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삼성물산과 위탁계약 맺은 백화점 매장관리자, 근로자 아니야"
[노동] "삼성물산과 위탁계약 맺은 백화점 매장관리자, 근로자 아니야"
  • 기사출고 2020.07.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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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삼성물산에 대한 종속성 · 전속성 약해"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6월 25일 최 모씨 등 삼성물산과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롯데쇼핑,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등의 백화점 매장에서 의류를 판매한 매장관리자 31명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퇴직금소송의 상고심(2020다207864)에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세종이 1심부터 삼성물산을 대리했다.

최씨 등은 삼성물산과 백화점 내 삼성물산의 매장에서 삼성물산의 의류제품을 판매하고 매출실적에 대한 일정 비율의 위탁판매 수수료를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매장관리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계약기간이 끝나 판매업무를 종료한 뒤 "우리는 삼성물산의 지휘 · 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들"이라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자 원고들이 상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원고들이 피고와 체결한 위탁판매계약서에는 근로자성을 긍정할 수 있는 요소와 부정할 수 있는 요소가 혼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전제하고, '피고가 공급할 상품의 종류와 수량을 결정하고, 원고들은 원칙적으로 피고로부터 공급받은 상품만을 계약된 장소에서 피고가 정한 금액으로 판매하여야 한다. 원고들은 피고의 기준에 따라 상품의 판매촉진을 위한 광고 또는 디스플레이 등을 시행하여야 하고, 피고의 판매 및 판촉광고 행사에 협조하여야 하며, 피고는 매출 확대 등 필요한 경우 원고들에게 매장 간 상품이동을 요청할 수 있다. 원고들은 피고가 정하는 바에 따라 상품 재고 내역을 상세히 기재하여 보관하여야 하고, 피고가 요구하는 경우 제시하여야 하며, 피고는 필요한 경우 재고실사를 할 수 있다'는 등의 사항은 근로자성을 긍정할 수 있는 요소라고 보았다. 반면 '피고는 원고들에게 매월 상품 판매실적의 일정비율을 위탁판매 수수료로 지급한다. 원고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판매원을 직접 고용하고, 이에 수반되는 급여 등 노동관계법이 정한 사용자 책임을 부담한다' 등의 사항은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있는 요소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어 원심판결과 기록을 들어, "피고는 당초 피고 생산 의류제품을 판매하기 위하여 백화점 운영회사들과 사이에 백화점 입점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정규직 직원들을 백화점 내 매장에 파견하여 상품을 판매하게 하였다가, 1999년경 이후부터 원고들과 같이 백화점 내 피고의 매장에서 매장을 운영하며 피고의 상품을 판매할 사람들과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매장관리 및 상품판매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는데, 따라서 백화점 내에 설치된 피고 매장의 정규직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분이 강제 전환된 사람들과 달리, 원고들은 처음부터 위탁판매계약에 따른 매장관리자의 지위만을 유지하여 왔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원고들의 근태관리를 하지 않고, 원고들이 판매원으로 하여금 일정 정도 자신을 대체하여 근무하게 할 수 있는 등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종속성 및 전속성의 정도가 약해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피고는 원고들의 출근 및 퇴근 시간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등 근태관리를 하지 않았고 휴가를 통제하지 않았으며, 원고들을 상대로 징계권을 행사하지도 않은 점, 개별 매장에서 원고들과만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매장의 판매원 채용에 관여하거나 판매원의 급여를 부담하지 않은 점, 원고들이 매장 상황에 따라 필요한 판매원을 직접 채용하여 근무를 관리하면서 급여를 지급한 점 등을 들었다.

또 원고들은 판매원으로 하여금 일정 정도 자신을 대체하여 근무하게 할 수 있었고, 피고와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아울렛 매장을 운영한 사람이 동시에 피고의 대리점을 운영하는 등 겸업을 하기도 하였으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매출실적에 위탁판매계약에서 정한 수수료율을 적용하여 산정한 수수료만을 지급하였는데, 수수료에 상한이나 하한이 존재하지 않아 원고들 사이의 수수료 액수 및 개별 원고의 월별 수수료 액수에 상당한 편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고들은 피고가 무상으로 사용하게 한 비품을 제외한 매장 운영에 필요한 나머지 비품을 구입하거나 비용을 부담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판매실적에 따라 상한 또는 하한이 없는 수수료를 지급받아 판매원의 급여, 일부 매장 운영 비용을 지출하여야 하므로, 일정 정도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위 수수료를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