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착륙 1회당 85% 인상 적법"
[행정]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착륙 1회당 85% 인상 적법"
  • 기사출고 2020.07.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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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원가 대비 15% 불과…재량권 일탈 · 남용 아니야"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인상을 두고 대한항공 등 국내 8개 항공사와 기상청 사이에 벌어진 분쟁에서 대법원이 기상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7월 9일 기상청이 2018년 5월 9일 고시를 개정하여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착륙 1회당 6,170원에서 11,400원으로 종전 대비 약 85% 인상하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국내 항공사 8곳이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인상처분을 취소하라"며 기상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0두31798)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원고들은 재판에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합계 4.9%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상청고시를 통한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인상은 물가상승률의 약 17.3배에 달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급격한 인상을 정당화시킬만한 별다른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1심에선 원고 청구 기각 판결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일시에 약 85% 대폭 인상한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량권 일탈 · 남용을 이유로 기상청 고시 중 인상 부분을 취소하자 기상청장이 상고했다.

1심에선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으나, 2심부터 법무법인 율촌이 원고들을 대리했으며, 기상청장은 1심부터 법무법인 지평이 대리했다. 상고심에선 케이에이치엘이 피고 측 대리인으로 추가 투입되었다.

대법원은 먼저 "기상법령은 항공기가 대한민국 공항에 착륙하거나 인천비행정보구역을 통과할 때 매 운항 시마다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부과 · 징수할 권한은 항공 기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장, 즉 하급 행정기관장인 항공기상청장에게 부여한 반면, 그 부과 · 징수할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결정할 권한은 중앙행정기관장인 기상청장에게 부여하고 있고, 기상법 시행령 제21조 제2항은 기상청장으로 하여금 결정한 사용료의 산정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외에 사용료 산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구체적인 기준이나 방법을 규정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의 결정은 '사용료 부과기준 정립 행위'로서 기상청장의 폭넓은 재량과 정책 판단에 맡겨진 사항이므로, 기상청장의 사용료 산정내역이 객관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기상청장의 결정은 가능한 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가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인상하는 결정을 할 때 '물가상승률 이하'로만 하여야 한다거나 국토교통부장관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여야 한다는 제한을 두는 법령 규정은 없고, 개정 전 고시의 부칙 2항은 해당 고시일로부터 약 2년 후에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사용료를 인상할 예정임을 미리 공표하는 취지로서, 문언 자체에 의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은 사용료 인상 결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요소를 예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인상결정을 통해 그동안 '정보 생산 원가'에 현저하게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던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일부 현실화한 것이므로, 그 사용료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초과한다거나 국토교통부장관이 제시한 의견과 차이가 있다는 점만으로 이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비례 · 평등원칙과 같은 법의 일반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기상법령은 항공기상청장이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부과 · 징수하는 단계에서 국토교통부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협의'는 미리 항공에 관한 사무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장관의 의견을 청취하라는 취지이지, 국토교통부장관의 의견에 구속되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고, 또한 기상법령은 기상청장이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국토교통부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기상청장이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결정할 때 국토교통부장관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여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1년 12월 19일 법률 제6527호로 개정되어 2002년 3월 20일부터 시행된 구 기상업무법(2005. 12. 30. 법률 제7804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명칭이 '기상법'으로 변경되기 전의 것)에서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부과 · 징수의 근거(25조의2)를 마련한 이래 2005년도부터 국내 · 외 항공사 등 항공 기상정보 사용자들에게 부과 · 징수해 온 사용료 총액은 '정보 생산 원가'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로 인해 2005년도부터 2015년도까지 정보 생산 원가 대비 사용료 징수 부족 금액 누적 합계 약 1,300억원이 항공 기상정보 이용자가 아닌 국가의 재정으로 충당되어 왔고, 기상청의 2018년 5월 9일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인상결정에 따라 인상된 금액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사용료 징수 예상 금액은 여전히 정보 생산 원가 대비 약 15%에 불과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국제민간항공기구의 공항 및 항행서비스 사용료 정책'을 통해 시설운영 및 자본투자비용 등이 포함된 원가 산정을 통해 항행서비스에 대한 사용료를 징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세계기상기구도 '항공기상서비스 비용회수 안내'를 통해 마찬가지로 항공 기상정보 생산비용을 사용자로부터 회수하는 것을 일반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 프랑스 등의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는 모두 정보 생산 원가 대비 95% 이상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고, 미국도 2015년도를 기준으로 항공기 착륙 시마다 납부하여야 하는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미화 약 43.1달러(2015년 12월 3일 환율 기준 약 50,211원)로 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