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환자 돌발행동으로 낙상사고…요양병원 책임 없어"
[손배] "환자 돌발행동으로 낙상사고…요양병원 책임 없어"
  • 기사출고 2020.07.21 23: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지법] "돌발행동 100% 대비, 현실적으로 불가능"

노인 전문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목욕을 하다가 돌발행동으로 낙상사고를 당해 숨졌다. 법원은 요양병원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고혈압과 당뇨 등으로 2013년 10월 경남 양산시에 있는 한 노인 전문 요양병원에 입원한 김 모(사고 당시 72세)씨가 2017년 11월 22일 이 병원의 간병사와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이동식 목욕용 침대에서 목욕을 하던 중 갑자기 심하게 몸을 뒤척이며 돌아누우면서 사이드 레일을 잡고 흔드는 등의 행동을 하는 바람에 안전바가 풀어져 사이드 레일이 내려와 김씨가 바닥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목뼈 골절상 등을 입게 된 김씨는 외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다른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사고 후 약 6개월 지난 2018년 5월 13일 호흡부전으로 숨졌다. 이에 김씨의 부인과 자녀들이 낙상사고가 발생한 요양병원 측을 상대로 1억 1,3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2018가단62227)을 냈다.

울산지법 진현지 판사는 7월 8일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 병원 소속 요양보호사 및 간병사 또는 피고에게 김씨를 안전하게 보호 · 감독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거나, (사고가 발생한) 목욕용 침대가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진 판사는 "요양보호사 등이 환자의 목욕을 보조할 때 환자의 돌발행동을 전적으로 제지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고, 김씨가 사고 발생 이전부터 목욕을 거부하는 등의 행동을 하여 목욕 보조 시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으며, 김씨가 목욕 도중 갑자기 심하게 몸을 뒤척이며 돌아누우면서 사이드 레일을 잡고 흔드는 등 행동을 하는 바람에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당시 요양보호사 등이 김씨를 저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사고 당시 김씨의 목욕을 보조하던 요양보호사 등의 행동에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예측하기 어려운 환자의 돌발행동을 미리 예측하여 이를 100% 대비할 시설과 인력을 갖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고, 요양병원 운영자와 그 종사자에게 그와 같이 고도의 주의의무가 법령상, 계약상, 조리상 부여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이에 김씨의 부인은 김씨가 피고 병원에 입원할 당시 '입원 중 간혹 낙상, 미끄러짐으로 인한 골절, 갑작스런 심장정지(뇌출혈, 뇌일혈), 질식 등 돌발적인 사고 등이 일어나는 경우 병원에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요양병동 입원 특별서약서에 서명하였는바, 요양병원에서 환자의 돌발행동으로 인한 낙상 등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은 원고들 측에서도 수긍하고 있었던 사정"이라고 밝혔다.

진 판사는 또 "공작물에서 발생한 사고라도 그것이 공작물의 통상의 용법에 따르지 아니한 이례적인 행동의 결과 발생한 사고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작물의 설치, 보존자에게 그러한 사고에까지 대비하여야 할 방호조치 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는 없는바, 김씨가 갑자기 심하게 몸을 뒤척이며 돌아누우면서 사이드 레일을 잡고 흔드는 등 목욕용 침대의 통상의 용법에 따르지 아니한 이례적인 행동의 결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 피고에게 그러한 사고에까지 대비하여야 할 방호조치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