의 업무와 B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전제로 한 취업불승인처분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하고, 피고 공정위위원장은 피고 위원회의 취업해제조치 요청에 따른 기속행위로서 해임요구처분을 하였으나, 그 선행처분인 피고 위원회의 취업제한처분 및 취업불승인처분이 위법한 이상 위 각 처분에 기속하여 행해진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임요구처분 또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