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2년간 8차례 한국어강사 근로계약 갱신했는데 '교원자격 없다'며 갱신 거절 무효"
[노동] "2년간 8차례 한국어강사 근로계약 갱신했는데 '교원자격 없다'며 갱신 거절 무효"
  • 기사출고 2020.07.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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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정당한 갱신 기대권 인정돼"

한국어교원 3급 자격은 없으나 국립대 국제어학원과 2년간 8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한국어 강사로 일했다면 이후 한국어교원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강사들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이유다.

A와 B씨는 2016년 9월부터 국립대인 C대학 국제어학원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기 시작하였는데, 2016년 9월 최초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래 근로계약기간을 68일~81일로 정해 2018년 9월경까지 8차례에 걸쳐 매학기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해 왔으며, 개별 근로계약 사이에는 2~3주간의 공백기간이 있었다. 국제어학원은 2017년 5월부터 한국어 강사 채용 공고를 낼 때 '한국어교원 3급 이상 자격증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을 명시하기 시작했으나, A와 B씨는 한국어교원 3급 자격이 없었음에도 2017년 5월 이후 6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했다. C대학 국제어학원은 외국인, 교환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어학원이 2018년 11월 A와 B씨에게 '한국어교원 3급 이상 자격 미비'를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하였고, A와 B씨는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2018년 11월 23일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되었다. 이에 A와 B씨가 근로계약 종료는 부당하다며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 강원지노위가 구제신청을 인용하고 중앙노동위원회도 강원지노위의 판정을 그대로 유지하자 국가가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2019구합75570)을 냈다. A, B씨가 피고보조참가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4월 23일 "참가인들에게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었음에도 원고는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였다고 할 것인바, 이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며 국가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먼저 "(참가인들의)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기간을 합산하여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4조의 계속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하건대, 이는 657일에 불과하여 2년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참가인들의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에 미치지 못하는바, 참가인들의 지위는 기간제근로자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간제법 4조 1항, 2항은 사용자가 기간제근로자를 2년 초과하여 사용한 경우, 해당 기간제근로자가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됨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고,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갱신된 경우에는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지 여부를 살피도록 정하고 있다.

이어 대법원 판결(2015두44493)을 인용,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참가인들과 국제어학원과의) 근로계약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조항은 없지만, 공고에는 '국제어학원장 강사평가에 의거 재위촉할 수 있음'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었고, 참가인들이 8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해 오면서 별도의 전형을 거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 할 것이므로, 참가인들에게는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원고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

재판부는 "참가인들의 근로계약 갱신이 거절된 이유는 '한국어교원 3급 이상의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며 "C대학 국제어학원은 외국인, 교환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의를 시행하고 있고, 수강생들에게 질 높은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강사들의 강의 능력 등을 평가해 근로계약 체결 · 갱신 여부를 결정할 필요성이 있어, C대학 국제어학원이 위와 같은 필요성에 터잡아 한국어 강사들에게 '한국어교원 3급 이상의 자격'을 요구한 것 자체는 위 필요성에 부합한다고 보이므로, 부당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참가인들은 한국어교원 3급 이상의 자격 없이도 총 9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반복 체결하면서 한국어 강의를 하여 왔고, 특히 C대학 국제어학원이 한국어 강사의 자격요건으로 '한국어교원 3급 이상의 자격'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2017. 5. 18.부터인데, 참가인들은 그 이후로도 6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반복 체결한 바 있으며, 위 기간 동안 참가인들의 강의능력 부족이 문제시 되었다는 사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계속하여 근로계약이 반복 체결되었다는 사정에 주목하여 보면, 참가인들은 충분한 강의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보인다"며 "원고가 참가인들과 사이의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아니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