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 사건 항소심' 강삼재, 김기섭씨 무죄 선고
'안풍 사건 항소심' 강삼재, 김기섭씨 무죄 선고
  • 기사출고 2004.07.0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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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안기부 돈 아닌 YS 돈일 가능성" 강력 시사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지난 1995년과 1996년 1197억원의 안기부(현 국정원) 예산을 총선 등에 전용했다는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과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국고등 손실)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삼재 전 한나라당 의원과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또 이 돈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돈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 파문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노영보 부장판사)는 7월 5일 두사람에 대한 특가법 위반 등 사건 항소심(2003노2593)에서 "김씨가 문민정부 개시와 함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관련된 정치자금을 안기부 관리계좌에 입금하여 관리해 오다가 95년 지방자치단체선거와 96년 국회의원선거를 맞아 민주자유당과 신한국당에 지원한 것이라는 강씨의 변호인들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1심에서 징역 4년과 징역 5년 등이 각각 선고된 강, 김 두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강씨가 돈세탁 등의 대가로 금융기관 직원에게 1억6700만원을 건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 강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독 1993년에 안기부 예산의 연말 잔고가 약 1293억원 증가한

것이 문제되는데, 여러 정황에 비춰 예산 이외의 다른 자금이 혼입된 적은 없다는 전제는 도저히 유지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 전 대통령과 관련된 정치자금이 지원된 것이라는 강씨의 변호인들의 주장이 93년에만 예산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거액의 잔고 증가가 나타났다가 95년과 96년에 잔고 감소가 발생한 과정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김 전대통령이 940억원을 강씨에게 직접 전달하였다고 보이는 사정과도 자연스럽게 일치되는 점에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돈의 전달 경로에 대해서도 "피고인 김씨가 직접 피고인 강씨에게 이 사건 자금을 전달하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김 전대통령으로부터 940억원을 청와대 집무실에서 직접 건네받았다는 강씨의 진술이 이 사건 자금 흐름과 관련, 지극히 상식적이고 경험칙에 부합하며,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리상으로도 "김씨가 안기부 관리계좌에서 국고수표로 1197억원을 인출했다 하더라도 관리계좌에 김씨가 처분할 수 있는 외부자금이 예산과 불용액, 이자 등과 아무런 구별없이 뒤섞여 보관중이어서 어느 특정 관리계좌에 입금된 돈의 자금원이 구체적으로 위의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 것인지 구별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횡령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가사 김씨가 인출한 1197억원이 외부자금이 아니라 불용액과 이자 상당액이라고 하더라도 연말 불용액에 대하여 허위의 서류를 작성, 비치하거나 결산보고서에 이자액을 기재하지 않고 제출할 때에 이미 그 불용액이나 이자에 대한 횡령행위가 성립하였다고 보아야 해 불용액이나 이자를 사후에 인출해 사용하더라도 그 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불과해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며 "김씨의 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 이상 이를 전제로 강씨의 횡령죄 공동정범 역시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의 행위가 횡령으로 평가되더라도 강씨는 김씨로부터 자금을 수령하였을뿐 그 횡령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의 법리에 따른 죄책을 인정할 만한 적극적인 가담행위는 취한 바 없었음이 분명하므로, 강씨에게 횡령죄의 공모공동정범의 죄책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검찰은 "승복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대법원에 즉시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김 전대통령의 소환조사 등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차동민 대검 수사기획관은 "법원의 판결문을 입수해 검토한 뒤 상고이유서를 통해 검찰의 의견을 개진하겠다"며 김 전대통령 소환 조사나 재수사 여부는 대법원 최종 판단을 받아본 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 대한 국고 횡령 혐의를 모두 인정, 김씨에 대해서는 징역 5년에 자격정지 2년과 추징금 125억원을, 강씨에 대해서는 징역 4년에 731억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