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대한항공 ·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유효기간 10년' 약관 유효"
[민사] "대한항공 ·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유효기간 10년' 약관 유효"
  • 기사출고 2020.07.21 17: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부지법] "공정성 잃은 조항 아니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고객들이 유효기간 경과로 소멸한 마일리지를 도로 지급하라며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경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해당 약관을 개정하여 현재 대한항공은 '2008년 7월 1일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10월 1일 이후'에 적립되는 마일리지에 대하여 그 유효기간을 10년으로 규정하고 유효기간 내에 사용되지 않은 마일리지는 소멸처리하고 있다. 이에 A씨 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고객 7명이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정한 약관조항을 근거로 2019년 1월 1일자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560~13,505마일리지를 각각 소멸시켰으나, 이 약관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공정성을 잃어 무효"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소멸시킨 마일리지를 다시 지급하라는 소송(2019가단2760)을 냈다. 

서울남부지법 이상현 판사는 7월 17일 "이 사건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조항'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 밖에 이 약관조항을 무효라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한항공은 법무법인 광장, 아시아나항공은 김앤장이 각각 대리했다.

이 판사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3다214864)을 인용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따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보기 위하여는, 그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조항을 작성 · 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며 "그리고 이와 같이 약관조항의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 여부는 그 약관조항에 의하여 고객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들 사이의 거래과정에 미치는 영향,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일리지는 그 재산권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고객들이 마일리지 자체를 취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유상 항공권 또는 다른 재화나 용역을 구매할 목적으로 대가를 지급한 데 대하여 부수적인 '보너스'로 부여되는 것임을 부인할 수 없는바, 이와 같은 마일리지의 특성 및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마일리지의 적립 및 사용조건, 마일리지에 부여되는 혜택의 내용, 유효기간 등 마일리지 제도의 운영과 관련된 사항은 사업자인 항공사와 이용자 간의 합의(개별 약정 또는 약관을 통해)에 의하여 그 변경 및 제한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항공사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을 두거나 타인에게의 양도 · 판매를 금지하는 등의 방법으로 마일리지의 이용 및 처분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 "피고들은 마일리지를 부채로 계상하도록 하고 있는 기업회계기준으로 인하여, 이 약관조항을 통해 '2008년 7월 1일 이후'(피고 대한항공) 또는 '2008년 10월 1일 이후'(피고 아시아나항공)에 적립되는 마일리지에 대하여만 그 유효기간(적립일로부터 10년 등)을 도입한 것으로서, 이미 발생(적립)된 원고들의 마일리지를 사후적으로 박탈하거나 제한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유효기간 도입 전에 적립된 마일리지는 아무런 제한 없이 그 사용이 보장된다), 그 유효기간도 당초 도입 당시 5년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민사채권 소멸시효기간과 동일한 10년으로 연장되었으며, 이와 같은 유효기간의 도입 및 그 내용은 당시(또는 그 이후) 원고들을 포함한 고객들에게 충분히 고지된 것으로 보이고, 그 기간도 이 사건 마일리지와 유사한 '상용고객 우대제도'인 카드사 포인트, 주유 포인트, 각종 멤버쉽 포인트의 유효기간(1~5년)이나 전세계 다른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유효기간(1~4년)보다는 장기간이어서, 이 약관조항을 통한 마일리지 유효기간 도입으로 인하여 고객들에게 특별한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사업자인 피고들로서는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이 없는 경우 누적된 미사용 마일리지가 모두 회계상 채무로 인식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유효기간은 마일리지 운용에 있어 합리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특정 시점과 노선에 수요가 집중되는 항공권의 특성상, 성수기 등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특정 항공편의 좌석을 자유롭게 구매하는 것은 현금을 이용하더라도 쉽지 않는 측면이 있고, 항공권 구매가 불가능한 소액의 마일리지도 가족합산제도와 제휴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사용 가능하며, 이 약관 조항을 둔 이후 피고들이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제휴항공사 및 제휴사용처와 부가서비스를 계속 추가하고 '보너스 항공권' 좌석현황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며 사전에 마일리지 소멸시점을 안내하여 온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이 유효기간 내에 마일리지를 사용할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성수기에 마일리지를 이용한 보너스 항공권 예약이 쉽지 않다거나 여유 좌석이 있는 경우에만 보너스 항공권 등의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만으로 피고들이 제공하는 마일리지가 그 유효기간 내에 모두 소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일리지의 사용이 제한되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약관조항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