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 무죄 판결 이유는?
이재명 지사, 무죄 판결 이유는?
  • 기사출고 2020.07.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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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발언 이유 허위사실공표죄 처벌, 신중 기해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2019도13328)을 받은 핵심 쟁점은 2018년 5월과 6월에 있었던 KBS와 MBC의 경기도지사 후보자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 일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가 여부다.

이 지사는 2018년 5월 29일경 KBS 경기도지사 후보자토론회에서 김영환 후보의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질문에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발언하고, 같은해 6월 5일경 MBC 후보자토론회에서 "우리 김영환 후보께서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발언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무죄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을 맡은 수원고법 재판부가 유죄라며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 상고심인 대법원의 판단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와 검사 사칭 등 다른 내용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선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단을 받았고, 이에 대해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검사의 상고를 기각, 이번 판결로 분리, 확정됐다.

◇대법원의 무죄 취지 환송판결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 16일 오후 선고 결과를 들은 후 경기도청에서 지지자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고 있다.(사진 제공=경기도청)
◇대법원의 무죄 취지 환송판결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 16일 오후 선고 결과를 들은 후 경기도청에서 지지자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고 있다.(사진 제공=경기도청)

대법원 다수의견(7명)은 우선 후보자토론회에서의 발언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관련, "선거운동의 자유는 널리 선거과정에서 의사를 표현할 자유의 일환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한 태양(헌법재판소 1994. 7. 29. 선고 93헌가4 등 결정, 헌법재판소 2004. 3. 25. 선고 2001헌마710 결정 등 참조)이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특히 공적 · 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고 밝혔다. 또 "토론회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으로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나(헌법재판소 1998. 8. 27. 선고 97헌마372 등 결정 등 참조), 토론의 경우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 시간 내에 즉흥적 ·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므로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도2879 판결 참조)"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국가기관이 토론과정의 모든 정치적 표현에 대하여 그 발언이 이루어진 배경이나 맥락을 보지 않고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후보자 등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게 되고, 이로써 토론회의 의미가 몰각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후보자 등이 토론회에 참여하여 질문 · 답변하거나 주장 · 반론하는 것은, 그것이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고, 이를 판단할 때에는 사후적으로 개별 발언들의 관계를 치밀하게 분석 · 추론하는 데에 치중하기 보다는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진 당시의 상황과 토론의 전체적 맥락에 기초하여 유권자의 관점에서 어떠한 사실이 분명하게 발표되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은 나아가 "토론회에서 후보자 등이 합리적으로 보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른 후보자의 질문이나 비판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에 대하여 답변하거나 반론하는 행위는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행하는 허위사실 공표행위로 평가할 수 없고(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도2879 판결 참조), 적극적으로 표현된 내용에 허위가 없다면 법적으로 공개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 일부 사실을 묵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진술을 곧바로 허위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하여야 한다"며 "토론 중 질문 · 답변이나 주장 · 반론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 한 일부 부정확 또는 다소 과장되었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허위사실 공표행위로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에서, "KBS 토론회에서 한 발언들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이나 의혹 제기에 대하여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질문에 직권남용이나 강제입원의 불법성을 확인하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를 부인하는 의미로 피고인은 답변하였으며, 피고인이 상대 후보자의 질문 의미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한 피고인의 나머지 발언들에 허위로 단정할 만한 내용이 없으므로, 비록 피고인이 친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 진행에 관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아니한 채 위 발언을 하였더라도, 피고인이 위 관여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근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을 넘어서서 곧바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하였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의 발언들을 적극적으로 허위의 반대사실을 공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하는 것은 형벌법규에 따른 책임의 명확성,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MBC 토론회에서 한 발언에 대해서도, "선제적인 답변의 실질을 가진 점 등을 고려하면, 위 발언도 허위의 반대사실을 적극적 · 일방적으로 공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권순일, 김재형, 박정화, 민유숙, 노정희, 김상환 대법관이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이다. 김선수 대법관은 다른 사건에서 이 지사를 변호한 적이 있어 이 사건의 심리와 합의, 선고 등 재판에 관여하지 않고 회피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선거운동의 하나인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에서 한 발언 중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며 "후보자 등이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에 한 발언을 이유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하여 한다는 취지"라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새겼다.

이와 달리 박상옥, 이기택, 안철상,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 등 5명은 "피고인의 발언은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여 유죄"라며 상고기각 반대의견을 냈다.

소수의견은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대의민주주의의 기능과 선거의 공정, 후보자간의 실질적 평등 등 선거제도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토론회에서 이루어진 발언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공표'에는 해당하나, 개별 사안에 따라 그 허위성 내지 허위성 인식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한 대법원의 기존 해석이 선거의 공정과 토론회의 의의 및 기능,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표'의 범위를 제한하는 해석은 자칫 선거의 공정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예상하지 못하거나 유권자들이 알지 못하는 주제가 즉흥적 · 돌발적으로 논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선거현실이고, 김영환의 질문은 즉흥적 · 돌발적인 것이 아니었고, 피고인도 그 답변을 미리 준비하였으며, 또한 김영환의 질문은 포괄적이지도 않다"고 밝혔다.

소수의견은 "(피고인은)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지시 · 독촉하였는데, 그럼에도 김영환의 질문에 대해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만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서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인이 친형의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하였다"며 "이는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여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